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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0) 연세대 허훈, '농구대통령' 허재의 차남으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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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0) 연세대 허훈, '농구대통령' 허재의 차남으로 산다는 것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0.09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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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허재 아들', 꿈은 '농구선수 허훈' 홀로서기...침체된 한국농구 활력 불어넣을 재목 평가

[200자 Tip!] 부모의 길을 따라 스포츠인 2세로 살아가는 선수들이 국내외에 적지 않다. 이 가운데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라는 수식어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구대통령' '농구 9단'으로 불렸던 허재(50) 전 전주 KCC 감독의 두 아들도 농구인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대학리그와 프로아마 농구최강전을 통해 이미 차세대 스타 기질을 보여준 허훈(20)도 '허재의 차남'이 아닌 '농구선수 허훈'으로 서겠다고 다짐한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농구 대통령'의 아들이 농구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일 것 같다. 계속 '허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조금만 못해도 "아버지만 못하다"는 말을 들을 것임이 분명하다.

▲ 허훈이 프로아마 농구최강전을 통해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허재 감독의 아들'이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침체된 한국농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허훈은 이제 겨우 대학 2학년생임에도 지난달 프로농구 개막을 앞두고 펼쳐진 프로와 대학리그간의 프로아마 최강전을 통해 차세대 농구스타가 될 자질을 보여줬다.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파문, 아시아농구선수권 6위 등 한국 농구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특급 스타의 잠재성을 보여준 허훈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장 프로 진출을 선언해도 상위 라운드에 뽑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

아버지의 모교인 용산중과 용산고를 거치며 특급 가드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허훈은 이미 고교 2, 3학년이던 2012, 2013년에 전국남녀중고 농구대회 남고부 최우수상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대학농구리그 신인상까지 받으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 아버지의 그늘은 나의 숙명, 부담같은 것은 없다

허훈은 인터뷰를 하게 되면 아버지와 관련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단다. 그만큼 '아버지의 그늘'이 크다는 의미다. 아버지의 명성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근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늘 받는 질문일 수 있다. 그렇기에 아버지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항상 담담하다.

"아버지가 현역이셨을 때 원주에서 경기를 본 적은 있는데 워낙 어렸을 때라 가물가물해요. 아버지가 뛰셨던 경기 동영상을 보면서 '또 저런 선수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하면서 감탄하곤 하죠."

좋은 소리도 많이 들으면 귀에 거슬린다. 하물며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을 계속 듣는다면 이 역시 개인적으로 상당한 고역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허훈은 싱긋 웃으며 답을 이어간다.

"정말 제가 어렸을 때는 멋모르고 그냥 재미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농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초특급 스타였던 아버지에 대한 질문은 저의 숙명이죠. 아버지의 그늘도 제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부담같은 것은 느끼지 않아요. 아버지의 중압감이나 부담 때문에 제 플레이를 마음껏 보여주지 못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버지 허재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그림자가 워낙 짙기 때문에 단숨에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근차근 발전해서 언젠가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농구 대통령'을 아버지로 뒀다면 '아버지로부터 지도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다. 그러나 정작 허훈은 물론이고 두살 터울의 형 허웅(원주 동부)도 아버지로부터 농구에 대한 조언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워낙 바쁘셔서 중고등학교 때 제 경기도 자주 보러오지 못해 주로 지인 분들을 통해 (기량에 대해) 얘기만 전해 들으셨죠. 공사가 워낙 확실하셔서 지도는 감독 선생님께 모든 것을 일임하셨어요. 그저 '수고했다', '부상 조심해라' 정도의 말씀만 들었어요. 또 시즌 때면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고 시즌이 끝나면 제가 학교에서 합숙하느라 뵐 날도 그리 많지 않았어요. 요즘은 쉬시긴 하지만 제가 또 학교에 와 있으니 주말에만 뵙는 편이죠."

그렇다면 '아버지 허재'가 아닌 '대선배 허재'로서 본받고 싶은 것은 없을까.

"아버지께서 현역으로 뛰셨던 시대에는 아버지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죠. 하지만 사실 그 때와 지금 시대는 좀 달라요. 저는 요즘 시대에 맞게 플레이를 해야죠. 다만 아버지는 슛도 좋고 돌파력이나 경기를 읽는 시야도 뛰어나셨기 때문에 그 다재다능함만큼은 꼭 본받고 싶어요. 아버지의 저것을 내 것을 만들겠다기보다는 나도 저럴 때가 오겠지하는 생각은 있죠."

◆ 이제서야 성인 농구에 눈 뜬 허훈, 아버지·형과 확실한 선긋기

허훈은 형 허웅과 함께 농구를 하면서도 비교 대상이 됐다. 농구 전문가들의 경우 형보다 낫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허훈 역시 여기에 대해서도 "누가 낫고 누가 못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허훈은 마치 '아버지는 아버지, 형은 형, 나는 나'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듯 보였다.

