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해 역대 최초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 그러나 올 시즌 초반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 100억 시대가 도래했지만 별 중의 별들이 모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확인한 한국 야구의 현주소는 불편하기만 했다.
한국은 2006년 WBC 초대 대회에서 4강, 2009년 대회에서 준우승,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야구가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2013년 WBC 대회에서 예선탈락으로 주춤했으나 2015년 말 프리미어 12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높였다. 다시 한 번 WBC 영광 재현을 기대했다.
최초로 홈에서 예선을 치렀다. 그럼에도 결과는 1승 2패, 처참했다. “야구 선수들이 배가 불러 플레이에 절실함이 없다”, “자신들이 최고인 줄 알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준비가 부족했다” 등 패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는 KBO리그 관전에 대한 보이콧이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곧이어 열린 시범경기에서는 예년보다 더욱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정규 시즌이 개막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최악이라는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아야 했지만 야구팬들은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찾아 응원팀에게 격려를 보내는 ‘투혼’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도중 심판 금품 수수 사건도 터져 나왔다. 지난해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던 프로야구에 또 하나의 악재가 닥쳤다. 전직 심판이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했고 여러 구단이 이에 동조하며 금품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자칫 심판매수로도 연계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이번에는 걷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야구팬들은 분노했고 실제로 이후 관심을 껐다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지난달 3일 최종전을 마친 KBO리그의 올 시즌 총 관중은 840만688명.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달성한 것.
시즌 막판까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순위 판도가 큰 몫을 차지했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정규리그 1위를 놓고 끝까지 경쟁했고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3위 다툼도 볼만했다. 시즌 막판에 명암이 갈리기는 했지만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도 가을야구 진출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맞섰다.
이 중에서도 전국구 인기구단 KIA와 롯데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다. KIA는 2009년 통합 우승 이후 가을야구와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흠 잡을 데 없는 선발 투수들의 선전과 타선의 폭발로 일찌감치 선두 질주를 시작했고 두산의 추격을 뿌리치며 선두를 지켜내 결국 8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세를 몰아 통합 우승의 기쁨까지 누렸다.
롯데도 마찬가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이대호의 복귀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4년 동안 나서지 못했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KIA는 구단 최초로 홈 100만 관중을 불러들이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롯데도 5년 만에 100만 관중을 맞이했다.
이제는 프로야구가 어떠한 내·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하나의 확실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괜히 국민 스포츠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흥행 열기에 만족하며 자성의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다시 암흑기 시절로 돌아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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