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훈련장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돈다. 선수들마저 이번 평가전의 의미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이근호(32·강원FC)는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아와 연이어 평가전을 치른다. 앞으로 소집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이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 감독은 “조직력이나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며 “이번 2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7월초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 신 감독의 하루하루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서 무승부 거두고 대표팀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고 지난달 유럽 전지훈련에서 치른 2차례 평가전에서는 7골을 내주며 2연패,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변명거리는 있었다. 최종예선에선 무실점에 가장 초점을 맞췄고 지난달 평가전에선 K리거 일정상 정예 멤버를 구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현재로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단을 꾸렸고 최근 스페인 출신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까지 합류하며 날개를 달았다. 이제 경기력으로 보여줄 때다.
신 감독은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이 많고 내가 모르는 점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는 분들을 모셨기 때문에 귀를 열고 의견을 받아들이면 팀에 보탬이 될 거라 본다”며 “러시아에서 두 분을 만났을 때 꼭 필요하다고 여겨 협회에 요청해 영입하게 됐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코치들과 이룰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걸었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 정예의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콜롬비아는 만만치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더라도 62위 한국에 13위 콜롬비아는 버거운 상대다. 세르비아(38위)도 마찬가지. 게다가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카를로스 바카(비야레알)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합류해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 감독은 “콜롬비아는 강팀이다. 개인기가 좋다. 경기력에선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희생정신과 투쟁심을 발휘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비록 실력에선 뒤지더라도 강하게 승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 거칠면서도 근성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은 실점을 줄여야 한다. 우위를 점하지 못하더라도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대표팀을 소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평가전을 통해 계속 조직력을 다져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골을 넣고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25·토트넘 핫스퍼)도 대표팀으로서 합류한 자리에서는 웃음기를 거뒀다. 소속팀에서와 다르게 대표팀에만 오면 부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각오도 남달랐다. 그는 “대표팀에 올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온다”며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지난번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소집에 임했다. 소속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 평가전에서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었지만 최종예선 8경기에선 단 1골에 그쳤다. 손흥민은 “골을 넣으면 좋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며 “경기장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축구는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부족하지만 항상 달려왔던 물음표를 걷어내야 한다. 많이 분석하고 연구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자신감은 넘친다. 손흥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골을 넣어 자신감이 생겼다”며 “동료들과 함께 자신감을 채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잘하는 것들을 하면 좋은 결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근호도 “대표팀에 올 때마다 중요성을 느낀다. 굉장히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며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실전에 대비하는 것처럼 준비를 해야만 한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강조하셨다”고 남다른 마음가짐을 나타냈다.
올 시즌 8골 9도움을 기록하며 승격팀 강원을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으로 이끈 이근호는 최우수선수(MVP)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릴 만큼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신인과 같은 자세로 뛴다.
그는 “이번 평가전에서 한 발 더 뛰는 축구를 할 것이다. 예전 한국축구의 장점이 그것이었다”며 “이 부분을 신경 써서 경기에 나선다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선수와 감독 모두 비장함이 넘쳤다. 얼마나 대표팀의 상황이 좋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하나됨을 느낄 수 있는 대표팀이 과연 그 절실함을 결과로 빚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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