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천재 파이터가 무너졌다. UFC 사상 첫 두 체급을 동시 석권했던 코너 맥그리거(33·아일랜드)이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맥그리거는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257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매치에서 더스틴 포이리에(32·미국)에 2라운드 TKO 패를 당했다.
UFC 최고 흥행 보증수표의 초라한 행보. 타이틀샷은커녕 첫 TKO 패를 당하며 톱5 수성도 지키기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UFC는 내심 맥그리거가 포이리에를 잡아내며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3·러시아)와 2차전을 벌이는 그림을 그렸다. 현 최강자 하빕과 이슈 메이커 맥그리거의 대결은 뜨거운 관심과 함께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2018년 10월 한 차례 격돌했던 세기의 대결에 2차전에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다 물거품이 됐다. 다나 화이트 UFC 대표의 끈질긴 설득 끝에 29전 전승을 거두고 은퇴를 선언했던 하빕이 뜻을 굽혔지만 맥그리거의 완패로 당분간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된 것.
맥그리거의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1년 만에 다시 옥타곤에 올라 1라운드 시작과 함께 적극적으로 포이리에에게 다가섰다. 타격전에 능한 맥그리거의 자신감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포이리에의 준비성이 빛났다. 테이크다운으로 맥그리거를 눕힌 포이리에는 그라운드 싸움을 통해 포인트를 쌓았다. 맥그리거가 빠르게 일어나 반격을 펼쳤고 포이리에가 안면 정타를 허용했지만 레그킥으로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지 않았다.
2라운드 맥그리거가 더욱 자신감 있게 타격기를 앞세운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침착했고 빈틈을 노렸다. 종료 2분 가까이 남기고 포이리에의 펀치가 맥그리거의 안면에 정확히 꽂혔다. 맥그리거가 급격히 흔들리자 포이리에는 과감히 밀어붙이며 맥그리거를 쓰러뜨린 뒤 파운딩을 쏟아 부었다. 경기 끝.
통산 5번째 패배(22승). UFC에선 네이트 디아즈, 하빕전에 이어 3번째 패배다. 최근 3경기 동안 2패.
화려했던 전성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페더급과 라이트급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던 맥그리거는 외도를 택했다. 웰터급까지 도전했고 전설의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복싱 대결까지 펼쳤다.
UFC 경기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각종 사건·사고로 숱한 이슈를 만들어냈다. 수차례 은퇴선언으로 ‘양치기 소년’이 됐다. 포이리에와 경기를 앞두고는 필리핀 복싱 전설 매니 파퀴아오와 경기를 추진하기도 했다.
화이트 대표는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했으나 온전히 UFC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1분 안에 KO 승을 거두겠다”고 단언했으나 돌아온 건 참패였다.
지켜보던 하빕은 조소했다.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맥그리거, 너를 챔피언으로 만들어준 팀, 스파링 파트너를 떠나 ‘애들’과 스파링을 하니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6년 4개월 만에 설욕전에 성공한 포이리에는 하빕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랭킹 2위지만 UFC 대표스타 맥그리거를 잡아냈기 때문. 하빕이 다시 뜻을 돌리지 않는다면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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