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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미국과 영국의 '박태환'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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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미국과 영국의 '박태환'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 최문열
  • 승인 2016.05.20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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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미국의 라숀 메릿(LaShawn Merritt)과 영국의 드웨인 챔버스(Dwain Chambers),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ar).

이들 셋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핑 징계로 인해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최종 결정으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사연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무대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현재 국내 스포츠계에서 시끌시끌한 박태환(27)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기 위해선 박태환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미국과 영국 선수의 사례를 상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먼저 미국의 라숀 메릿의 경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육상 400m 챔피언인 그는 2010년 10월 도핑으로 21개월간 징계를 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징계가 풀리지만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07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중 도입한 Rule 45, 이른바 오사카 규정(Osaka Rule) 탓에 참가가 어려운 처지였다.

오사카 규정의 골자는 선수가 도핑으로 인해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을 경우 그 다음에 개최되는 동, 하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2011년 10월 “오사카규정이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은 물론 선수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CAS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CAS는 오사카규정이 모법(母法)인 국제 반 도핑 기구(WADA) 규정에 근거가 없고 ‘이중처벌’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IOC는 그 규정을 없애고,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이번에는 영국의 육상선수 드웨인 챔버스와 사이클 선수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ar)의 경우다. 영국올림픽위원회(BOA)는 1992년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올림픽에 영구히 출전하지 못하도록 막아왔다. 챔버스와 밀러는 2003년과 2004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2년간 자격 정지를 받았다. 챔버스의 경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선발전 남자100m에서 우승했지만 이 규정에 의해 출전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WADA가 2011년 1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이사회를 열고 ‘도핑에 적발된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영국 규정이 위반이라고 밝히자 BOA가 이에 반발해 들고 일어섰다. CAS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은 것은 물론이다.

2012년 4월 CAS는 다시 한 번 천명했다. IOC의 규정이건 BOA의 규정이건 도핑으로 인한 선수의 이중 처벌은 안 된다는 것이 핵심 요지다.

WADA(World Anti-doping Agency)의 도핑선수 제재관련 조항에는 가맹기구에 의해 실질적인 변경 없이 시행돼야 하며, 가맹기구는 이 조항의 효력을 변경하는 추가적인 규정을 둘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WADA는 국가별 도핑방지 기구를 관장하는 IOC 산하 기구이며 대한체육회는 미국 USOC와 영국 BOA처럼 이를 준수해야 하는 회원국이다.

결국 ‘미국과 영국의 박태환’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했다.

물론 여기에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WADA나 CAS가 이중처벌을 금하는 것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위해 그리고 선수의 인권을 위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올림픽의 상업적인 흥행을 위한 IOC의 물밑 셈법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제는 한국의 박태환이다.

한국의 박태환과 영국의 챔버스는 자국의 체육기관이 더 가혹한 규정을 들이대는 것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국제 원칙이 정해진 뒤의 각국 체육기관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개최했던 BOA가 크게 반발했다가 CAS의 판결로 국제 기준이 새롭게 정해지자 발 빠르게 이를 적용 시행한 것과는 달리 대한체육회는 2011년 10월과 2012년 4월 IOC의 오사카 규정과 BOA의 규정이 수정 변경되는 것을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모법(母法) 또는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WADA의 기본 원칙에 역행하는 규정을 2014년 7월 제정한다. ‘도핑으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 기간이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국가대표선발규정 제5조 제6호가 그것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1년 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마친 박태환이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하고도 오는 8월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는 것은 이 규정 때문이다.

이번에 박태환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더라도, 또는 이번 논란을 물밑에서 해결하고 어물쩍 넘어간다고 해도 나중에 제2, 제3의 박태환이 나올 경우 언제든 국내, 외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잘못된 규정이라는 얘기다. 국제 스포츠 법 관련 전문가들은 국제 원칙의 위반이라며 이 규정의 문제점을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해오기도 했다.

여기서 궁금한 대목은 대한체육회가 당시 국제스포츠계에서 이슈가 됐던 오사카 규정이 폐지되는 일련의 과정을, 또 그 뒤 일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비판의 목소리를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대한체육회가 2013년 요하네스버그 WADA 회의에 참석해 WADA의 징계 이외에 또 다른 징계는 이중처벌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태환 논란의 핵심이 대한체육회 규정의 국제 기준 위반 여부인데도 ‘박태환 특혜’와 ‘박태환 동정론’ 등으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일각에서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통합 작업을 최근 마무리한 대한체육회가 현재 과도기로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대한체육회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의 올림픽위원회(NOC)다.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동서화합의 장을 이루기도 했다.

한데 IOC의 국제 기준과 원칙을 무시한, 잘못된 자체 규정을 갖고 “규정은 규정이고 기록은 기록”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언제까지 되뇌고 있을지 씁쓸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대표 선발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게 일찌감치 정비했다면 작금의 박태환 논란은 과연 일어났을까? 결자해지해야할 주체가 대한체육회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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