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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홍명보호 기적을 바란다면, 알제리의 '실패학'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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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홍명보호 기적을 바란다면, 알제리의 '실패학'을 배워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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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수비 불안·전술 노출 등으로 16강 난망…투혼과 선수 기용,전술 변화 절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불과 닷새전 러시아전 무승부로 희망을 줬던 한국 월드컵축구 대표팀이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러시아와 첫 경기를 잘 치르고도 두번째 경기를 제대로 넘지 못하면서 16강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자력 진출은 물건너 갔고, 이제 기적만 바라봐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에스타디오 베이라 히우에서 열린 알제리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에서 2-4로 완패,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FIFA 역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알제리에 한국이 으스러졌다(Koreans crushed by impressive Algeria)'는 말로 한국이 완패했음을 알렸다.

대표팀이 16강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나흘 뒤인 27일에 벌어지는 벨기에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러시아가 알제리에 1-0 정도의 승리만 거두는 것이다. 매우 희박한 가능성일지라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기적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기적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알제리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나흘 안에 다시 치유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실패한 것이 무엇인지 되짚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교훈을 배우는 '실패학 정신'이 필요할 때다. 그런 점에서 알제리가 벨기에전 역전패의 실패를 딛고 32년만의 월드컵 첫 승리를 쟁취한 '실패학'에서 대반전의 단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 튀니지전부터 같은 선발 라인업, 훤히 드러난 전술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튀니지전에 골키퍼 정성룡에 윤석영, 김영권, 홍정호, 이용의 포백 수비진과 기성용, 한국영의 미드필드진을 출격시켰다. 또 손흥민과 이청용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원톱 박주영을 지원케 했다.

튀니지전에서 썼던 선발 라인업은 지난 러시아와 1차전은 물론이고 알제리와 2차전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가나와 평가전 역시 부상 때문에 선발로 나서지 못한 홍정호 대신 곽태휘를 내세우고 이용을 김창수로 바꾼 것을 제외하면 같았다. 그나마 나중에는 김창수를 이용과 바궜고 홍정호도 나중에 곽태휘와 교체시켜 같게 만들었다. "우리의 베스트 11은 이것"이라고 널리 알려준 꼴이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없다보니 전술이 훤히 드러났다. 홍명보 감독이 상대팀을 현혹시키면서 전술을 숨기고 싶었다면 평가전에서 미리 선발 라인업을 공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고작 숨긴 것이라고는 선수들의 등번호 뿐이었다.

월드컵 대표팀이 전술의 변화를 꾀하고 싶었다면 어느 정도의 선수 변화는 줬어야만 했다. 물론 잘하는 선수를 빼기는 어렵겠지만 계속 폼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일부 선수는 다른 선수로 교체해줬어야만 했다.

이미 벨기에전에서 실패를 맛본 알제리는 과감한 선수 교체로 전술의 변화를 줬다. 벨기에전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을 빼고 무려 5명을 바꿨다. 압델무멘 자부와 이슬람 슬리마니, 야신 브라히미 등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공격수를 내보냈고 측면 수비의 강화를 위해 아이사 만디와 자멜 메스바흐를 투입했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이전 경기에 비교해 5명이나 선발을 바꾸는 것을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상대에게 정곡을 찔린 선수 구성으로 인해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 닷새만에 활짝 열린 중앙수비

한국 대표팀은 지난달 튀니지전과 가나전 등 두차례 평가전에서 중앙수비가 계속 뚫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나전에서 0-4로 대패한 것 역시 중앙수비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전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한국영과 기성용의 앞선 미드필드부터 제대로 수비가 되면서 김영권과 홍정호의 중앙수비도 안정을 되찾았다. 홍정호가 다리에 쥐가 나면서 곽태휘가 교체된 뒤 잠시 혼란스러은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했다.

러시아와 경기에서 1-1로 비기긴 했지만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도 중앙수비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과 닷새만에 중앙수비는 다시 '자동문'이 됐다.

