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대회 첫 실점한 건 아쉽다. 우리는 더 준비해야 한다.”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 3을 챙기고도 박항서(59) 베트남 감독은 만족할 줄 몰랐다. 그와 베트남 축구가 바라보는 것이 대회 우승이라는 걸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일(한국시간) 필리핀 바콜로드 시티 파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원정에서 챙긴 소중한 승리다. 오는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전에서 필리핀에 무승부만 거둬도 결승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힘겨운 원정 경기였지만 박항서 감독은 강력한 공세를 펼쳤다.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응우옌 안둑이 왼쪽에서 올라온 얼리 크로스를 깔끔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전반 막판 집중력이 아쉬웠다. 선제골 이후에도 분위기를 잡고 리드해가던 베트남은 추가시간 필리핀에 일격을 맞았다. 왼쪽 측면을 파고드는 상대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고 돌파에 이어 크로스까지 허용했다. 문전에서 수비도 아쉬웠다. 달려들던 패트릭 라이헬트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조별리그에서 3승 1무, 1위로 올라온 베트남은 8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도 먹히지 않는 철통수비를 자랑했다. 하지만 한 순간의 방심이 실점으로 연결돼 선수들이 동요할 수 있었다.
그때 박항서 감독은 당황하지 않고 베트남 괜찮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박 감독의 격려를 받은 베트남은 후반 3분 만에 다시 앞서가는 골을 터뜨렸다. 후반 3분 판 반둑이 후방에서 연결된 로빙 패스를 감각적인 터치로 잡아내 필리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가랑이 사이로 슛을 차 넣는 결승골을 작렬했다.
이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은 베트남으로선 오히려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동점골 이후 위기를 잘 넘겨낸 것이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박항서 감독이라고 동요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스포츠 매체 폭스스포츠 아시아에 따르면 박 감독은 필리핀과 경기 후 “완벽한 팀은 없다. 실점 후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대회에서 내준 첫 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내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았다. “우린 더 준비해야 한다. 오늘 실점했기에 다음 경기에 무엇을 발전시켜야 할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필리핀 원정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나의 선수들에게 정말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홈에서 2차전이 남았고 우리는 다음 경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감독으로 부임한 뒤 1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시키며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이다. 베트남 축구는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랭킹 100위까지 올라섰는데 이는 2012년 97위 이후 5년만이다.
오는 6일 홈에서 필리핀과 2차전을 치르는 베트남으로서는 무승부는 물론이고 원정에서 2골을 넣어 0-1로만 지더라도 결승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젠 10년 만에 동남아 최강자 자리 탈환이라는 목표가 눈앞까지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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