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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지독한 슬럼프 딛고 홈런, 박병호는 박병호였다 (SK 넥센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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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지독한 슬럼프 딛고 홈런, 박병호는 박병호였다 (SK 넥센 플레이오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11.03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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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스타는 스타다. 그렇게 침묵하던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가 명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야구팬은 영원히 ‘국민 거포’를 기억할 테다.

박병호는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 9회초 2사 2루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작렬했다.

넥센이 7-9로 뒤진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SK 마무리 신재웅의 패스트볼을 밀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극도의 부진을 털어내는 드라마틱한 대포였다. 넥센 더그아웃과 3루 응원석은 난리가 났다.

 

▲ 넥센 박병호가 동점 투런포를 때리고 홈을 밟으며 포효하고 있다. [문학=스포츠Q 주현희 기자]

 

정말 지독히도 안 맞던 터였다. 박병호는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14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이날도 1회초 2사 1루 삼구삼진, 4회초 무사 2루 우익수 플라이, 6회초 무사 1,2루 헛스윙 삼진으로 체면을 구겼다.

국내 최고투수 김광현과 자존심 대결에서 완패한 건 뼈아팠다. 1회엔 시속 152㎞짜리 낮은 패스트볼을 지켜보다 당했고 6회엔 볼카운트 2-2에서 108㎞짜리 커브에 헛스윙했다.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겨 방망위가 공 위에서도 돌았다.

8회초 메릴 켈리를 상대로 깨끗한 좌전 안타를 뽑았으나 너무 늦어 보였다. SK의 기세가 올라 3-7로 뒤진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넥센 동료들이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고 박병호에게 기회를 줬다.

플레이오프 5차전 동점 투런포는 2013년 포스트시즌을 떠올리게 했다.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박병호는 넥센이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마무리로 나선 더스틴 니퍼트를 공략, 동점 스리런포를 생산한 바 있다.

소름 돋는 상황을 돌아보며 장정석 감독은 “항상 마음 속으로 (병호에게) 기대한다. 수석코치께 ‘병호까지만 가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농담하면서 보고 있었다”며 “닭살 돋을 만한 상황을 연출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서 해설한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아무리 박병호가 부진해도 실투로 들어오는 공을 놓칠만한 타자는 아니”라며 “컨디션이 안 좋아도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은 야구장 어느 곳으로도 보낼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경고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5년 전처럼 이번에도 넥센이 결국 경기를 못 잡는 바람에 박병호는 웃지 못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박병호라는 사실을 야구팬 모두가 또 한 번 알았다.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도 결정적일 때 이름값을 해내는 사나이, 박병호는 슈퍼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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