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양궁이지만 남자 양궁이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처음 따낸 건 불과 12년 전인 2012 런던 올림픽이다. 당시 31살로 늦깎이로 국가대표였던 오진혁(43·현대제철)이 주인공이었다.
당시 금메달로 남자 양궁은 1984 LA 올림픽에서부터 이어진 남자 개인전 노골드의 사슬을 끊었다. 오진혁이 쏘아 올린 화살을 앞세운 남자 양궁은 2016 리우 대회 구본찬(현대제철), 2024 파리 대회 김우진(청주시청)이 각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오진혁이 오래 머물렀던 사로를 떠났다. 대한양궁협회는 23일 경북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오진혁의 은퇴식을 열었다. 양궁협회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중 최소 1회 이상 입상자를 대상으로 공식 은퇴 기념 감사패를 수여한다.
세계양궁협회는 인스타그램으로 “양궁 레전드이자 2012 올림픽 챔피언이 오진혁이 큰 무대에서 물러났다”라고 했다.
오진혁은 런던 올림픽 개인전과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을 1개를 각각 따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맏형으로 대표팀을 이끌며 이번 파리 올림픽 주역인 김우진, 김제덕(예천군청)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 대회는 오진혁의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당시 결승전에서 맨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활시위를 놓은 뒤 화살이 과녁에 닿기도 전에 작은 목소리로 “끝”이라고 외친 게 화제가 됐다. 화살은 그대로 10점에 꽂히면서 한국의 금메달을 확정했다.
오진혁은 파리 올림픽에도 도전장을 냈으나 지난 4월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에서 8위에 그쳐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최고령 양궁 국가대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오진혁은 1992년 충남 연무 중앙초에서 5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다. 이후 충남체고 3학년이던 1999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2000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후 오랜 슬럼프에 빠졌다. 군 제대 후 갈 곳이 없던 그를 당시 현대제철 사령탑이었던 장영술(대한양궁협회 부회장) 감독이 불렀다.
오진혁은 피나는 노력 끝에 2009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다. 당시 울산에서 열린 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하고 단체전 금메달도 목에 걸면서 마침내 재기에 성공했다.
오진혁은 현대제철 남자 양궁단 코치로 인생 제2막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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