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은 의연했다. 시즌 전 20승을 목표로 세웠던 류현진가 2경기 연속 10승 사냥에 실패했지만 결과보단 내용에서 만족감을 찾았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7이닝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비자책) 호투했다.
6회초 수비 실책과 시프트 실패로 인한 2실점이 뼈아팠다. 2실점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돼 류현진의 평균자책점(방어율)은 1.36에서 1.26으로 오히려 내려갔지만 시즌 10번째 승리 기회를 놓쳤다.
정작 류현진은 담담했다. 류현진은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팀이 이겼고 항상 얘기했듯 팀 승리를 위해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그건 해낸 것 같다”며 “제구가 잘 됐고 (체인지업을)가장 많이 던졌는데 땅볼 타구가 많이 나와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6회 상황은 아쉬울 법 했다. 3루수 실책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 병살타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상황에서 수비 시프트로 인해 2실점을 떠안았다.
류현진은 “6회가 가장 힘들었다. 빗맞은 타구가 몇 개 안타로 연결됐는데 그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 그나마 7회까지 던질 수 있게 됐다”며 “승리 놓친 건 아쉽지 않다. 요즘 워낙 잘 되고 있고 초반에 많이 승리를 거둔 것 같아서 전혀 아쉽지 않다”고 전했다.
수비 시프트에 대해서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1,3루에서 포수가 나와서 땅볼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해 그렇게 했는데 상대편에 운이 많이 따랐다”고 덤덤히 말했다.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구단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개막 이후 14경기 동안 방어율 1.26을 기록했는데, 이는 다저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록이다. 돈 드라이스데일(1.31), 샌디 쿠팩스(1.40), 돈 서튼(1.55) 등도 류현진의 아래에 자리했다.
드라이스데일은 통산 209승, 쿠팩스는 사이영상 3회 수상, 서튼은 통산 324승을 거둔 팀 역사에 남아 있는 대투수들이다.
류현진 방어율은 MLB 전체에서도 독보적이다. 2위는 아메리칸리그 루이스 카스티요(신시내티 레즈)의 2.20인데, 류현진과는 1점 가까이 벌어졌다.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크 소로카(1.96)와 차이도 더 벌렸다.
이날 승수를 쌓지 못했음에도 다승은 내셔널리그 1위, 전체 2위, 이닝당 출루허용(WHIP)는 0.82로 전체 1위, 퀄리티스타트(12회)는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에 대해 놀라는 건 볼넷 허용률이다. 류현진은 93이닝 동안 볼넷을 단 5개만 내줬는데 9이닝당 최소 볼넷(0.48) 전체 1위에 올라 있고 볼넷당 삼진 비율(K/BB, 17)은 2위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6.80)와 10이상 차이를 보일만큼 압도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닝당 13.98개로 가장 적은 공을 던지고 있다.
홈에서도 압도적이다. 안방만 가면 류현진 방어율은 0.87로 더 낮아졌다. 낮 경기엔 0.32로 경이로운 수준. 5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가 된 류현진은 이달 방어율이 지난달 0.59에서 0.45로 더 떨어졌다. 2연속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저스 구단 게임 노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1일 시즌 첫 승리 이후 1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방어율 또한 1.47로 1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ESPN 중계로 전국에 방영됐는데 해설위원으로 마이클르 잡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류현진을 향한 각종 칭찬과 함께 올스타전 선발투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류현진은 “최고 선수에게서 칭찬을 받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올스타전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난 그저 4일 후에 던질 것만 생각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10승 도전 삼수째에 나서는 류현진은 “징크스와 아홉수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고도 잘라 말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오는 2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 강력한 면모를 보이는 홈에서 기세를 이어가며 5년 만에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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