김영권과 홍정호로 이뤄진 중앙수비는 상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첫번째와 세번째, 네번째 실점 모두 상대 선수와 공간을 모두 놓친 결과였다. 첫번째 실점은 김영권과 홍정호가 동시에 상대 공격수 하나를 막지 못해 생겨난 결과였고 세번째 실점 역시 한쪽으로 수비에 치중하다가 아무도 따라붙지 않은 다른 공격수를 놓친 결과였다. 네번째 실점 역시 2대1 패스 한번에 상대 선수를 놓쳤다.

코너킥 세트 플레이에서 나온 두번째 실점 역시 김영권이 상대 선수를 놓친 결과였다.

중앙수비가 안정되지 못하니 공격이 제대로 될리가 만무했다. 대표팀은 전반 초반 알제리의 파상공세에 어찌할 줄 모르다가 힘없이 세 골을 내줬다. 슛은 단 하나도 때리지 못했다.

◆ 언제까지 박주영을 쓸 것인가, 최근 4경기에서 고작 슛 3개

스트라이커라면 골을 넣어줘야만 한다. 지금 월드컵 대표팀의 원톱이라면 최근 4경기에서 3골을 넣어주는 골 결정력 정도는 보여줬어야만 했다.

그러나 현재 원톱 박주영의 기록은 4경기에서 3골이 아니라 슛 3개다. 그 슛 3개가 모두 들어갔다면 만회가 됐겠지만 모두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주영은 월드컵 본선 첫 경기인 러시아전에서는 아예 슛 하나 때리지 못했고 알제리전 역시 위력이 떨어지는 슛만을 기록했다.

박주영은 분명 골 감각이 있고 '냄새'를 잘 맡는 공격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이는 공격력과 기량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뽑을 때 "박주영만한 공격수를 찾지 못했다"는 말로 팬들을 진정시켰지만 박주영은 이미 '특혜 논란'에 휩싸여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 폼이 떨어진 정성룡, 두 대회 연속 4실점 경기

정성룡의 폼이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월드컵 대표팀 내에서도 부진한 정성룡 대신 김승규과 대안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특히 정성룡은 이미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4골을 실점하기도 했다. 정성룡은 이번 알제리전까지 포함해 월드컵 두 대회 연속 4실점 경기를 치른 선수가 됐다. 결코 자랑스러운 기록이 아니다.

정성룡은 알제리전에서도 위치 선정에서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번째 실점 과정에서 제대로 펀칭을 하지 못한채 힘없이 골을 내줬다. 정성룡은 이후에도 계속 불안함을 노출, 하마터면 더 많은 실점을 기록할 뻔 했다.

이젠 정성룡에서 벗어나 김승규나 이범영 같은 다른 골키퍼를 적극 기용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 선수들은 투혼을, 감독은 전술을

이제 월드컵 대표팀은 벨기에와 일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벨기에전이 한국 축구의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혼과 정신력을 보여줄 때다.

바로 그런 투혼과 정신력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줬다. 네덜란드전에서 0-5로 완패,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한국 축구는 벨기에와 1-1로 비기는 투혼을 발휘했다. 벨기에는 당시 무승부로 조 3위에 그쳐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한국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유종의 미로  갈채를 받았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을 발판 삼아 경기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대표팀은 알제리전에서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던 박주영과 이청용을 너무 늦게 빼는 바람에 추격할 힘을 잃었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 그들을 일찍 빼고 김신욱과 이근호 등이 들어왔다면 조금 더 알제리 골문을 위협, 대기적과 이변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이제 진인사대천명이다. 벨기에전에서 대승을 거둔 뒤 알제리와 러시아의 경기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설령 16강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월드컵은 4년마다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오늘의 부진에서 얻은 교훈을 '위대한 유산'으로 삼아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된다. 자만하면 자멸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강호들이 번번이 나가 떨어지는 것에서 잘 볼 수 있다. 홍명보호에, 한국축구에 '실패학'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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