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류현진(27·LA 다저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못 던진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 꼬였고 팀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2014 메이저리그(MLB) 홈 개막전에서 1회에만 6실점하면서 2이닝만에 8실점(6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평균자책점은 0.00에서 3.86으로 치솟았다.
◆ 푸이그 지각부터 시작한 팀 분위기 붕괴
기다리고 기다렸던 홈 개막전이었지만 팀 분위기가 무너진 것은 야시엘 푸이그(24)의 지각부터 시작됐다.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만 '문제아'로 찍힌 푸이그는 팀의 타격 훈련이 끝날 때가 돼서야 경기장에 도착하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전격 제외됐다. 주로 중견수를 봤던 안드레 이디어가 푸이그의 자리인 우익수에 기용됐고 중견수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맷 켐프가 처음 나섰다.
공교롭게도 켐프부터 일이 꼬였다. 1회초 첫 두 타자를 잘 잡아놓고도 파블로 산도발에게 볼넷, 버스터 포지에게 2루타를 허용해 2사 2, 3루가 된 상황에서 마이클 모스의 2타점 적시타 때 켐프가 한차례 공을 더듬으면서 모스를 2루까지 보냈다.
결국 브랜든 벨트의 우전 안타 때 모스의 득점이 나왔다. 켐프가 공을 더듬지 않았다면 실점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아드리안 곤잘레스도 도와주지 못했다. 평범한 1루수 플라이가 2루타로 변하면서 류현진을 '멘붕'에 빠뜨렸다. 실책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는 '강철' 정신력을 갖고 있는 류현진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분명했다.
2회초 역시 마찬가지. 핸리 라미레스 앞으로 가는 유격수 앞 땅볼이 송구 실책으로 포지에게 1루를 허용했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도 추가로 2실점하는 발단이 됐다. 2사 후 실점이어서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된 것이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 당황한 류현진에 샌프란시스코의 '3구 이내' 승부
얼굴 표정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류현진도 이상하게 꼬이는 모습에 당황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대부분 타자들이 류현진이 승부를 걸어볼 틈을 주지 않았다.
모스의 2타점 적시타 이후 1회초에 나선 타자들은 대부분 3구 이내에서 승부했다.
모스에 이어 나온 벨트는 류현진의 초구 빠른 공에 적시타를 때렸고 곤잘레스의 어설픈 수비로 2루타를 만들어낸 힉스 역시 세번째 공을 건드렸다. 라이언 보겔송과 파간의 적시타 역시 각각 3구, 초구를 쳤다.
반면 2회초에는 투구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류현진을 상대로 끈질지게 물고 늘어졌다.
실책으로 나간 포지는 파울 6개로 류현진에게 12개의 공을 던지게 했고 포지를 홈으로 불러들인 2루타를 친 힉스 역시 6구를 공략했다.
◆ 완벽하지 못한 체인지업, 제대로 공략당했다
지난 시즌 '명품'으로 평가받았던 체인지업이 그다지 좋지 못했고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이를 제대로 공략한 것도 류현진을 멘붕에 빠뜨렸다.
1회초에 나온 6개의 피안타 가운데 2개가 체인지업을 던진 것이었다. 체인지업이 들어올 차례라는 것을 미리 알고 기다렸다는 듯이 쳐냈다. 2회초 힉스의 2루타 역시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맞았다.
체인지업의 제구도 좋지 않았다. 많이 빠지거나 오히려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심했다. 많이 빠지면 타자들의 배트가 나오지 않아 속이기 어렵고 가운데로 몰렸을 때 타자들이 제대로 노리면 장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구가 아쉬웠다.
◆ 나흘 휴식 뒤 등판, 류현진도 지쳤다
다른 팀보다 이르게 시즌을 시작한 것이 결국 류현진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호주 개막 2연전을 치른 LA 다저스는 공교롭게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등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이 없던 커쇼였기에 충격이 더했다.
설상가상으로 류현진은 호주 개막 시리즈에서 발톱이 깨지는 부상을 당해 한 차례 선발을 거를 상황까지 맞았다.
커쇼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에서 류현진까지 쉴 수 없었다. 발톱 치료 후 류현진의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것도 돈 매팅리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류현진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원정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이것이 독이었다. 류현진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지만 피로를 호소하며 감독에게 마운드에서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무실점으로 잘 막고도 중간 계투에서 불을 지르며 류현진의 2승도 함께 날아갔다.
남들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한데다 계속된 등판으로 류현진의 몸상태도 100%가 되지 못했다. 나흘 휴식 뒤 마운드에 오르면서 류현진의 피로도 더했고 '명품 체인지업'이 제대로 제구되지 않는 악영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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