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야구광’ 정운찬(70) 전 국무총리가 제22대 한국야구위원회(KBO, Korea Baseball Organization) 총재로 추대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정운찬 신임 총재 후보가 야구계의 낡은 관행을 깨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 29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2017 제4차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대표,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정운찬 전 총리를 총재로 만장일치 추천했다. 가까운 시일 내 서면 방식으로 진행될 구단주 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경우 KBO는 새해부터 정운찬 총재 체제로 간다.
정운찬 후보는 소문난 야구팬이다. 저서 중에 '야구예찬, 야구바보 정운찬의 야생야사 이야기'가 있을 정도. 두산 베어스의 오랜 팬으로 한국 최고 교타자 중 한 명인 김현수 결혼식 주례도 봤다. 2013년 포스트시즌 때는 중앙일보에 관전평 ‘정운찬의 가을야구 엿보기’를 게재한 적도 있다.
서울대 총장, 한국경제학회장,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보내는 동안 누누이 야구를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2006년 서울대 강의 때 “KBO 총재 자리는 정치적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내겐 그런 능력이 없다”고 했으나 결국 야구계 의사결정권자로 부임하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정운찬 전 총리의 학자로서 발자취와 야구에 대한 이해도, 동반성장의 전도사 경력은 KBO리그 총재 자격을 입증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총재 취임에 앞서 KBO리그에 산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리그발전 계획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는 최근 심판 금품수수, KBO 채용·입찰 비리, 선수들의 승부조작, 음주운전, 불법 스포츠도박, 문란한 사생활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SNS로 저급한 대화를 나눈 선수들, 팬 서비스에 인색한 이들은 10구단 체제 800만 관중이 드나드는 최고 프로스포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운찬 후보가 선결해야 할 과제다.
선수협회는 “신임 총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약과 기준에 입각해 리그 참여자에 대한 분명한 상벌을 집행해야 한다”며 “선수들도 각종 부정행위와 품위손상 행위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받아들이겠다. 변화된 시대에 맞는 팬서비스 및 사회공헌 활동으로 KBO리그 개혁과 발전에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후보자는 전 총재인 12~14대 고(故) 박용오 두산그룹 회장이나 19~21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같은 기업인 출신이 아니다. 선거철마다 하마평에 오르는 사실상의 정치계 인사다. 리그 회원인 구단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만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전보다 봉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새해부터 시행될 선수대리인 제도와 관련한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선수협회는 “정 전 총리가 지난 30년간 변하지 않고 KBO리그와 야구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온 불공정 야구규약과 낡은 관행을 혁파하는데 나서야 한다”며 “이는 KBO리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리그 참여자간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며 팬들이 리그를 외면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선수협은 “열린 마음으로 모든 리그 참여자, 즉 구단주 뿐만 아니라 불펜포수나 육성선수의 목소리까지 귀 기울이고 합리적인 내용들은 정책에 반영하고 집행해 달라”며 “구단의 대변자가 아닌 KBO리그 공동의 이익·발전을 리그운영기준의 최우선으로 삼아 구단이기주의를 제어하고 리그의 핵심 구성원인 야구선수들과의 파트너십을 인정해 리그 발전을 이끌어 내야한다”고 요구했다.
1982년 닻을 올린 KBO의 총재직은 초창기에는 주로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맡았다. 1·2대 서종철, 3·4대 이웅희, 5대 이상훈, 6대 오명, 7대 권영해, 8대 김기춘 총재 등은 전부 장관을 지냈다. 9·10대 홍재형, 11대 정대철 총재도 각각 국회부의장, 국회의원 출신이다. 1998년 12월 박용오 총재가 민선 시대를 열었으나 15·16대 때 국회부의장 출신 신상우 총재로 지휘봉이 넘어갔다. 2009년 2월 17·18대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2011년 8월 현 구본능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운찬 총재는 6년 만의 외부 영입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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