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배드민턴 비(非)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규정 폐지가 추진된다. 페이백 의혹이 제기된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에 대해선 횡령·배임 가능성이 지적됐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쏘아 올린 공에 응답한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내놓은 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 결과다.
문체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협회 조사 중간 브리핑을 열었다. 문체부는 안세영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협회의 부실한 선수 관리,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 불합리한 실업 선수 연봉 계약 등에 대해 폭로하자 지난달 12일부터 배드민턴 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안세영을 포함한 배드민턴 국가대표 48명 중 22명이 문체부 인터뷰에 응했다.
문체부는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협회 규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협회 규정에 따르면, 비국가대표 선수 중 활동 기간(5년), 연령(여자 27세·남자 28세) 등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승인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같은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외하는 규정은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 44개 중 배드민턴 협회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미국, 일본, 덴마크, 프랑스에도 제한이 없고 국가대표 선수단 대다수는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한다"면서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만큼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표팀 운영에 실망한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안세영이 제기한 개인 후원 계약도 허용될 전망이다. 현재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신발, 라켓 등도 후원사의 용품만 사용하게 하고 있다. 안세영은 과거 대표팀 후원사 신발에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은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개선을 위해 협회 후원사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신인 실업 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연봉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는 "선수 연봉을 하향 평준화하고 실업팀 이익에 부합하는 불합리한 제도다. 최대한 빨리 대안을 도출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택규 협회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유용 등 페이백 의혹에 대해선 횡령·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 기관에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김택규 협회 회장은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000만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페이백으로 받았다. 올해는 1억4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2023년과 2024년 용품 구입 금액은 평균 8억6000만이었다.
김택규 협회 회장은 페이백으로 받은 후원 물품을 지역별로 임의 배정했다. 공모사업추진위원장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4000만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 이는 2023년 기준 전체 페이백 용품의 약 27%다.
문체부는 김택규 회장의 페이백을 두고 "현재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보조금관리법 위반이자 협회의 기부·후원 물품 관리 규정도 위반했다"면서 "횡령·배임의 가능성도 있다.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협회는 2022∼2024년 후원사와 수의계약으로 총 26억원 상당 용품을 구매해 보조급법도 위반했다. 협회 감사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법인에 장부 작성·세무 조정 명목으로 약 16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고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특정 법인에 후원·협찬을 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지만 일부 임원은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 금액의 10%를 인센티브(성공 보수)로 받았다. 임원 2명이 재작년과 작년 4개 대회 당시 총 6억8000만원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6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협회가 후원사로부터 받은 보너스를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정황도 나왔다. 2018년까지는 후원사가 선수단에 직접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지만 후원사가 바뀐 후에는 협회가 지급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체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 배분하는 규정은 2021년 6월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선수단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경위와 해당 예산의 사용처를 파악하겠다”라고 했다.
문체부는 다른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도 수렴한 뒤 9월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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