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코리아컵 일정을 많이 고민해 봐야 한다. 결승전이라는 위상이 있는데 경기 전후로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일정이 있다. 우리 팀은 K리그, ACLE, 코리아컵을 병행해야 한다.”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 미디어데이. 울산 HD에서 김판곤 감독과 김민우, 포항 스틸러스에서 박태하 감독과 한찬희가 대표로 각각 참석한 가운데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박태하 감독의 일정 관련 작심 발언이었다.
울산과 포항은 오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코리아컵 결승전을 단판으로 치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올해 대회를 앞두고 명칭은 물론 진행 방식, 대회 규정, 우승팀 혜택 등 모든 걸 바꿨다. 1996년 창설해 어느덧 3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흥행에 실패하자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다.
지난해까지 FA컵으로 불린 코리아컵은 대대적인 변화에도 막상 이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1,2라운드와 결승전을 제외하면 주요 경기가 모두 주중에 개최돼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프로팀들은 주말 K리그 일정을 앞두고 로테이션을 가동해 더욱 중요도가 내려갔다. 와중에 컵대회의 묘미인 ‘언더독(약팀)의 반란’마저 올해는 구경하기 어려웠다.
악순환의 굴레에서 호재가 찾아왔다.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울산-포항의 ‘동해안 더비’가 성사됐다. KFA는 올해부터 결승전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정하고,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단판 승부를 채택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우승팀에 2025~2026 ACLE 본선 직행 티켓을 부여하는 등 대회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다. 박태하 감독은 물론 단상에 오른 모두가 일정을 두고 불만을 드러냈다.
울산과 포항은 코리아컵 결승전을 전후로 ACLE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울산은 오는 26일 홈에서 상하이 하이강, 다음 달 4일 원정에서 상하이 선화와 맞붙는다. 포항은 일정이 더 빡빡하다. 27일 원정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 다음 달 3일 홈에서 비셀 고베를 상대한다. 코리아컵 결승전에 전력을 다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김판곤 감독은 “좋은 날짜에 결승전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좋은 접근이 있어야 한다”며 “오늘(21일) 기자회견도 코리아컵 결승전(30일)에서 너무 먼 날짜를 잡았다. 리그 경기(수원FC전)를 이틀 앞두고 감독이 훈련장에서 나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김민우와 한찬희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민우는 “선수 입장에서 일정이 어떻게 잡히는지가 중요한데 한 번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찬희는 “A매치 휴식기 이후라서 일정이 빡빡한 걸로 안다. 어떤 일정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선수의 역할”이라면서도 “일정이 조율되면 컨디션을 (좋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빡빡한 일정에서 전술만큼 선수단 관리가 중요해졌다. 포항은 선수층이 얇고 울산은 베테랑이 많아 100% 컨디션으로 결승에 임하는 게 쉽지 않다. 양 팀 사령탑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박태하 감독은 “시즌 막바지 부상자가 많았다. 선수들 컨디션을 최대한 좋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 말했다. 김판곤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며 “부상이나 피로도 걱정이 많이 된다.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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