"제가 형보다 낫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고 싶지 않아요. 형이나 저 모두 서로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는 그런 사이죠. 제가 딱히 형보다 재능이 있다는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포지션도 다르죠. 형은 2번(슈팅 가드)이지만 저는 1번(포인트 가드)이니까요. 형은 슛이 좋고 스피드와 돌파력이 좋지만, 저는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나 외곽에서 포스트의 능력을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에 주력하죠."

▲ 허훈은 농구선수로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아버지 허재 감독과 형 허웅과 확실한 선을 그으려고 한다. 형은 3학년을 마치고 프로 무대로 갔지만 자신은 대학을 모두 마친 후에 프로에 가겠다는 계획을 이미 굳혔다.

형은 실력을 인정받아 졸업을 기다리지 않고 3학년만 다니고 프로에 진출했다. 그렇기 때문에 허훈 역시 대학 재학 도중 프로에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허훈은 이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형도 3학년에 프로 갔다고 해서 저도 그렇게 되란 법은 없잖아요. 저는 조기 진출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아직 대학에서도 1등이 되지 못했는 걸요. 대학에서 최고가 되고 4학년 모두 다니고 프로에 가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허훈이 최근 농구팬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역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활약이 컸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는 시야도 탁월하고 득점력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침체된 한국 농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받고 있다.

"사실 최강전 때는 우리가 했던 훈련대로 잘 됐던 것 같아요. 덕분에 많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죠. 아직 개인적으로는 모자라긴 하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죠."

아직 허훈은 대학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프로 조기 진출 의향이 더욱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것이 많아요. 고등학교 때는 혼자서 30, 40점을 넣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학이라는 성인농구에서는 스피드도, 체격 조건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팀 플레이로 풀어나가야 해요. 이 때문에 1학년 때는 적응이 되지 않아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자신감도 없었어요. 2학년에 올라와서야 대학 농구가 어떻다라는 것을 알게 됐죠."

▲ 허훈은 연세대에서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대학리그 우승도 해야 하고 라이벌 고려대도 이겨야 한다. 대학 2년 동안 아직까지 고려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허훈이 풀어야 할 숙제다.

◆ 갈길이 멀다는 허훈, "대학리그도 우승하고 라이벌 고려대도 이겨봐야죠"

허훈은 대학리그에서 아직 이뤄보지 못한 것이 많다. 대학리그 우승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라이벌 고려대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이 신입생 때부터 고려대는 대학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올해 역시 고려대를 이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극복해내지 못했다.

"고려대는 신장이 크기 때문에 높이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해요. 많이 따라가긴 했지만 아직까지 전술 완성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연고전 때도 거의 이긴 경기였는데 3, 4쿼터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져서 역전을 허용했어요. 이번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서는 고려대를 꼭 이겨야죠."

허훈의 눈은 어느새 내년을 향해 있다. 오는 12일 시작되는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올해는 고려대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있지만 내년 연세대를 대학 최강으로 올려놓겠다는 더 큰 목표가 있다. 이 때문에 방학부터 시작하는 동계훈련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더 채워나가고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죠. 지금까지 저학년으로서 선배들과 보조를 맞추는 역할이었다면 3학년이 되면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니까요. 결국 동계훈련에서 제 3학년이 좌우되고 내년 성적도 판가름나지 않을까 싶어요. 후반에 가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발견했으니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고 정신력에 대해서도 보강을 해야죠."

그렇다면 허훈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허훈은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젠 국가대표 욕심도 내야죠. 이 시대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없어서는 안될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야할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 '농구선수 허훈'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요."

▲ 허훈의 목표는 '없어서는 안될 선수'다. 농구계에 발을 들였기 때문에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시대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 허훈 프로필

△ 생년월일 = 1995년 8월 16일
△ 체격 = 181㎝ 75㎏
△ 가족관계 = 아버지 허재, 형 허웅
△ 출신교 = 삼광초등학교-용산중학교-용산고등학교-연세대학교(스포츠레저학과 2학년 재학중) 
△ 주요 경력
- 2011년 FIBA 아시아 U-16 남자농구선수권 국가대표
- 2012년 FIBA 아시아 U-18 남자농구선수권 국가대표
- 2013년 FIBA U-19 세계남자농구선수권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남고부 최우수상
- 2013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남고부 최우수상 (2연패)
- 2014년 KB국민은행 대학농구리그 신인상

[취재후기] '호랑이 새끼'는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라고 했던가,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던 허재 감독과 마찬가지로 허훈 역시 인터뷰를 하면서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과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을 때라며 자신을 낮출 줄도 안다. "공격적인 것도 그렇고 수비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 모두 양동근(울산 모비스) 선배를 닮고 싶어요"라고 말하지만 롤 모델이나 우상은 딱히 없다고 한다. 이 선수, 저 선수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허훈의 꿈이다. 그리고 농구선수 허훈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말한다. 이미 실력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허훈이기에 아버지에 버금가는 또는 넘어설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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