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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모면' 전북현대, 김두현 감독에 쏠리는 시선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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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모면' 전북현대, 김두현 감독에 쏠리는 시선 [K리그]
  • 신희재 기자
  • 승인 2024.12.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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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오늘(8일) 이 자리까지 오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뭐라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김두현(42) 전북 현대 감독은 9일 0시를 살짝 넘긴 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렸다. 대략 6개월 만에 올린 400자 남짓한 게시글에는 팬들에 대한 ‘감사’와 강등 위기를 겪은 ‘죄송’, 두 키워드가 반복됐다.

김두현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8일 안방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024 2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1,2차전 합산 스코어 4-2. K리그 최고 명문구단 전북은 강등 위기를 넘겼다.

김두현 감독이 전북 팬들에게 감사와 죄송함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했다. [사진=김두현 감독 SNS 갈무리]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은 아슬아슬했다. 전북은 원정서 1차전을 2-1로 이기고도 우위를 지키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브루노 실바(브라질)에 헤더 선제골을 내줘 2-2 동점을 허용했다. 전반 33분 송민규, 후반 3분 이영재의 슈팅이 골대 맞고 나오는 등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전북은 후반 시작 4분 만에 티아고(브라질)의 헤더 동점골이 나와 한숨을 돌렸다. 이후 교체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랜드의 공세를 막아냈다. 전진우, 문선민, 한국영, 홍정호, 안현범을 차례대로 투입했다. 그사이 후반 추가시간 문선민이 역전골을 뽑아내면서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 후 전북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승리에 안도하면서도 일부 구역에는 “김두현 나가”, “철근 빠진 부실 프런트”, “순위 보고 느끼는 게 있긴 한지?”,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걸 바꿔라” 등 김두현 감독과 구단을 비판하는 걸개가 걸렸다. 오히려 1-2로 패한 이랜드 팬들이 “고개 들자 새로운 역사를 쓴 그대여”, “죽어도 서울 이랜드” 등 선수단을 치켜세워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승강 PO 직후 전북 서포터석 걸개. [사진=연합뉴스]
승강 PO 직후 원정(이랜드)석 걸개.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제8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두현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김 감독은 4월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이 경질된 뒤 혼란을 수습할 신임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9경기서 6승 2무 1패, 17득점 6실점을 기록한 지도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두현 감독 2기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14경기 3승 5무 6패였던 전북은 김 감독 부임 후 24경기에서도 7승 7무 10패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행 시절 보여준 전술적인 강점이 사라졌고, 스타급 선수들과 불화설에 휘말리는 등 라커룸 장악에 실패했다.

압박감에 짓눌렸던 김두현 감독은 승강 PO 2차전을 앞두고 위염 증세로 입원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뒤 경기 후 향후 거취를 묻자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김두현 감독. [사진=K리그 제공]

전북은 올 시즌 내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K리그1 최다 우승(9회)팀이자 지난해 기준 연봉 총액(198억원) 1위. 그럼에도 정규리그 10위에 그쳐 창단 후 처음으로 승강 PO까지 추락했다. 이날 상대였던 K리그2 이랜드(54억원)보다 4배 가량 많은 돈을 쓰고도 하마터면 위치가 바뀔 뻔했다.

팀의 상징이었던 ‘닥공(닥치고 공격)’도 사라졌다. 49득점으로 리그 7위에 머물렀다. 수비는 59실점으로 리그 최하위. 여기에 기존 구단의 리그 최다 실점이었던 2003년(44경기 58실점)의 기록마저 뛰어넘었다. 공수 균형이 크게 망가지면서 전북은 결과가 중요한 승강 PO에선 수비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와중에 2경기 연속으로 일격을 허용했다.

전북 서포터 MGB가 승강 PO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 슬로건으로 'Progressive Pioneer(혁신적인 개척자) -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선도하는 리딩클럽'을 내세웠다. 창단 30주년을 맞이해 아시아 최고 구단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야심 찬 각오와 달리 시즌 내내 전북이 보여준 행보는 의문투성이였다.

이날 승강 PO 2차전 관중은 2만3772명이었다. 2024시즌 누적 집계 관중은 31만9414명. 2018시즌 유료 공식관중 집계 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돌파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에도 전북 서포터 MGB와 전북도민의 애정은 리딩클럽 시절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새 시즌 전북 사령탑의 최우선 목표는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두현 감독은 “(만약 내년에도 팀을 이끈다면) 당연히 우승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런 팀으로 변해야 한다"며 힘줘 말했다. 올 시즌 마지막 공식 경기를 마친 전북에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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