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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꿈을 향한 루키 이재준의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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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꿈을 향한 루키 이재준의 '야간비행'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0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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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충무로의 밤하늘에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탄생했다. 188cm의 큰 키와 작은 얼굴, 강렬한 눈빛의 이재준(24)은 예사롭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스크린 데뷔작 ‘야간비행’이 개봉한 지난 8월28일 오전, 연남동 초입에 자리한 오픈카페에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청재킷 차림의 청년이 나타났다.

 

◆ 외로운 열여덟 소년, 위태롭게 날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은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은 한때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으나 엇갈린 고교시절을 보내는 모범생 용주(곽시양)와 문제아 기웅(이재준)이 학교와 가정, 사회 속에서 외로워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우정을 만들어가는 드라마다.

이재준이 연기한 기웅은 불멸의 청춘스타 제임스 딘 이래 너무나 익숙하고도 여전히 매력적인 반항하는 청춘 캐릭터다. 말보다 주먹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인물이라 눈빛과 표정만으로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야 했다.

“연기 초보라 대사가 없어서 처음엔 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눈과 몸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려니 점점 힘들었다. 특히 눈빛 연기를 위해선 눈을 뜬 채 오랜 시간 벼텨야 하는데 자꾸 깜빡였다.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주연배우 계속 할 거면 고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계속 연습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다보니 덜 깜빡이게 됐다.”

▲ '야간비행'의 용주 역 곽시양(왼쪽)과 기웅 역 이재준

열여덟 고교 일진 기웅은 겉으론 무뚝뚝하고 거친 상남자지만 누구보다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해고 노동자가 돼 가출한 아버지와 힘들게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싸움의 연속인 학교생활, 방과 후에는 심부름센터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기웅의 외로움은 아버지의 부재로부터 시작됐다. 그런 경험이 없는데다 고교시절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고, 밝은 성격이라 이해가 힘들었다. 그게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감정을 잡아갈 수 있기에 안간힘을 쓰다가 촬영 전 친구들과 연락을 두절한 채 고시원에서 몇일 지냈다.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나를 되돌아보며 이게 외로운 거구나 깨달았다. 그 뒤 주변 친구들로부터 경험담을 들으며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 액션에서 베드신까지 힘겨운 도전, 베를린영화제 진출로 보상

‘야간비행’은 입시경쟁, 학교폭력, 왕따 등 사회 문제를 다루며 현재의 10대들이 겪고 있는 내면의 고민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는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횡행한다. 영화에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과 결핍이 있는 성인들이 바글댄다.

 

“기웅이 불쌍했다. 힘겹게 번 돈을 어머니에게 드릴 정도로 내면은 여리고 따뜻한 아이다. 용주와 기웅은 모두 외로운 아이들이다. 과거의 추억을 공유한 둘은 의지할 사람이 절실했고,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청소년 시기에 친구사이는 사랑과 우정의 경계에 서곤 하지 않나.”

이재준은 ‘야간비행’에서 극단을 오가는 내면연기 뿐만 아니라 전라의 베드신, 일대 다수 액션, 아슬아슬한 로맨스 연기, 추운 날씨와의 싸움 등 쉽지 않은 도전을 감행해야 했다. 하지만 배우들에게 꿈의 무대인 베를린영화제 입성이라는 달콤함 보상을 받았다.

“평생 연기해도 못 가볼 세계적인 영화제를 첫 작품으로 가게 돼 너무 감사했다. 모든 게 첫 경험이라 신기했다. 현지 관객들은 시사회 직후 한국의 학교 시스템에 대해 놀라했다. 내게는 눈빛과 액션이 좋았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김동호,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께선 ‘목소리 톤이 좋으니까 발성을 가다듬으면 좋은 배우가 될 거다’란 조언을 해주셨고. 다음엔 경쟁작으로 베를린영화제에 꼭 참가하고 싶다.”

◆ 발레리노 이동훈 권유로 세종대 무용과 진학…부상 후 모델로 런웨이 누벼

경력이 독특하다. 발레리노에서 모델로 그리고 배우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공부에 두각을 나타네 외고를 준비하다가 계원예고에 입학했다. 당시엔 모델을 꿈꿨으나 부모님은 대학 입학 이후에나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고2 겨울방학 때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위해 아크로바틱을 배우려던 참에 현대무용가인 친구 어머니가 예쁜 신체 라인을 위해 발레를 배워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노크했던 발레학원 강사가 숨은 고수였고, 학원에 들르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훈의 권유가 보태져 갑작스런 진로 변경을 했다. 결국 이동훈의 모교인 세종대 무용과에 입학했다.

“발레를 시작하면서 무용수로 성공한 뒤 모델링과 연기를 하자고 계획했다. 배우로써 무기를 가지는 게 좋을 거란 주변의 말씀도 있었다. 대학 3학년 때 허리와 발목부상을 당해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 모델을 해보자’ 결심했고 시작하자마자 일이 잘 풀렸다. 계속 발레를 했다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재우(195cm)에 이어 두 번째 장신 발레리노로 활동 중일 거다. 하하.”

2년 동안 돌체 앤 가바나 이탈리아 패션쇼를 비롯해 유명 디자이너 장광효 최범석 등의 런웨이를 누볐다. 로피시엘 옴므, 코스모폴리탄, 아레나 등의 패션지 화보를 장식하는 주목할 만한 모델로 급부상했다. 연예 매니지먼트에서 ‘콜’이 오기 시작했고, 모델업계 관계자들은 “모델 얼굴보다 배우의 눈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해줘 고민 끝에 연기를 결정했다.

 

◆ “전도연처럼 스타와 배우 교집합 많은 연기자 되고파”

무용을 통해 체화한 신체 움직임, 유연성, 감성은 연기생활에 경쟁력 있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요즘은 민첩성을 키우기 위해 복싱을 배우는 중이다. 차기작 촬영도 끝마쳤다. 독립영화 ‘무언가족’에서 친구와 함께 카지노에서 대박을 터뜨려 아르헨티나로 떠나려다 무일푼이 돼 떠돌이 생활을 하는 스무 살 청년 덕환을 연기했다.

“‘야간비행’을 하고나니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연기 소스와 장면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상상력의 폭도 넓어졌다. 누아르 영화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선배님 캐릭터 같은 게 주어진다면 기웅의 연장선상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론 밝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그는 스타와 배우의 교집합이 많은 연기자가 되기를 원한다. 교집합은 연기력이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출연하면 관객이 일단 신뢰하고 보듯, 그런 배우이길 소망한다.

 

[취재후기] ‘야간비행’에서 이재준은 반 삭발에 거뭇거뭇 수염을 기른 채 나온다. 무심결에 해본 설정을 감독이 캐릭터화 해버렸다. 머리를 기르고 수염을 싹 밀어버린 민낯은 스크린 이미지와 딴판이다. 눈빛이 날카로운, 스토리텔링이 있어 보이는, 요즘 보기 드문 배우다. 그런데 인터뷰 질문에 “잠시만요”를 외친 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끙끙 대답을 고른다. 왜 저러지? 생각해보니 그는 고작 스물 넷이다. 갓 데뷔한 신인이고.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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