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홍현석 기자] 시즌 초반 부진한 플레이로 강등권까지 추락할 것 같았던 FC서울이 드디어 여름 더위와 함께 살아나고 있다.
벌써부터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상위권 팀들이 서울의 이런 활약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슬로우 스타터로 상위권 팀들을 누르고 4위 자리에 복귀하는 저력을 보였던 FC서울이다.
월드컵 방학 이후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되는 7월들어 서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점차 예전의 좋았던 서울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12팀밖에 없는 K리그 클래식에서 한 번 미끄러지면 하위 스플릿으로 미끄러질 수 있는 상황. 서울이 7위로 상승하면서 상위 스플릿에 포진해 있는 6개 팀을 위협하고 있다. 언제라도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서울이 드디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 7월은 서울 반전의 달
전반기를 3승3무6패 승점 12로 마감하며 FC서울이라는 이름값에 맞지 않은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여름 더위와 함께 FC서울의 무서운 저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48일간의 월드컵 방학을 마치고 후반기에 벌어진 3경기에서 서울은 1승2무를 거뒀다. 물론 이 성적이 크게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전반기 연패를 거듭하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다.
지난 5일 전남전에서도 전반 초반에 2골을 실점하면서 끌려 다녔지만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 끝내 2-2 무승부에 성공했다. 그리고 4일 뒤 디펜딩 챔피언 포항을 만나 원정경기임에도 승점 1을 챙겼다.
무엇보다도 지난 12일 라이벌 수원과 슈퍼매치에서 자신감을 찾은 게 크다. 4만6549명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역대 9위 관중기록의 열기 속에 서울은 수원에 2-0 완승을 거두고 7위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상위 스플릿 진출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수원전에서 “후반기에 서울을 경계하는 팀들이 많은 것 같은데 먼저 좋게 봐주는 것에 감사하고 우리 팀 전력으로 봤을 때 이 순위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매치를 계기로 반전의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후반기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성적은 지난해와 매우 닮았다. 지난 시즌도 초반에 매우 좋지 않았다. 시즌 시작을 무승부로 한 서울은 리그 7경기 동안 단 1승도 하지 못하며 4무3패를 기록했다. 4월 20일 대구전에서 승리할 때까지 두달간 승리가 없었다. 그러나 7월은 전혀 달랐다.
서울은 6월부터 전남과 부산에 내리 승리를 거두고 7월 3일 포항전에서는 패배했지만 FA(축구협회)컵까지 포함해 8월까지 9승3무3패를 기록하며 승률 70%를 기록했다. 특히 7월에는 5승1패를 기록, 후반기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4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 몰리나의 부활, 공수 연결 원활해져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서울은 전력에서 많은 출혈이 있었다. 팀 전력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데얀(33·장수 슌톈)과 하대성(29·베이징 궈안)이 모두 중국으로 이적했고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며 전반기에 9위까지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데얀과 함께 '데몰리션'을 이뤄 공격을 이끌었던 몰리나(34) 역시 부상과 부진으로 전반기에 단 한 경기도 나오지 못하면서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선수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후반기 첫 경기인 전남전에 선발 출장한 그는 0-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점인 킥을 이용해 수비수 오스마스(26)의 만회골을 도왔고 후반 막판에는 수비수를 따돌린 뒤 왼발로 골대 구석을 노리는 슛을 통해 동점골까지 폭발했다.
수원과 슈퍼매치로 뒤늦게 시즌 홈 데뷔전을 치른 몰리나는 활발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킥을 통해 수원 수비진을 괴롭혔고 전반 막판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김진규(29)의 헤딩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기들어 3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 공격 부활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랜만에 몰리나를 실전 배치했던 최용수 감독은 “그동안 서울이 전반기에 공수 조율이 잘 되지 않아 경기가 잘 안풀렸다. 하지만 몰리나가 돌아오면서 공격과 수비에서의 연결이 매끄러워졌다”고 몰리나의 최근 활약을 칭찬했다.
◆ 점점 자리잡고 있는 스리백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스리백의 귀환이다. 칠레나 네덜란드가 스리백을 쓰면서 좋은 활약을 했고 유로 2012에도 이탈리아 스리백을 쓰면서 결승까지 올라갔다.
이에 서울도 올 시즌 시작과 함께 수비포맷으로 스리(3)백을 활용하겠다고 공언했고 그 결과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그동안 포(4)백 수비에 익숙했던 선수들은 스리백에 혼란을 느꼈고 이 때문에 공격, 수비 모두 좋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 휴식기부터 최용수 감독은 점차 서울에 맞는 스리백을 점차 만들어가고 있다.
수원과 슈퍼매치에서 서울은 이웅희(26), 김진규, 김주영(26)을 스리백에 놓고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오스마르를 미드필더로 올리는 전술을 짰다. 그리고 전방부터 서울의 압박은 거셌고 이에 수원은 공격이 무뎌지며 0-2 완패를 떠안았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우리만의 스리백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 오스마르를 전방 배치한 것도 수원의 공격 줄기를 끊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수원전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로 뽑힌 수비수 김진규는 “수비진에서 선수들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오랜 기간 훈련을 하며 그 어색함이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초반에는 공격적인 스리백을 사용하는 우리 팀 전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점차 스리백에 대해 익숙해지고 상대팀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어 점차 팀이 안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이런 변화는 후반기 시작 후 3경기에서 단 2실점을 하고 있고 상위권 팀들인 포항과 수원을 상대로 무실점하며 점차 자리잡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신진 선수들의 성장
기존 스타들이 빠져나가면서 서울은 리빌딩 기간을 보내고 있다. 리빌딩의 관건은 바로 신진급 선수들의 빠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신예들이 최용수 감독을 웃게 만들고 있다.
수원과 슈퍼매치에서 무실점으로 막는데 큰 공헌을 했던 이웅희는 올 시즌을 서울 수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서울은 아디의 은퇴와 김동우의 군입대로 중앙 수비라인이 약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전에서 영입한 이웅희는 스리백의 한 자리를 맡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5경기에 출장한 그는 182cm라는 크기 않은 키에도 빠른 움직임으로 김진규 김주영과 함께 탄탄한 수비망을 짜고 있다. 이웅희에 대해 최 감독은 “이웅희가 워낙 좋은 선수여서 벤치에 앉혀두기 아까웠다”며 “그래서 오스마르를 위쪽에 배치시켜 공수 모두를 강화했다”고 칭찬했다.
윤주태 성장 역시 활력이 되고 있다. 20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2014 드래프트를 통해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데얀의 이적과 그를 대신하기 위해서 영입된 하파엘 코스타의 부진으로 현재 서울 최전방은 무주공산과 다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윤주태가 슈퍼매치 막판에 골을 넣으며 성장세를 증명해 팀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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