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s!] 스포츠산업 잡페어가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성료됐다. 스포츠산업 구인·구직자가 대규모로 만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접점인 이 행사는 이제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정부의 지향점에 맞춰 스포츠 현장 트렌드를 따라잡았고 엘리트 체육인의 은퇴 이후 삶을 조명하는 배려를 더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 한국스포츠산업협회,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한 여섯돌 스포츠산업 잡페어의 성과의 과제를 짚어봤다.
[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채용이 부족하다는 소리에 늘 귀를 열고 있었습니다."
'스포츠산업 잡페어 2016' 위원장을 맡은 차영기 휘트니스클리닉 대표는 지난 5회 행사까지 구직자들로부터 나온 볼멘소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로도 재직하면서 그간 무엇이 부족했는지 심사숙고한 차 위원장은 "실질적인 채용 인원을 늘리고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돼 호평을 받았던 해외취업관, 직업멘토링관은 올해도 행사의 중심을 잡았다. 스포츠유나이티드(영국), 알리스포츠, 베이징후아시아뤼지아스포츠에이전시(이상 중국)를 비롯한 11개국 20개의 외국계 기업이 현장 면접을 실시했다.
김환 JTBC 폭스스포츠 해설위원, 김봉준 스포츠투아이 부사장, 박상균 한국프로축구연맹 팀장, 장부다 선들 본부장, 이석훈 운동이땡길때 대표, 조원선 브레이브모바일 팀장 등 현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은 멘토로 나서 학생들에게 팁을 전했다.
주최 측이 심혈을 기울인 곳은 ‘테마관’이었다. 레이아웃부터 눈에 띄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스포츠산업 직업세계관, 은퇴선수 지원관을 행사장 한가운데 배치해 방문자들이 오가며 쉽게 들를 수 있도록 했다.
이수현 스포츠산업협회 주임은 "에이전트, 기록 분석 등 업계에서 이슈가 되는 분야를 체험하고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제리 맥과이어' 꿈나무 집결, 에이전트 부스 성황
가장 핫한 곳은 스포츠산업 직업세계관의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부스였다. '한국판 제리 맥과이어’를 꿈꾸는 구직자들은 지난 6월 30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에 큰 관심을 보였다. 류택형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10여명의 현업자들이 돌아가며 에이전트가 갖춰야 할 역량을 전수했다. 일부는 영어 테스트도 받았다.
에이전트업은 정부가 내놓은 스포츠산업 활성화 대책의 핵심이다. 문체부는 2013년 8월, 2015년 1월, 2016년 3월 등 3차례에 걸쳐 스포츠대리인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달 초에는 메이저리그(MLB)의 거물급 에이전트 앨런 네로 옥타곤 베이스볼 대표이사가 컨퍼런스차 방한해 관심을 모았다.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의 강의가 가장 뜨거웠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권광민(시카고 컵스) 등 메이저리거와 국내 프로야구 선수 20여명, 지영진, 지영민, 변현민 등 프로골퍼를 관리하는 '뜨는 기업'의 수장이 전하는 노하우를 들으려는 학생들로 멘토링관은 북적였다.
스포츠산업 잡페어에 처음으로 참석한 이예랑 대표는 면접자들을 향해 따끔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안타까운 건 개성이 너무들 없다는 점이다. 이력서를 봐도 다 비슷비슷해보인다. 어학도 어느 정도 수준만 되면 다들 거기서 거기"라며 "제일 잘 하는게 무엇이냐고 누구에게나 묻는다.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돌려 질문하는 것인데 대개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리코스포츠는 2014년 사업을 시작한 신생기업이다. 이예랑 대표는 "더군다나 우리는 스타트업이지 않나. 대기업에 비해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곳"이라며 "의외로 인재가 많이 없더라. 10분 동안 나를 기억시킬 방법을 절실히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은퇴선수 사로잡았다, 인생 2막 여는 법 전수
연평균 1만이 넘는 엘리트 체육인이 고연령, 실력 저하, 부상, 지도자와 갈등 등을 이유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사회로 나온다.
대한체육회, 한국스포츠개발원 체육인재육성단에서 은퇴선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잘 모르는 이가 아직도 태반이다.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았기에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캄캄한 삶을 산다.
스포츠산업 잡페어 측은 6회째 행사에 처음으로 은퇴선수 지원관을 마련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렸다. 대한체육회 은퇴선수 지원사업 설명을 맡은 인지어스 소속 김수정 상담사는 "여전히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상담을 했다. 확실히 큰 행사를 하고 나면 이후 문의도 많아진다"고 귀띔했다.
