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세계 최고의 축구 슈퍼스타도 중압감을 이겨내긴 쉽지 않았나 보다.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와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 나스르)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해 눈물을 흘렸다.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유로 2024 16강전. 0-0으로 팽팽하던 연장 전반 12분 포르투갈은 앞서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디오고 조타(리버풀)가 상대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오른쪽 아래 구석으로 슈팅했지만 슬로베니아 골키퍼 잔 오블락(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방에 막혔다.
호날두는 실축 직후 얼굴을 감싸 쥐었다. 연장 전반을 마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팀 동료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의지를 다질 때도 호날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개를 든 그의 표정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구겨져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남은 연장 후반을 모두 뛴 뒤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섰다. 이번에는 오른쪽 구석으로 강력하게 슈팅했고 오블락은 몸을 던졌지만 막지 못했다. 호날두는 승부차기를 성공한 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 뒤 양손을 자신의 가슴에 대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앞선 페널티킥 실축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했다.
포르투갈은 골키퍼 디오고 코스타(포르투)가 슬로베니아의 1~3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 쇼를 펼쳤다. 반면 포르투갈은 호날두에 이어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모두 골망을 흔들며 3-0으로 이겨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호날두는 유로의 전설이다. 유로 2004에 처음 출전한 그는 유로 대회에 6번이나 나섰다. 이번 대회가 그에게 마지막 대회. 유로 역대 최다 골(14골), 최다 결승전 출전(6회), 결승전 최다 득점(5골), 최다 출전(예선 포함·74) 기록 등을 가지고 있다. 그의 눈물은 의외다. 그라운드에서 늘 야생마처럼 돌진하고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기 때문. 경기를 펼치다 짜증내는 모습도 종종 보이곤 한다.
호날두는 경기 뒤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는 경기 후 “강한 사람들도 나쁜 날을 보낼 때가 있다”며 “팀이 날 가장 필요로 할 때 바닥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할 때 슬펐지만 마지막엔 기쁨이다. 그게 바로 축구”라며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슬프지만 동시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포르투갈은 유로에서 우승한 2016년 대회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을 향해 전진했다. 오는 6일 프랑스와 8강전을 치른다.
프랑스는 이날 독일 뒤셀도르프의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벨기에와 대회 16강전에서 후반 40분 나온 상대 수비수 얀 베르통언(안더레흐트)의 자책골 덕택에 1-0으로 이겼다. 역대 유로에서 2회 우승한 프랑스는 3번째 우승을 향해 전진했다.
8강에 오르긴 했지만 프랑스의 경기력은 여전히 좋진 않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합쳐 4경기에서 필드골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조별리그 D조에서 1승 2무를 거둔 프랑스는 2골만 기록했는데 모두 상대 자책골이었다.
통계 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프랑스는 역대 유로에서 통산 5차례의 자책골을 얻었다. 이 부문 1위다.
반면, 벨기에는 2022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벨기에는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에 올랐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황금세대’의 종말을 맞이했다. 황금세대의 주역이었던 로멜루 루카쿠(AS로마)는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쳤다.
유로 2024 중계는 티빙과 tvN 스포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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