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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오재원 은퇴 선언? 유쾌함이 만드는 긍정적 시너지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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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오재원 은퇴 선언? 유쾌함이 만드는 긍정적 시너지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6.10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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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려서부터 상상하던 끝내기 홈런을 하나 기록하고 그만둘 수 있어 기쁘다.”

깜짝 은퇴 선언을 하는 듯한 두산 베어스 ‘캡틴’ 오재원(33)의 발언이다. 프로 데뷔 후 첫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뒤 나온 말이었다.

오재원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9회말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팀에 6-3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8회까지 2-0으로 앞서던 두산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9회초 수비에서 불펜 투수 김강률과 김승회가 흔들렸고 치명적인 수비 실책이 나와 2-3 역전을 허용했다.

9회말 첫 두 타자가 연속 아웃되며 그대로 패배를 떠안는 듯 했지만 두산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을 증명해냈다. 김재환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했고 양의지가 고의4구로 걸어 나갔다. 류지혁이 1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날렸으나 재비어 스크럭스가 이를 놓쳐 3-3 동점이 됐다.

이어 오재원은 이민호의 5구째 포크볼을 잡아 당겼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시즌 7번째이자 자신의 통산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을 향해 헬멧을 벗어 3점슛을 쏘듯 던져버린 오재원은 선수들로부터 기분 좋은 구타(?)를 당해야 했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만난 오재원이 던진 말은 당연히 은퇴 선언이 아니었다. “끝내기 안타는 2개를 쳤는데 홈런은 쉽지 않죠”라고 말했다. 자신의 커리어 동안 과연 한 번이나 기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는 뜻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타구를 때려낸 이후 홈런임을 직감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12년 선수 생활 했으면 그 정도는 알아야죠”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9회 수비에서 맥이 빠지는 실수가 나왔지만 결국 그의 타구 하나에 승부가 갈렸다. “솔직히 9회 들어가기 전에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기분 좋게 휴식일을 맞이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타이트한 경기에서는 잘 이기는데 연장에 가서는 항상 어려운 경기를 했다. 연장가기 전에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팀을 대표해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2015,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지난해 준우승에 이어 올해도 강력한 면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압박 아닌 압박을 선수들이 느끼고 있다. 선수들도 지치고 시즌이 길다보니 동기부여도 적어질 수 있다”며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하자고 이야기한다. 힘들 때도 있지만 몇 년 째 계속 같이 하다 보니 서로 도와가면서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수비력이 다소 아쉬워 지명타자로 주로 나섰던 최주환이 요새는 2루수로 출전하는 일이 많아졌고 오재원의 다리 부상까지 겹쳐 이날도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에 실책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를 향한 김태형 감독의 믿음은 상당하다.

오재원은 “나이가 가장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다리가 안 좋아서 1루에 서는데 어디로 나가든 잘해야 된다”며 “내 위치가 아닌 곳에서 1회 처음부터 에러를 저질러 긴장을 많이 했다. 2루에서 주환이가 잘 수비를 해줘 주장으로서 고맙다”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때로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수비에서 믿기지 않는 호수비로, 팀이 도무지 이길 것 같지 않았던 이날 경기에선 프로 첫 끝내기 대포까지 작렬한 오재원. 괜히 ‘1강’ 두산의 주장 완장을 다시금 꿰찬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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