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남자프로농구(KBL)에서는 5일까지 ‘트리플더블’이 7회 나왔다. 트리플더블은 농구 한 경기에서 득점, 리바운드, 도움, 가로채기, 블록슛 등 공격 5개 부문 중 한 경기 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이상 달성하는 기록이다. 득점뿐 아니라 다양한 공격 능력을 한 경기에서 증명하는 것으로 해내기 쉽지 않다. 선수에게는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KBL에서는 지난 시즌 트리플더블이 0회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5일까지 총 7회 나왔다. 모두 외국인 선수가 해냈다. 3명이 7회를 해냈다. 패리스 배스(29·수원 KT 소닉붐)가 지난해 9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시즌 1호를 기록했다. 디드릭 로슨(27·원주 DB 프로미)이 3회, 자밀 워니(30·서울 SK 나이츠)와 배스가 2회씩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트리플더블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추승균 SPOTV 해설위원은 트리플더블을 하기 위해서는 ‘코트 비전(court vision·경기를 읽는 시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KBL에 외인 포워드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센터보다 공을 잘 다루고 전체적으로 시야가 좋아졌다. 이 선수들이 외곽에서 플레이를 많이 하면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다 보니 트리플더블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속공이 많이 나오고 (코트 안쪽의) 센터보다 그 앞 라인에서 2:2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도움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본다”고 했다.
로슨과 배스는 포워드, 워니는 센터를 맡고 있다. 로슨은 득점 4위(22.4점), 도움 3위(5개), 리바운드 6위(10.4개)를 달린다. 배스는 평균 득점 1위(25.1점)와 리바운드 5위(10.8개), 도움 6위(4.4개)다. 워니는 득점 2위(24.7점), 리바운드 2위(11.6개), 도움 공동 7위(4.33개)에 올라있다.
트리플더블은 사실상 득점과 리바운드, 도움 3개 부문을 통해 가장 많이 달성된다. 블록과 가로채기는 한 경기에서 10개 이상 해내기 어렵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나 역할에 따라 트리플더블이 갈린다. 예전에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다재다능한 (국내) 선수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 역할을 외국인 선수가 KBL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로슨과 배스는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동료에게) 잘 뿌려주는 것도 잘한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 중 마지막으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선수는 함지훈(40·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2022년 4월 5일 전주 KCC 이지스(부산 KCC 전신)전에서 해냈다. 국내 선수 중 트리플더블을 가장 빨리 달성할 유력한 선수는 누굴까.
손대범 위원은 이정현(25·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과 하윤기(25·KT)가 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손대범 위원은 “이정현은 득점과 도움을 잘하고 리바운드 가담도 잘한다. 조금 더 농구에 눈을 뜨면 제일 유력하다”고 했다. 하윤기에 대해선 “블록슛에 능하고 도움도 잘한다”고 했다.
손대범 위원과 추승균 위원 모두 최준용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추승균 위원은 “최준용은 득점과 리바운드뿐 아니라 패스를 잘한다. 능력이 좋은 선수”라고 했다. 셋 모두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적은 아직 없다.
KBL에서 지금까지 나온 트리플더블은 총 147회. 앨버트 화이트가 10회로 1위다. 국내 선수 중에는 주희정 고려대 감독이 8회로 가장 많다. 트리플더블은 2000~2001시즌 가장 많은 21회가 나왔다. 최근 10년 중에는 2018~2019시즌 11회로 가장 많았고 2017~2018시즌과 올 시즌 7회로 그 뒤를 잇는다. 2008~2009, 2012~2013, 2013~2014, 2022~2023시즌에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트리플더블이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인 건 분명하지만 예전보다는 화제가 덜 되는 것도 사실. 추승균 위원은 “트리플더블은 대단한 기록”이라며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손대범 위원은 “트리플더블이 여전히 귀한 기록”이라며 “NBA(미국프로농구)는 예외로 치고 세계적으로 앞으로 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 체력관리나 출전 시간 관리, 선수 로테이션(고르게 기용하는 것)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까운 예로 이현중(일라와라 호크스)이 뛰는 호주프로농구(NBL)에서는 트리플더블이 통산 128회가 나왔으나 2022~2023시즌 1회, 2019~2020시즌 2회, 2018~2019시즌 1회 등 한 시즌에 종종 한 두 번만 나오기도 한다.
여자프로농구(WKBL)에서는 역대 트리플더블이 62회(정규리그·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 포함) 나왔다. 올 시즌에는 총 4회 나왔다. 박지수(26·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가 3회 달성했고 김단비(34), 박혜진(34·이상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 배혜윤(35·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이 1회씩 기록했다.
WKBL 역대 최다는 정선민(50) 전 여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이 가지고 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프전 모두 합쳐 13회를 기록,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이상 달성했다. 챔프전 유일한 트리플더블 기록자다.
정선민 전 감독의 기록에 도전할 만한 선수는 박지수와 김단비다. 박지수는 정규리그에서 가장 많은 트리플더블 역대 8회를 달성해 정선민 전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박지수는 올 시즌 WKBL 사상 처음으로 1~4라운드 MVP(최우수선수)를 독식할 정도로 활약하고 있다. 김단비는 정규리그 트리플더블 역대 7회로 단독 3위다.
손대범 위원은 “박지수가 언젠가는 (정선민의 기록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은데, 꾸준하게 잘 버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며 “박지수가 도움에 눈을 떴다는 게 되게 반갑다. (패스를) 받은 선수들이 같이 잘 움직여주면 그 팀이 무서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WKBL 뿐 아니라 대표팀까지 이식이 된다면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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