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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정지' 이기흥 출근, 체육회노조 규탄 시위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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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정지' 이기흥 출근, 체육회노조 규탄 시위로 맞불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1.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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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출근해 업무를 본 걸 기사로 접했다. 사실일 경우 직무정지 상태에서 할 수 없는 초법적인 행위다. 일반적인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법을 무시하는 형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를 통해 이기흥 회장의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추가 징계 법적 검토까지 예고했다. 이 회장이 11일 문체부의 직무정지 통보 후 열흘 만에 출근, 업무 강행을 보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의 출근길에서 대한체육회노동조합의 시위가 펼쳐진 가운데 이 회장과 문체부의 강대강 대치는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중앙)이 규탄 시위 앞에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노조 제공]

이기흥 회장은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집무실에 출근해 업무 관련 협의를 하고, 오후에는 충북 진천선수촌을 찾아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AG) 관련 추진 현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무정지 중인 회장이 체육회 현안 관련 보고를 받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기흥 회장 측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방문했다"란 명분을 내세웠다.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정관상 ‘국외에서 개최되는 체육 관련 행사, 대회, 회의 및 교섭 등 국제관계 업무에 한해 체육회를 대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체육회 내 담당 직원들은 이 회장의 행보가 “IOC 위원으로서의 통상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골이 깊었던 이기흥 회장과 문체부는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의 발표를 기점으로 더욱 멀어졌다. 당시 점검단은 “이 회장의 부정 채용 지시 등 비위 혐의를 다수 발견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 발표했다. 문체부는 이를 보고받은 뒤 11일 이 회장에게 직무정지 통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노조 제공]

궁지에 몰린 이기흥 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1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선 도전의 첫 단추를 끼웠다. 같은 날 직무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3일에는 국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점검단의 수사 의뢰를) 1%도 동의 못 한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8일 뒤 출근 및 업무 강행으로 여론을 들썩이게 했다. 이 모든 일이 열흘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일어났다.

재선 임기가 끝나가는 이기흥 회장은 앞으로 1주일 동안 더욱 속도감 있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제42대 체육회장을 뽑는 선거가 내년 1월 14일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임기 만료일 90일 전인 오는 29일까지 회장직 사직서를 제출해야 3선에 도전할 수 있다. 그는 애초 27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회견 장소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의지를 드러내는 이기흥 회장을 향해 문체부는 물론 대한체육회노조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성하 위원장, 지원석 사무국장을 필두로 한 노조 조합원 30여 명은 21일 오전 올림픽회관 1층 로비에서 20여분 간 ‘출근길 저지 및 규탄을 위한 긴급 시위’를 실시했다. 같은 날 오후 진천선수촌에서도 선수촌지부장과 선수촌지부원이 성명서를 들고 이 회장 앞에서 규탄 시위를 이어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오른쪽)이 진천선수촌을 방문한 가운데 체육회 노조 조합원들이 성명서를 들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노조 제공]

대한체육회노조는 “이기흥 회장이 직무정지 상태임에도 출근을 강행했다.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 출석 의무 회피 등을 위해 국내외로 도피성 출장을 다니며 오랜만에 마주친 직원들을 향해 일언반구의 변명이나 사과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대한체육회노조는 이기흥 회장의 출근 명분인 IOC 위원 자격에 대해 ‘언어도단’이라며 “IOC 위원이 꼭 대한체육회에 방문해서 업무를 할 일도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한체육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임된 자가 회장 직무정지 상태에 IOC 위원직을 핑계로 내세운 것”이라며 비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현재까지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기흥 회장이 공식적으로 3선 도전 의지를 밝히면 최대 7명이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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