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Tip!] 2006년 서울컬렉션 SFAA로 데뷔한 유민규(27)는 2011년 케이블채널 tvN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부터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다음해부터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 '아름다운 그대에게' '주군의 태양' '비의 나라' '처용' 등 공백기를 누릴 새 없이 스펙을 쌓아왔다. 잘생긴 얼굴과 타고난 신체를 가진 그는 어떤 연기자들보다도 강력한 무기를 가졌음에도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장르의 영화 ‘원나잇 온리’에 출연하는 대담함까지 갖췄다. 항상 연기에 대해서 고민 중이라는 유민규의 목표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스포츠Q 글 이예림‧사진 이상민 기자] “박해일, 차승원 선배님처럼 이름 석 자만으로도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 설명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 촬영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휴식기에 돌입할 예정인 배우 유민규를 17일 오후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의 잘생긴 카페 사장부터 퀴어 영화 '원나잇 온리'까지
유민규는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서 잘생기고 유창한 언변을 자랑하는 카페 사장 강기준을 연기한다. 16일 오후 방송된 118회에서는 강기준이 어머니 이태리(견미리)의 과거에 분노해 오열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 방송이 나간 뒤에 유민규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회가 거듭될수록 빛을 발하는 그의 연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빛나는 로맨스’의 중간까지는 제 분량이 없었어요. 아예 출연을 하지 않는 회도 있고 제겐 충격이었어요. 시놉시스에서는 비중이 있는 캐릭터였거든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대충했어요. 나중에서야 적은 분량이어도 고민을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뒤로 준비를 많이 했죠. 고민은 계속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연극영화를 전공하지도 않고 따로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유민규에게 지도 선생님은 영화와 드라마 작품들이고 감정의 가이드라인은 음악이다. 귀신을 보는 형사가 도시괴담 뒤에 숨겨진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수사극 ‘처용’에 출연한 유민규는 형사 민재를 연기하기 위해 수사물을 참고했다. 또 배우 정은채와 함께 출연한 단막극 ‘비의 나라’를 위해서는 음악에 영혼을 맡겼다.
“‘처용’은 제가 처음 형사 연기를 했던 작품이에요. 경찰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말투를 쓰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제가 경찰서를 가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서 수사물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죠. 드라마 ‘비의 나라’에서는 제가 맡은 배역이 우울한 고등학생이었어요. 제 성격은 밝아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리듬은 없지만 멜로디만 흘러나오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촬영을 할 때면 불안한 심리가 표출이 되더라고요.”
한창 연기가 힘들면서도 재밌는 시기를 걷고 있는 신인 배우 유민규가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여배우는 ‘로코퀸’ 공효진이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촬영할 때 공효진 선배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없어서 말 한마디도 못해 봤어요.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여배우인데 정말 아쉬웠죠. 그 때는 같은 소속사에 있던 때도 아니었고요.(현재 유민규와 공효진은 같은 소속사 식구다) 연상연하 커플이라던가 제가 공효진 선배를 짝사랑하는 연하남으로 출연해서라도 같은 프레임 안에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유민규는 연기 인생에서 탐나는 배역과 작품을 묻는 질문에 고민도 없이 '사이코패스 연기'와 ‘친구와 연인사이’를 꼽았다.
