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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디트로이트 27연패,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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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디트로이트 27연패,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12.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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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창훈 객원기자]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 역대 최약체가 나타났다. 끝없는 부진에 빠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다.

디트로이트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리틀 시저스 아레나에서 열린 브루클린 네츠와의 2023~2024 미국프로농구(NBA) 홈경기에서 112-118로 졌다. 에이스 케이드 커닝햄(22·198cm)이 41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로써 디트로이트는 NBA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다시 썼다. 무려 27연패다. 2010~2011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2013~2014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26연패를 넘어섰다.

27연패가 짙어지자 디트로이트 선수들이 좌절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디트로이트의 현재 성적은 2승 28패(승률 0.067). 이대로라면 1972~1973 필라델피아의 단일 시즌 최다패(73패)와 2011~2012 샬럿 밥캣츠의 단일 시즌 최저 승률(0.106)까지 불명예 기록을 모조리 새로 쓸지 모른다. 

디트로이트가 NBA 역사상 최악의 팀으로 전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 성장이 정체된 유망주들

디트로이트는 지난 시즌 17승 65패(승률 0.207)로 동부지구 15팀 중 최하위였다. 최근 4시즌 승수가 20-20-23-17승일 정도로 부진했다. 그래서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을 받아 우수한 선수를 수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20년 7순위 킬리안 헤이즈(22·196cm), 2022년 5순위 제이든 아이비(21·193cm), 2023년 5순위 오사 톰슨(20·198cm)을 품었다. 특히 2021년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로 커닝햄을 영입했다.

빅맨 유망주는 외부에서 보충했다. 2018년 2순위 마빈 베글리(24·208cm)와 9순위 케빈 녹스(24·201cm), 2020년 2순위 제임스 와이즈먼(22·211cm)과 16순위 아이재아 스튜어트(22·203cm), 2022년 13순위 제일런 두렌(20·208cm) 등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확보한 유망주들이 주축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팀 내 득점(23.0점)·어시스트(7.0개) 1위인 커닝햄, 팀 내 리바운드(11.2개)·블록슛(1.3개) 1위인 두렌을 제외하고는 확실한 기대주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유망주들을 이끄는 베테랑들의 활약마저 미미하다. 1500만달러(194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 보얀 보그다노비치(34·201cm), 조 해리스(32·198cm)는 부상으로 각각 11경기, 12경기 출전에 그쳤다.

◆ 리그 최악의 벤치 효율

NBA는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을 벗어나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제도가 경기 시간이다. FIBA 주관 경기는 쿼터당 10분씩 총 40분이지만 NBA는 쿼터당 12분씩 총 48분짜리 경기를 치른다.

따라서 벤치 선수들의 출전 시간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주전 선수들이 30~40분 가량을 뛰면, 10~20분 정도는 식스맨들이 대신해야 한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경기 판세가 바뀌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유망주들의 느린 성장과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으로 디트로이트 선수단은 상당히 빈약하다. 특히 벤치에서 출전하는 선수들은 리그 최악 수준이다.

이는 100번의 공격 상황에서의 득점 기대치인 오펜시브 레이팅(ORtg), 수비 상황에서의 실점 기대치인 디펜시브 레이팅(DRtg)으로 알 수 있다. 디트로이트 벤치 선수들은 ORtg 53.1(리그 23위)과 DRtg 60.9(리그 22위)를 기록 중이다. 이 둘을 뺀 넷 레이팅은 -7.8로 리그 최하위다.

커닝햄, 두렌, 보그다노비치 등 주전 선수들이 분전해도 벤치 선수들이 점수를 까먹는다. 그렇다고 디트로이트의 주전 넷 레이팅(-5.9, 리그 26위)이 좋지도 않다. 벤치 선수들보다 덜 까먹을 뿐이다.

몬티 윌리엄스 디트로이트 감독. [사진=AP/연합뉴스]
몬티 윌리엄스 디트로이트 감독. [사진=AP/연합뉴스]

◆ 최고 수준 몸값 감독, 방만한 리더십

끝없는 연패가 선수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독의 리더십과 전술 부재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5월 피닉스 선즈에서 경질된 몬티 윌리엄스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6년 7850만달러(1017억 원)의 초대형 계약.

비록 피닉스에서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지만, 윌리엄스는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 피닉스를 11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2021~2022시즌 64승(승률 0.780)으로 NBA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여러 유망주를 모은 디트로이트는 명장 윌리엄스의 지도력을 통해 영광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계약 첫 시즌부터 윌리엄스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피닉스 시절 3점슛 기반의 화력 농구를 구축했던 면모는 사라졌다. 올 시즌 디트로이트의 3점슛 수치는 처참하다. 경기당 9.9개의 3점슛 성공은 리그 최하위, 33.5%의 3점슛 성공률은 리그 29위다.

설상가상 본인조차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12월 초, 윌리엄스는 계속되는 연패에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포자기한 인터뷰를 했다. 디트로이트의 올 시즌 마지막 승리는 지난 10월 29일 시카고 불스와의 홈경기(118-112)로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디트로이트는 오는 29일, NBA 전체 1위 보스턴 셀틱스(23승 6패·승률 0.793)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보스턴은 홈 14경기 전승을 거뒀다. 공은 둥글다지만, 디트로이트의 패배가 유력해 보인다. 

필라델피아의 28연패를 경신하지 않으려면, 디트로이트는 31일 토론토 랩터스(11승 18패·승률 0.379)와의 홈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만일 연패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한국프로농구(KBL) 1998~1999시즌 대구 동양 오리온스의 32연패를 미국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디트로이트 팬들은 최근 홈 경기마다 패색이 짙어지면 "Sell the team"을 외친다. 한국 스포츠팬들이 흔히 쓰는 "팀 해체해라"와 빼닮은 표현이다. 

하지만 처참한 연패에도 디트로이트 팬들은 꾸준히 체육관을 찾는다. 디트로이트의 올 시즌 홈 평균 관중은 1만7882명(리그 19위)로 적지 않은 수치다. 마치 얼마나 더 지는지 지켜보려 오는 이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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