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Q(큐) 글 신희재·사진 손힘찬 기자] “박찬호의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 건들대기도 한다. 그런데 박찬호처럼 매일 경기에 뛰는 선수는 많지 않다. 선수는 아픔이 있어도 경기에 출전하려는 마음이 있는 게 최고다. 찬호가 우리 팀에서 가장 큰 그릇을 갖고 있다. 찬호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이범호 KIA(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말이다. 박찬호(29)는 KIA 주전으로 도약한 뒤부터 줄곧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야수다. 이 감독의 말처럼 개성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유형이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
올 시즌 또한 공수주에서 명과 암이 뚜렷했다. 박찬호는 KIA 내야 수비의 중심을 잡으며 2년 연속 타율 3할,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달성했다. 그러나 OPS(출루율+장타율) 0.749, 도루 실패 13회로 부침을 겪었다. 실책도 23개로 지난해(15개)보다 자주 흔들렸다.
그렇다면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의 어떤 점을 주목했을까. 그는 내구성을 강조했다. ‘매일 경기에 뛰는 선수’라는 표현은 박찬호의 수비 이닝 지표에서 잘 나타난다.
박찬호는 리그 유일 5년 연속 1000이닝 이상을 수비한 유격수다. 주로 3루수를 맡았던 2019년을 포함하면 6년 연속 1000이닝을 돌파했다. 올해는 1120⅓이닝으로 KBO 유격수 중 1위, 야수 전체 2위에 올랐다. “겉멋이 들었다”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누구보다 성실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박찬호를 향한 시선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비슷했다. 전 경기에서 리드오프 유격수로 풀타임 출전한 박찬호는 광주에서 열린 1,2차전 연속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송구 실책도 한 차례 나왔다. 비판이 쏟아졌다.
대구로 이동한 뒤 달라졌다. 박찬호는 3,4차전 연달아 5타수 2안타로 반등했다. 다시 돌아온 광주에서 폭발했다. 5차전 6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2루타 2개를 터트리며 불을 뿜었다. 특히 6-5로 앞선 8회말 김재윤 상대 1타점 2루타는 결정적이었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타에 박찬호는 포효했고, KIA 더그아웃과 홈팬들은 열광했다.
박찬호는 KIA 우승이 확정된 직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한국시리즈 5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활짝 웃었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한 해였기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장충고등학교 출신 박찬호는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3년의 백업, 2년의 현역 생활을 거쳐 2019년부터 KIA 내야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을 수상하며 리그 정상급으로 도약했고, 이제 ‘우승 유격수’ 타이틀까지 달았다. 이를 앞세워 생애 첫 골든글러브에 도전한다.
박찬호를 아끼는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찬호가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왔다"며 "KIA에 있으면 안 좋은 모습도 조금씩 없어질 것이다. 내년에는 좀 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잘 돕겠다”며 강한 믿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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