“굉장히 지능적이고 그런 걸 즐기는 사이코패스 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검도를 오래 했거든요. 검을 쓰는 액션 영화도 욕심나고요. 제가 애쉬튼 커처와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친구와 연인사이’를 재밌게 봤어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지만 코미디도 있고 로맨스와 갈등이 공존하는 그런 장르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30대 중반에 찍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항상 작품에 대해 고민한다는 유민규는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유민규는 김조광수 감독의 신작이자 2014 서울 LGBT(성적소수자)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된 퀴어 옴니버스 영화인 ‘원나잇 온리’에서 동성애 연기를 펼쳤다. 기성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동성애 연기이기에 그의 선택 계기가 더욱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배우라면 정말 해보고 싶은 연기이기도 하죠. 저도 욕심이 났고 배우로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겪어보지 못한 동성애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도전해 보고 싶어 대표님께 말씀을 드렸죠. 대표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셔서 도전을 하게 됐어요. 남자와의 스킨십이 어렵더라고요. 이태원에서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난 뒤에 이제 못할 연기는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 모델로 입문해 연기자의 길을 걷다
188cm의 키에 선배 배우 강동원을 연상시키는 얼굴의 소유자인 유민규 또한 외모와 신체 조건이 우월한 모델 출신 연기자다. 2006년 서울컬렉션 SFAA로 데뷔한 그는 애초에 모델과 연기자를 꿈꾼 적이 없는 평범한 남자였다. 그러나 주위에서 남들보다 돋보이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모델을 꿈꾼 적은 없어요. 딱히 잘하는 것도 없었어요. 제가 키가 크니까 모델 일을 권유받았죠.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모델로 활동하게 됐어요.”
모델은 그야말로 신체가 타고나야 꿈꿔볼 수 있는데다 빛나는 조명 아래서 도도하게 걷는 화려한 직업이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컸다. 2년 반 정도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않았던 유민규는 아버지를 패션쇼 무대에 모셨다. 아들의 진심과 열정을 확인하고서야 아버지는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아버지는 드라마 속 유민규를 보며 가장 큰 지지를 보내고 있는 팬이다.
“모델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아버지의 반대가 정말 컸어요. 제가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난 뒤에 2년 반 동안 아버지와 대화를 하지 않았죠. 아버지께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머니를 설득시켜 아버지를 패션쇼장에 불렀죠. 쇼가 끝난 뒤에 아버지께서 제게 문자를 보냈어요. ‘그래도 네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 고생했다. 열심히 해서 성공해라’라는 내용이었는데 문자를 보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울었어요. 그때 아버지와 소원했던 관계가 풀렸죠. 어른들께서 일일드라마를 많이 보시다 보니 요즘 아버지가 제가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로서는 기분이 좋죠.”
기본 아이템인 흰색 셔츠와 짧은 반바지 위에 그레이 아우터를 걸치고 패셔너블한 시계와 블루 톤의 팔찌를 차고 있는 그에게 주로 쇼핑을 어디서 하냐고 물었더니 “이 검은색 반지 빼고는 스타일리스트 분이 코디해 주신 거예요. 모델 일을 할 때는 패션에 관심이 많고 편집숍을 자주 갔는데 요즘은 안 가요”라고 답한다. 이제는 모델보단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유민규다.
◆ “불안한 청춘이지만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
“아직 연애보단 일이 우선”이라는 유민규는 여유보다는 커리어를 성실히 쌓아가야 할 20대 청춘이다. 유민규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 때나, 휴식기에나 만나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 때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 10대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은 불안한 20대 또한 공유하고 있다.
“친구들과 만나면 앞으로의 일에 대해 얘기하죠. 이미 취업한 친구들도 있고 대학원생인 친구도 있고 와인 바를 운영하는 친구도 있고 다양하죠.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을 많이 해요. 특히 와인 바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는 미술을 전공했는데 작품 활동 및 전시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친구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과 비슷하죠.”
유민규는 아직 자신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많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은 유민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사람들이나 스태프들에게 ‘인간미 있는 배우’로 남고 싶은 것이다.
“많은 경험을 해봐야 돼요. 설명을 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일단 이걸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걸 시도해 보는 거고. 사람들과 스태프들에게 인간미가 있는 배우로 보여 지고 싶어요. 제 자신을 평가해 본다면 나름 편안한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취재후기]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너무도 신나서 그 날은 꼭 술을 마신다는 유민규. 연기를 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으로 최근 ‘빛나는 로맨스’의 세트 감독이 그에게 감정 연기가 좋았다고 말했을 때를 꼽았다. 연기와 작품에 대한 질문에는 진지한 눈빛으로 곰곰이 생각하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면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카페에서 기르고 있는 개의 이름을 부르며 함께 노는 유민규는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어른과 소년의 얼굴을 한 유민규는 또래 연기자들보다 다르게 여물어 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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