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올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상위권 팀들의 화두는 마운드 보강이다.
내년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LG(엘지)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대형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LG는 KIA(기아) 타이거즈 필승조였던 장현식 영입전에서 승리했고, 삼성은 LG 선발 최원태를 데려와 탄탄한 5선발을 구축했다. LG가 불펜, 삼성이 선발에서 확실한 보강에 성공해 ‘윈나우(우승 도전)’를 예고했다.
두 팀에 비해 올 시즌 통합 우승을 거머쥔 KIA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에릭 라우어(미국) 대신 애덤 올러(미국)를 영입한 게 전부, 오히려 장현식을 순위 경쟁팀에 내주면서 전력이 약해진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잠잠하던 KIA는 연말에 접어들면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19일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 조상우(30)를 깜짝 트레이드로 품에 안았고, 21일에는 전천후 투수 임기영(31)을 FA 잔류시켰다. 종무식 후 휴가를 앞둔 시점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으로 삼성, LG와의 격차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KIA는 19일 "현금 10억원과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조상우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대전고 출신 조상우는 2013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뒤 사회복무요원(2022~2023년)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히어로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조상우는 프로 통산 343경기 33승 25패 54홀드 88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11을 기록했다. 2015년과 2019년 프리미어 12,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시속 150km대의 패스트볼을 필두로 슬라이더, 스플리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겸비한 투수다.
내년까지 리빌딩을 예고한 키움은 조상우를 줄곧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았다. 조상우는 올해 44경기 1패 9홀드 6세이브 ERA 3.18로 무난하게 활약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8월초 이후 1군 등판 기록이 없는 게 변수로 꼽혔다. 지난 5월 김휘집 트레이드 이후 키움이 1라운드 지명권 포함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2장 이상을 요구하는 건 확정적이었는데, 조상우는 1년 뒤 FA를 앞두고 있어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
KIA는 모두가 주저하던 시기에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내년 1라운드 마지막 순위 지명권을 가진 KIA는 2라운드 수준의 지명권을 주고 조상우를 데려와 장현식의 공백을 메우는 게 합리적이라 판단했다. KIA는 “현장과 불펜 보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김세현 트레이드로 우승을 경험했던 것처럼 또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가 되길 기대하는 타이거즈다.
조상우는 20일 KIA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BO 최고 명문구단인 KIA에 합류해서 영광이다. 올 시즌 우승팀인 만큼, 내년에도 좋은 성적으로 우승하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나는 항상 마운드에서 잘 싸우는 느낌으로 던지는 투수다. 야구장에서 승리를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 한국에서 열심히 몸 만들다가 미국 캠프 가서 체계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상우 트레이드를 마친 KIA는 빠르게 집토끼 단속을 이어갔다. KIA는 21일 "임기영과 3년 총액 15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9억원·옵션 3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북고 출신 임기영은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 2014년 12월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KIA에 합류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2017년부터 줄곧 KIA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임기영은 프로 통산 285경기 51승 59패 21홀드 4세이브 ERA 4.80을 마크했다. 지난해 1군 데뷔 후 가장 많은 64경기에 출전, 4승 4패 16홀드 3세이브 ERA 2.96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37경기 2승 6패 2홀드 ERA 6.31로 부진했으나 수년간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팀에 헌신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임기영은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은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구단에 감사하고, 열정적인 KIA 팬들의 함성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팀이 한국시리즈 2연패(連霸)를 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상우 트레이드와 임기영 잔류로 KIA는 내년 시즌 마운드 구상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선발은 제임스 네일~올러~양현종~윤영철 체제에 내년 6월 좌완 이의리가 돌아오기 전까지 황동하, 김도현 등이 기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펜은 세이브왕 정해영을 필두로 조상우, 전상현(이상 우완), 곽도규, 이준영, 최지민(이상 좌완)이 필승조로 대기 중이다. 5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자원이 임기영과 함께 롱릴리프로 합류하면 빈틈이 없다.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 등 30대 중후반 이상의 베테랑이 많은 KIA는 내년을 우승 적기로 보고 V13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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