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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타르 하이라이트] 그래도 빛난 K리거 이재성-이근호-황일수, 이름값보단 실전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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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카타르 하이라이트] 그래도 빛난 K리거 이재성-이근호-황일수, 이름값보단 실전감각이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6.14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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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기대되는 삼총사, 패배 속 유일한 위안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처참한 결과다. 국제축구연맹(FIFA) 43위 한국이 랭킹 88위 카타르를 상대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럼에도 공격을 진두지휘한 K리거 이재성(25·전북 현대), 이근호(32·강원FC), 황일수(30·제주 유나이티드)의 활약은 칭찬할 만 했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랭킹 88위 카타르에 2-3으로 패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수비는 불안했고 공격에서 결정력도 아쉬웠다.

▲ 이재성이 14일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선 8차전에서 슛을 날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잘 기용되지 않았던 K리거들의 활약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에 접어들며 기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국내파의 비중을 줄이고 유럽파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는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해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은 K리거들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실전감각이 얼마나 중요한 지 K리거들은 명확히 증명해보였다.

◆ K리그 영플레이어 넘어 국대 차기 에이스로, 이재성이 키운 공격 불씨

이재성은 이미 K리그의 대표적인 스타다. 2014년 전북에 입단해 첫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2015년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고 2015, 2016년 2연속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획득에 공헌하며 군 면제 혜택도 누렸다. 앞길이 더욱 창창한 대표팀 미래의 에이스다.

2015년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고 나흘 뒤인 31일 뉴질랜드전 A매치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이후 이재성은 대표팀 ‘단골 손님’이 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 시리아전을 앞두고는 부상으로 대표팀에 뽑히지도 못했던 이재성(전북 현대)은 기성용과 짝을 이뤄 공격에 힘을 보탰다. 선발 출전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사용했기에 기회가 찾아왔다.

좁은 공간에서 동료와 주고받으며 활로를 찾는 특유의 움직임이 빛났다. 전반 21분 첫 슈팅도 이재성의 발끝에서 나왔다. 페널티 지역 오른편에서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뒤 감아찬 왼발 슛을 상대 골키퍼의 가까스로 막아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적극적인 돌파로 카타르 수비에 부담을 안기기도 했다. 후반 16분 기성용의 첫 골도 이재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수비를 제쳐낸 이재성은 정면에서 기다리는 기성용에게 정확히 공을 건넸다. 기성용이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길 수 있었다.

측면 돌파에 이은 패스 연결도 이후 두 차례 더 나왔다. 이 외에도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로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꾸준히 이어가며 공격의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 늦깎이 태극마크 주인공, 새로운 기대주로

황일수는 지난 7일 이라크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역대 6번째로 많은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늦깎이 데뷔전에도 활약만큼은 빛났다.

당시 후반 32분 교체 투입됐던 황일수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기성용, 이근호, 황희찬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늦은 투입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 황일수가 카타르 수비의 밀착 마크 속에 공을 지켜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번째 실점을 하자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7분 시간에 황일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동원을 대신해 투입된 황일수는 후반 12분 문전에서 슛을 날리며 감각을 끌어올렸고 측면에서 수비를 달고도 당황하지 않고 돌파에 성공했다.

후반 26분에는 침착한 팀 플레이로 결실까지 맺었다.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황희찬을 보고 정확히 머리로 떨궈줬다. 황희찬이 마무리하며 어시스트로 대표팀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오프더볼 움직임이 장기인 황일수는 제주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카타르전은 대표팀에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만드는 경기였다.

◆ 달리 중동킬러겠는가, 이근호가 돌아왔다

2015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은 이근호. 강원에서 골게터의 역할은 물론 공 배급까지 다재다능함을 보여 슈틸리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근호의 가치는 수치로만 평가하기 힘들다. 이날도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존재감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났다.

이근호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피치를 밟았다. 전반 33분 손흥민이 오른팔 전완골 골절상을 당해 경기장을 빠져나오게 된 것. 갑작스런 투입에도 이근호는 에이스 손흥민이 빠진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이근호가 카타르 수비 진 뒷공간을 파고들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수비 뒷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전반 40분에는 후방에서 연결된 롱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었다. 날카로운 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빗나갔지만 전반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부상 공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근호가 뛰어난 활동량으로 카타르 수비를 뒤흔들어 놓은 영향 덕에 후반들어 공격 작업이 수월해졌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베테랑의 가치가 잘 나타났다. 이근호는 손흥민(17골)보다도 많은 19골을 넣었다. 특히 이 중 11골이 중동 팀들을 상대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카타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아는 움직임이었다.

황희찬의 동점골의 시작도 이근호부터였다. 이근호는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거침없는 돌파 후 황일수의 머리를 향하는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황일수가 황희찬에게 연결해 잠시나마 역전승을 꿈꿀 수 있는 동점골이 터졌다.

이들은 모두 소속팀에서 거의 매 경기 출전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과거에 맹활약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기용해 온 슈틸리케의 선택이 틀렸음이 명확히 보여진 경기였다.

슈틸리케의 거취 문제가 어떻게 결정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카타르전은 대표팀에서 이들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을 쉽게 전망할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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