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Q 김지법 기자] 넥센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브래드 스나이더(33)였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넥센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가 끝내기 홈런으로 팀 승리를 책임졌다.
스나이더는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 12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스나이더는 앞선 다섯 타석에서 모두 범타에 그쳤다. 모두 슬라이더에 당했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 끝내기 홈런을 쳐내며 단숨에 넥센 영웅군단의 진정한 히어로가 됐다. 영웅이 되는데 필요한 것은 '한 방'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 LG에서 대체 외국인 타자로 뛰었던 스나이더는 올 시즌 넥센으로 팀을 옮겼다. 스나이더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어 홈런이 자주 나오는 목동구장에서 뛰게 된 것에 대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계속된 부진에 시달렸다. 5월까지 타율 0.228에 머물렀다. 이에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계륵'이 됐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고 오히려 "2군에서 하고 싶은 것 다해보라"며 격려했다.
염경엽 감독의 믿음에 차츰 스나이더의 방망이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6월 한 달동안 타율 0.314 기록하더니 7월에는 0.384까지 끌어올렸다. 8월에도 여전히 스나이더의 방망이는 무서웠다.
특히 2번 타자로 배치한 된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전날까지 2번 타자로 출전해 타율 0.300에 10홈런 22타점을 올렸다. 뛰어난 장타 능력으로 넥센 중심 타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 큰 스윙을 하기에 전날까지 102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볼넷이 31개에 불과할 정도로 문제가 있긴 했지만 '염갈량' 염경엽 감독은 계속 2번 타자로 기용했다.
이날 SK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내내 스나이더는 연신 헛스윙을 돌리기 바빴다. 11회까지 1루수 땅볼 한차례를 제외한 나머지 타석에서는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를 바꾸지 않았다.
스나이더는 결국 12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불펜투수 전유수의 시속 129km짜리 포크볼을 잡아당겨 비거리 120m에 이르는 끝내기 솔로포를 날렸다. 전날까지 2연패로 조용했던 넥센 선수들은 모두 뛰어나와 격하게 스나이더를 반겼다.
스나이더의 시즌 초반 부진으로 외국인 타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주전 2번 타자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최근 국내 야구 흐름 중 하나인 강한 2번 타자에 가장 부합되는 선수 중 한명이 됐다.
스나이더는 경기 후 "삼진 4개를 당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끝내기 홈런을 때려 승리에 보탬이 돼 기분이 좋다"며 "포크볼을 예상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만회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