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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질투의 화신' 연출의 힘, 윤다훈의 행복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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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질투의 화신' 연출의 힘, 윤다훈의 행복한 죽음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9.01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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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질투의 화신'의 매력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뿐만이 아니다. 매회 신선하고 아기자기한 연출이 이 드라마만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31일 오후 10시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3회에서는 이화신(조정석 분)의 유방암 조직 검사 장면과, 이중신(윤다훈 분)의 사망을 암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화신은 툭하면 '나는 남자'임을 강조하는 '마초'다. 그런 그가 분홍색 가운을 입은 채, 여성 환자들이 즐비한 유방외과로 들어오는 장면은 아이러니했다.

이화신은 기계에 몸을 들이밀고 검사를 받았고, 가슴을 조이는 고통에 못이겨 소리를 질렀다. 이때 토마토, 오렌지 등 과일이 손아귀의 힘으로 으깨지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며 아픔의 정도를 더욱 극적으로 느끼게 해 줬다. 슬픈 상황이지만, 조정석의 열연과 과일들의 등장으로 이는 '웃픈' 장면이 됐다.

▲ 31일 방송된 '질투의 화신'에서는 이화신(조정석 분)이 유방 조직 검사를 받는 안타까운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다뤄졌다. [사진=SBS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

또한 후반부 이중신의 사망 장면은 이제껏 없었던 신선한 연출이었다. 이중신은 술에 취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목숨이 위독한 상황이었다.

딸 이빨강(문가영 분)은 산소호흡기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중신에게, 그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들려줬다.

이중신은 그 경쾌한 노래 속에서 환상을 봤다. 이화신, 표나리(공효진 분)를 비롯한 가족들은 모두 올 화이트 차림으로 꽃다발을 안고 웃으며 병문안을 왔다. 가족들은 흥겨운 분위기에서 춤을 췄고, 이중신은 침대에 누운 채 미소지었다.

이는 이중신이 곧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기존 작품들에서 사망을 다룰 때처럼 어둡거나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흔히 죽음은 어둠에 비유되지만, 이중신의 죽음은 그 반대인 밝음, 빛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흰 옷을 입었고, 침대에 누운 이중신을 빛 쪽으로 이끌어줬다.

이중신은 생전 운영하던 고깃집이 동생 이화신의 보도로 인해 망했고, 두 아내와는 이혼했다. 가족들의 사이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흥겨운 파티에는 서로 미워하는 사람이 없이, 모두가 하나돼 즐겼다. 생전의 고통이 아닌, 행복한 죽음을 뜻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장면은 밝고 경쾌한 축제인 동시에, 그 안엔 묘한 슬픔도 있었다. 

▲ 31일 방송된 '질투의 화신'에서는 이중신(윤다훈 분)의 사망이 밝게 그려졌다. [사진=SBS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

이화신의 유방암 검사도, 이중신의 죽음도 그랬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고, 슬프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도 없는 장면이다. 그렇기에 유방암과 사망이라는 무거운 소재에도 이를 너무 무겁지는 않게 다룰 수 있었다.

'질투의 화신'은 첫 방송부터 색다른 연출과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작품의 줄기를 이루는 '양다리 로맨스' 외에도, 톡톡 튀는 표현방식 역시 '질투의 화신'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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