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냉정하게 승률 7할을 해야 6강에 들어간다.”
지난 1월 설 연휴 기간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원정을 마친 뒤 만난 김상식(57)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감독은 ‘목표는 6위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뉘앙스였다. 강상재가 부상에서 돌아오는 원주 DB 프로미나 디펜딩 챔피언 부산 KCC 이지스를 6위 후보로 언급했다.
소노전을 마쳤을 때 정관장은 34경기에서 11승 23패로 9위, 1개월 만에 최하위에서 탈출한 상황이었다. 20경기 남은 시점에서 16승 17패의 6위 DB, 15승 17패의 7위 KCC와 격차가 컸다. 봄농구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였다.

2개월이 지난 현재, 정관장은 소노전 이후 14경기서 10승 4패를 내달렸다. 소노전까지 34경기 승률이 0.324였는데, 이후 14경기 승률은 무려 0.714다. 특히 최근 4연승을 내달리며 DB와 함께 공동 6위(21승 27패)로 도약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봄농구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관장은 23일 경기에서도 매서운 뒷심을 보여줬다. 안방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접전 끝에 87-84로 승리했다. 올 시즌 내내 2~4위를 오가는 강팀 현대모비스 상대로 상대 전적 4승 2패 우위를 점하며 전망을 밝혔다.
이날 정관장은 2쿼터 5분 46초까지 17점차(41-24)로 앞서갔으나 경기 중반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4쿼터 1분 13초에 9점차(65-74)까지 밀렸다. 그러나 남은 8분 47초에서 주전 셋이 힘을 내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센터 조니 오브라이언트(미국·10점), 포워드 하비 고메즈(필리핀·8점), 가드 박지훈(4점)이 22점을 합작해 짜릿한 역전승을 연출했다.
이들은 시즌 막판 정관장의 대약진을 이끄는 주역이기도 하다. 김상식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삼성 썬더스전 승리 후 오브라이언트와 고메즈를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언급했다. "오브라이언트는 3점슛 능력이 있다. 고메즈는 안에서 밖으로 빼주는 패스, 드라이브 등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고 칭찬했다.

주장 박지훈은 설명이 필요 없는 정관장의 핵심이다. 지난해 1월 전임 주장 정효근이 DB로 트레이드된 뒤 갑작스럽게 완장을 찼지만, 빼어난 기량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전 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작성하는 등 상승세가 대단하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 응한 박지훈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똘똘 뭉쳐서 이겨내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 같다”며 “김영현, 김종규, 송창용, 정준원 등 베테랑 형들이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준 에너지가 경기 뛰면서 와 닿았다. 너무 고맙다”며 좋은 팀 분위기를 언급했다.
정관장은 오는 25일 홈에서 소노를 상대로 5연승에 도전한다. 이기면 DB를 제치고 단독 6위로 도약한다. 정관장과 DB는 다음달 8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최종전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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