차영기 대표가 잡페어 위원장을 맡은 효과다. 그는 이전에 지휘봉을 잡았던 김종 문체부 2차관, 김도균 경희대 교수(이상 학계), 정철의 대한체육회 미래전략기획단장(언론계)과 달리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휘트니스업을 이끌고 있는 현업자이기도 해 체육인의 가시적인 잡매칭을 위해 신경을 썼다.
"수영장을 갖춘 대청레포츠센터는 수영선수를, 사격복을 제작하는 로얄불렛은 사격선수를 채용할 계획으로 입점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은퇴선수들은 홀 주변을 오가다 큰 배너, 간판을 보고선 자리를 잡고 컨설팅을 받았다.
김수정 상담사는 "체육회는 교육계획서 심사, 인터뷰를 거쳐 어학, 자격증, 회계 등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비 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취업 이후 관리도 해준다"며 "엘리트 선수 출신들이 프로그램을 알고 나서 많이 감사해 한다. 잡페어를 계기로 더 많이 알려져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고 웃었다.
◆ KBO-대한축구협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존재의 무게감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프로스포츠협회, 대한축구협회, KBO, 한국프로축구연맹, 태권도진흥재단 등이 줄지어 자리를 잡은 B라인이 '황금 라인'이었다.
오픈부터 인파가 몰렸고 마감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까지 좀처럼 줄이 줄지 않았다. 비록 당장의 채용은 없지만 공공기관에서 일하려는 열망으로 무장한 구직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궁금한 점을 물었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이달 초 축구협회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인사담당자는 "축구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다. 스펙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부분"이라며 "나의 경우 입사 전 콘텐츠 생산, 축구통계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것이 협회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경험을 전수했다.
시민축구단 강원FC, 지난해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을 창단한 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은 추후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한 인턴을 찾았다. 채용 계획은 없지만 스포츠마케팅 선도업체 스포티즌과 KBO, K리그 공식 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자리해 무게감을 더했다.
데이터 가공, 세이버매트릭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투아이의 경우 KBO리그에서 직접 쓰이는 고가의 장비를 배치해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채용관, 정보관 구분 방침에 따라 구직자들은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됐다. 당장 취업을 앞둔 대학 3·4학년 사이에서 여전히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이 많다"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1·2학년들은 대체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했는데 정보관, 멘토링관에서 팁을 얻고 가게 돼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소가 서울 강남에 고정된 점은 고무적이다. 하루 평균 평일 유동인구가 15만에 달하는 코엑스에서 2년 연속 잡페어가 개최돼 역대 최고 수준인 1만50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수도권 거주자들은 2호선, 9호선을 활용할 수 있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스포츠과학과, 세명대 생활체육과, 호서대 골프학과, 목포대 체육학과, 백석대 레저스포츠산업전공 등 지방 20여개 학교 1200명은 버스 또는 자체 차량을 이용해 단체 방문했다.
◆ 프로구단 어디갔나, 기자·통역 지망생은 헛걸음
프로구단의 비중이 더 줄어든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원FC를 제외하면 어떤 팀도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2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 배구단 삼성화재 블루팡스)보다 더 줄어든 수치다.
채용 커뮤니티 스포츠잡알리오가 실시한 잡페어 평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단 수가 너무 적었다"는 피드백이 올해도 어김없이 또 나왔다. 스포츠산업 취업희망자의 절대 다수가 관심을 갖는 곳은 결국 프로구단이다.
휠라코리아를 제외하면 굵직한 스포츠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가 없었다. 지난해 아디다스 코리아가 정보관에 등장해 반향을 일으켰지만 기세를 잇는데 실패했다.
차영기 위원장은 "대기업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게 잡페어의 한계"라고 인정하며 "회사들이 각자의 공채 시스템을 갖고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일부 구단은 채용 계획이 없다고 고사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산업 관련 정부 예산이 2014년 195억원에서 2015년 633억원으로, 2016년 1026억원으로 대폭 증가했지만 타산업 종사자가 보기에 여전히 걸음마 수준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대행사 종사자는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왔지만 크게 볼거리가 없다"며 "스포츠산업이 큰 규모는 아닌 것 같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피트니스 비중이 너무 큰 나머지 실질적인 정보를 얻지 못해 아쉽다",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통역 지망생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하루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앞뒤로라도 늘려줬으면 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좋았는데 횟수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반응은 주최 측이 새겨들여야 할 부분이다.
[취재 후기] 첫 2회는 구직자로, 이후 4회는 현장 취재기자로 스포츠산업 잡페어를 지켜봤다. 질타받는 행사라는 걸 잘 알지만 분명한 건 매회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전트업에 힘을 실은 것, 현수막과 부스 디자인을 무채색 위주로 심플화한 게 인상적이었다. 해외 취업관, 멘토링관이 2번째 해를 맞아 호평을 받았다. 7회 잡페어는 모든 면에서 칭찬받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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