UPDATED. 2024-09-29 03:07 (일)
[스포츠JOB아먹기(170) 문재민] '폭풍 성장' e스포츠, 갈수록 중요해지는 심판
상태바
[스포츠JOB아먹기(170) 문재민] '폭풍 성장' e스포츠, 갈수록 중요해지는 심판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4.09.24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최재혁 객원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조41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4억3600만명 가량이던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지난해 5억4000만명으로 3년 새 약 24%나 치솟았다. 

e스포츠 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그 중심에서 공정한 경기를 유지하고 규정을 준수하도록 이끄는 e스포츠 심판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게임의 규칙을 감시해 공정성을 보장함은 물론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 e스포츠 체계를 전통 종목과 다르게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포츠산업군의 직업을 탐구해 알리는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대학생 기자단은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 운영파트의 문재민 파트장을 인터뷰했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심판장으로 활동한 그에게 e스포츠 심판과 관련한 내용을 물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 운영파트 파트장 문재민입니다."

e스포츠 경기 현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e스포츠 경기 현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e스포츠 심판을 시작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e스포츠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잠시 한국에 머무르게 되었을 때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진행하는 심판 자격 연수 교육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자격을 취득한 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 e스포츠 심판은 무엇을 하는지.

"경기 현장에 심판으로 파견되어 선수들이 공정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사전에 PC와 장비 세팅을 점검하고 경기장 전반 환경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경기 현장에서 사전 점검 중. [사진=본인 제공]
경기 현장에서 사전 점검 중. [사진=본인 제공]

- 주요 역할은.

"이슈 상황이 발생할 경우, 팀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규정에 따라 판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선수들에게 설명하며 경기를 원활히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e스포츠 심판만의 특수성이 있다면.

"컴퓨터, 스마트폰, 콘솔 게임 등 다양한 전자장비를 사용하는 대회가 많기 때문에 각 장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연결이 끊기거나 버그가 발생하는 경우, 규정에 따라 이슈가 경기 내용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판단합니다."

- 기억에 남는 이슈는.

"아마추어 대회의 경우 PC방에서 진행되다 보니 모든 PC를 완벽하게 점검하기 어려워 여러 이슈들이 발생합니다. 경기 도중 갑자기 선수의 PC 시간이 종료돼 경기가 중단된 적도 있었고, 동시에 인터넷이 모두 끊어지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경우 심판들이 규정을 확인하며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경기를 전으로 되돌려 재개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 왔습니다."

- 심판 종류는.

"프로의 경우, LCK에서는 심판장, 주심, 부심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심은 선수들 뒤에서 직접 컴퓨터, 장비, 네트워크 상태를 체크하고 경기 시작 전 모든 점검을 완료합니다. 경기 중에는 선수들과 같은 소리를 들으며 이슈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대기합니다. 부심은 컨트롤 룸에서 팀 보이스를 모니터링하며 경기 중 이슈가 발생하면 관전 모드를 통해 반칙이나 오류를 확인하고 주심과 함께 재차 확인합니다. 심판장은 경기 상황을 방송 및 현장 진행팀에 전달하며 심판 역할의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합니다. 또한 상황을 종합해 방송팀과 사무국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집니다."

경기 진행 중 주심과 심판장 업무 중. [사진=본인 제공]
경기 진행 중 주심과 심판장 업무 중. [사진=본인 제공]

- 심판이 되는 과정은.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 심판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3급 자격이 부여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추어 대회부터 시작해 경력을 쌓는다면 국내 프로대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심판으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 심판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이나 자격증은.

"e스포츠 현장과 사무업무를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경기 흐름을 잘 파악하면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며, e스포츠산업 이해도가 높을수록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장비 조립 지식이 있다면 심판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e스포츠 심판 채용 시장은.

"다양한 대회가 열리고 새로운 대회도 많이 생겨나는 만큼 채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금방 사라지는 대회들도 많습니다. 현재는 많은 대회가 생겼다가 없어지는, 산업의 태동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근무 시간 등 환경은?

"아마추어 대회는 주로 주말에 열리며 경기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집니다. 경기마다 종료 시간은 다소 차이가 있어 일정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프로 대회인 LCK는 오후 2시에 시작해 밤 10시경 끝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경기 수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종료 시간은 매번 다를 수 있습니다."

- 경기가 있는 날 일과는?

"오후 2시부터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패치 버전마다 발생하는 버그를 확인하고 특정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꼼꼼히 점검합니다.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주간 회의입니다. 전날 발생한 이슈를 공유하고 공지사항이나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을 논의합니다. 오후 4시부터는 체크리스트를 점검합니다. 이때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해 직접 환경을 살핍니다. 저희는 이 과정에서 선수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네트워크 환경, PC 상태, 사운드 등을 체크합니다. 또한 선수들의 문의사항에 답변하고 공지사항을 전달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오후 5시에 경기가 시작됩니다."

