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용원중기자]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이선희 편이 ‘나는 가수다’ 이후 기성 가수들의 깊이 있는 재해석 무대에 목말랐던 시청자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줬다.
지난주 박정현의 섬세한 R&B 해석이 돋보이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으로 시작해 박수진, 바다, 홍경민, 임창정, 걸스데이의 무대가 이어졌고, 홍경민이 ‘갈등’을 다이내믹하게 불러 명곡 판정단으로부터 405표를 얻어 1부 우승자가 됐다.
5일 전파를 탄 2부에서는 더원이 '사랑이 지는 이 자리'를 선곡, 포효하는 한 마리 표범처럼 무대를 휘저으며 425표를 획득, '인연'으로 4연승을 한 윤민수·신용재 듀오를 꺾고 최종 우승했다.
무엇보다 ‘전설’의 콘텐츠가 빼어났다. 1984년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선희는 1980~90년대 한국 대중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보컬리스트였다. 중성적인 이미지임에도 폭발적인 성량과 청아한 보이스만을 앞세워 히트곡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이번 무대에서 후배 가수들이 부른 곡들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여는 아련한 향수를 촉발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한창 유행하는 R&B, 힙합, 일렉트로닉, 하이브리드 장르의 노래처럼 화려한 장식효과가 없음에도 단순함의 미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감성과 뚜렷한 기승전결이 갖춰진 곡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큰지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출연진의 기량 역시 흠잡을 데 없었다. 임창정 홍경민 윤민수 더원 박정현 바다와 같이 데뷔 10년이 넘는 관록의 가수부터 알리 신용재처럼 가창력을 인정받아온 보컬리스트, 그룹 걸스데이 장미여관 울랄라세션, 박수진 벤과 같은 신인가수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고른 라인업을 형성해 층위 다른 감성과 에너지를 발산했다.
윤민수·신용재 듀오는 각자 절창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가수임에도 불꽃 튀는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며 한국적인 노랫말과 선율의 ‘인연'을 절절하게 소화했다. 알리의 ‘J에게’는 강력했다. 이선희의 무공해 음색을 끌어들이는가 싶더니 알리만의 살짝 허스키한 소리로 변화무쌍하게 오가며 스케일이 더욱 커진 ‘J에게’를 선사했다. 극단까지 밀어붙인 표현력에 임창정은 눈물을 보였고, 박정현은 “본받을 후배”라고 찬사했다.
가장 시선을 집중시킨 참가자는 생소한 신인 벤이었다.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이은 마지막 출전에 “꼴찌 아니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성량의 파워보컬과 가녀린 목소리를 섞어가며 ‘나 항상 그대를’을 소녀적 감수성으로 열창했다.
‘나가수’가 국내 가요계 보컬리스트·록그룹 가운데 최상위 팀만 엄선, 무대를 꾸밈으로써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했다면 ‘불후의 명곡’은 기성 실력파 보컬리스트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 신인에게까지 문턱을 낮췄다. 초반에는 오락적 재미에 치중하고 ‘싼티’ 나는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음악듣기의 재미와 감동을 아우르고 있다.
◆ 60~90년대 '쇼쇼쇼' '빅쇼' '토토즐'에 대한 향수 고조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과 같은 무대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1960~70년대에는 ‘쇼쇼쇼’, 80~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빅쇼’ ‘토요일토요일은 즐거워’ 등 지상파 방송사의 주말 황금시간대에 웅장하고 화려한 버라이어티 쇼가 존재했다.
소위 ‘대형 가수’들이 출연해 심혈을 기울인 팝송과 가요 재해석,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히트곡을 들려주며 ‘노래 향연’을 벌였고, 시청자는 이를 만끽했다. 이후 최신 인기곡만을 립싱크로 들어야 하는 순위 프로그램, 아마추어들의 가수 도전기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으로 인해 기성 가수들의 ‘노래 향연’ 프로그램은 맥이 끊겼다. 심야 시간대에 감상용 음악프로그램 한 두개만이 편성된 상태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불후의 명곡-이선희 편’은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지니는 ‘불멸의 가치’를 여실히 웅변해줬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