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괜찮아요. 열심히 해서 후회 없어요.”
서울 노원구의 에이스 조건희(상명중 1)는 리틀야구에서 손꼽히는 선수다. 지난 2월 한미친선교류전 대표팀에 승선해 미국에도 다녀왔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이 일품이다. 왼손 투수라 가치도 높다.
그러나 국제무대와는 인연이 없다. 2002년 3월생인 그는 5월 1일 이후 출생자만 합류할 수 있는 12세 이하(LITTLE LEAGUE MAJOR) 대표팀에는 애초에 들 수 없었고 13세 이하(INTERMEDIATE 50-70) 동서울 대표팀 명단에 들었지만 서서울 대표팀에 패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조건희의 어머니 오지영(46) 씨는 “오히려 부모와 주변에서 더 아쉬워한다. 정작 본인은 팀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진 것이라 전혀 미련이 없다고 하더라”며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집중하는 아들이다. 좋아하는 것을 평생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에게 국내 무대는 좁다. 그는 지난 10일 장충리틀구장에서 열린 제13회 용산구청장기 전국리틀야구대회 A조 개막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을, 타석에서는 큼지막한 중월 투런포를 날려 노원구가 영등포구를 9-7로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렇지만 조건희는 “점수를 주지 않은 것은 만족하지만 날씨가 워낙 더웠던데다 팔이 덜 풀려 1회에는 좀 흔들려 아쉬웠다”며 “(오)창현이가 국가대표로 빠져서 수비에서 약간 불안함을 느꼈다. 스피드는 좀 나오는 것 같지만 아직 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된 점들을 얘기하기에 바빴다.
조건희의 롤모델은 류현진이다. 조건희는 “시속 150㎞를 넘는 직구를 던져서 메이저리그에 꼭 가보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장타력을 갖춘 1번타자로 방망이에도 뛰어난 소질을 보이고 있지만 그는 “투수로 성공하고 싶다. 마운드에 서면 힘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현진이 야구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서가 아니다. 최약체인 한화 이글스에 속해서도 한마디 불평 없이 묵묵히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야수들이 실책을 남발해도 흔들리지 않았고 타선의 지원이 없어도 오히려 동료들을 다독이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뽐냈다.
조건희도 류현진처럼 실력과 의젓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건 전혀 미련이 없다. 리틀야구일 뿐이고 나중이 더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우승하고 싶다. 노원구가 남은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노원구는 김재두와 오창현이 12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돼 제69회 세계리틀야구 월드시리즈(LLWS) 아시아-퍼시픽 지역예선에 참가하고 있어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에이스 조건희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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