선수들과 환경 점검. [사진=본인 제공]
선수들과 환경 점검. [사진=본인 제공]

- 오프라인·온라인 대회가 다른 점은?

"현장인 오프라인 대회와 달리 온라인 대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회 중 일부는 캠 화면을 통해 진행되며 심판이 따로 파견되어 경기를 관리하기도 합니다. 프로 경기는 주로 팀 숙소에서 진행되며 대부분의 아마추어 대회는 선수들이 집에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이 경우 심판이 일일이 개인 집을 방문하기 어렵기 때문에 캠을 설치해 신분을 확인하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철저히 점검합니다. 이는 오프라인 대회와의 큰 차이점입니다. LCK 2부에서는 비방송 경기가 있습니다. 이때 심판이 팀 숙소로 직접 방문해 온라인 형식의 경기를 운영합니다. 저희는 경기 구역으로 이동해 현장과 동일한 체크리스트를 진행하고 안내 사항을 공지한 뒤 경기 준비를 완료합니다."

- 경기 진행 중 결정을 내리는 상황은.

"예기치 못한 버그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 한 팀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저희가 직접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버그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그것이 정말 치명적인 피해인지, 경기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인지 등을 심사숙고합니다. 심판진은 모두 종목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약 운영상 치명적일 수 있는 버그가 발생했다면 게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 버그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으로 경기를 되돌리는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 e스포츠에서 심판의 개입 정도는?

"경기 중 개입은 최대한 지양하고 있습니다.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선수들이 먼저 심판에게 요청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경기 흐름에 집중해야 하며 플레이와 의사소통에 몰두하기 때문에 심판이 즉각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선수들이 심판에게 요청해 경기 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급박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큰 버그가 발생할 경우 심판이 빠르게 판단해 개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슈에 대한 문제를 해결 중. [사진=본인 제공]
문제 해결 중. [사진=본인 제공]

- 오심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오심이라기보다는 운영의 미숙함이 더 큰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규정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대회나 이슈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게임에서 판정이 잘못되었다면 이는 버그로 간주될 수 있으며 저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목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확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운영적인 미숙함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심판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심판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수입은 어떤 형태인지. 

"심판은 3~1급으로 나뉘며 일반 심판들에게는 파견 일당이 지급됩니다. 3급은 기본급 10만원, 2급은 12만원, 1급은 15만원이 책정됩니다. 대회에 따라 추가 금액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조정은 각 대회 세부 사항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LCK에서 활동하는 심판들은 협회와 별도의 계약을 맺고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당이 아닌 월급을 받습니다."

- e스포츠 심판의 장단점.

"좋아하는 취미를 더 심도 있게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건 장점입니다. 저희는 게임을 직접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가 일이 되어버리면 그 취미를 다른 방식으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경기가 주로 저녁이나 주말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운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경기는.

"작년에 한국에서 진행된 아시안게임 FC 온라인 예선은 국제 대회였습니다. 각국의 심판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의 방식을 공유하며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국에서 어떻게 심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과거 경험을 공유하며 대회를 진행하면서 겪은 문제들을 논의했습니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서로가 정보를 나누면서 이슈 발생 시 함께 해결했습니다. 정말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 국제 대회 현장. [사진=본인 제공]
아시안게임 국제 대회 현장. [사진=본인 제공]

- 본인만의 노하우나 노력이 있다면.

"새로운 대회가 있을 때마다 관련 규정을 철저히 검토하고 다양한 해석을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심판진들 간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규정을 신속하게 제정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규정이 제정된 후에는 심판 내부에서 면밀히 검토해 완성도를 높입니다. 또한 게임의 다양한 종목을 연구합니다. 종목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종목을 시도해 봅니다. 이를 통해 심판들이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고 종목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하며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심판을 하면서 자랑스러웠던 적은?

"긴 리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교육한 심판들이 아마추어 대회를 시작으로 프로 대회까지 경험하며 함께 시즌을 마칠 때 더욱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며 함께 시즌을 끝내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 e스포츠 심판의 매력은?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어렸을 때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그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룬 기분이 듭니다."

- 직업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합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이를 직업으로 삼아 교육을 하며 다양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큰 만족을 느낍니다. e스포츠 심판이라는 직업은 체계와 규정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통 스포츠와의 차별점도 명확해야 하며 이를 새롭게 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e스포츠 심판의 방향성을 함께 다잡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 e스포츠 심판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저는 e스포츠에 다소 늦게 입문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기라고 느낍니다. 어떤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그만큼의 경험이 있고 방향만 잘 잡으면 됩니다. 어린 분들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향을 잃는 것보다 스스로 추구하는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30년 만에 제 길을 찾은 것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24 LCK SPRING FINALS 경기에서 심판들과. [사진=본인 제공]
2024 LCK 스프링 파이널에서 동료 심판들과. [사진=본인 제공]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