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토트넘 핫스퍼에서 펄펄 날아다니던 손흥민(25)이지만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경기에서 단 1골만을 기록하며 대표팀 부진에 대한 지적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명실상부 대표팀 최고의 에이스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이는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이를 부인하기는 힘들다. 결국 손흥민이 살아나야 한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 시프트’를 예고했다.
손흥민의 주포지션은 측면 공격수다. 지난 시즌 이 포지션에서 주로 기용되며 토트넘에서 무려 21골을 넣었다. 이는 차범근이 세운 유럽 무대 한국인 최다골 기록(19골)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아시아 팀들은 한국을 상대로 라인을 끌어내리며 수비적 전략을 들고 나왔고 역습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손흥민의 강점을 살리기 쉽지 않았다.
토트넘에서도 손흥민의 색다른 활용법에 대한 힌트를 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포체티노는 지난 시즌 재미를 봤던 스리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손흥민은 익숙한 측면을 윙백에게 내줘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 투톱 기용은 손흥민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운 수였다.
기대 이상의 결과를 봤다. 손흥민은 최근 투톱으로 나선 4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리버풀전
결정적인 추가골을 넣었고 크리스탈 팰리스전엔 사이다 같은 결승골을 작렬했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리그컵 경기에서는 2도움을 보태며 도우미의 면모도 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보는 것을 보며 힌트를 얻었다”며 “측면보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어떻게 활용할지 나름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전방에 세워놓는다고만 해서 손흥민이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손흥민은 마찬가지로 최전방에 나섰지만 공격포인트 없이 부진했고 결국 후반 17분 만에 교체됐다.
파트너의 차이가 있었다. 골을 넣었던 2경기에서는 해리 케인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전문 공격수인 케인이 보다 앞 선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녔고 손흥민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 골 기회를 맞을 수 있었다. 2도움을 올린 웨스트햄전에서도 페르난도 요렌테와 호흡을 맞췄고 요렌테의 존재가 손흥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반면 맨유전에서는 손흥민이 보다 앞선에 위치했고 델레 알리가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은 7일 훈련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토트넘의 경기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흥민이가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며 “토트넘에는 케인이 전방에서 (수비수와) 많이 싸워줘 흥민이에게 기회가 많이 생겼다. 나도 케인처럼 열심히 상대 선수와 싸워주면서 흥민이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는 이정협과 이근호(강원FC)가 있다. 둘 모두 최전방에서 누구보다 저돌적으로 뛰며 상대 수비수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유형이다. 손흥민이 이들과 함께 뛴다면 많은 기회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미드필더진의 적극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토트넘에서는 케인은 물론이고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 해리 윙크스 등 특급 조력자들이 즐비하다.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재성(전북 현대) 등이 양질의 패스를 통해 손흥민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킬 필요가 있다.
10일과 14일 차례로 경기를 치를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는 한국보다 한 수 위 전력을 자랑한다. 굳이 라인을 끌어내리고 경기를 펼칠 이유가 없다. 이들의 뒷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뭐니뭐니해도 손흥민의 최대 강점은 카운터어택에서 폭발적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이다.
공격 파트너들의 투쟁적인 플레이와 양질의 패스, 효율적인 카운터어택을 활용한다면 오랜 만에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달고 필드골을 기록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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