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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연기는 없다" 솔직담백한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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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연기는 없다" 솔직담백한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10.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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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대행사인 '액터스 하우스'가 본격 막을 올렸다. 올해는 배우 설경구를 시작으로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3일 오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설경구'는 설경구의 인기를 입증하듯 많은 관객으로 붐볐다.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배우답게 응원봉을 흔드는 관객,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관객 등이 눈길을 끌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설경구의 인연은 25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1999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이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설경구의 배우 인생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하사탕'이 개봉한 해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 국내 영화제의 남우주연상, 신인상은 모두 설경구의 차지였다.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설경구는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첫 만남에 대해 "개막작 배우니까 무대에 올라오라고 해서 문소리, 김여진 씨와 올라갔다. 관객들이 '쟤네 뭐지?' 이런 눈으로 보니까 고개도 못 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예전에 '2시간 10분 만에 사람 인생이 바뀌었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개막작 상영을 하고 그 2시간 10분 만에 관객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이 기억을 가끔 떠올린다"고 회상했다.

'박하사탕'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쥐여준 작품이지만 다시 보기 힘든 영화 중 하나이기도. "'박하사탕'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을 때"라고 털어놓은 설경구는 "낮에는 GV를 하고 밤에는 드링킹 페스티벌을 열곤 했다. 신문을 깔고 길바닥에서도 먹었다. 그러다 새벽 3시~4시쯤 기어 나와 해장하고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행사 전 술기운에서 깨어나기 위해 '박하사탕'을 보러 들어갔는데 펑펑 울었다. 그 뒤로는 못 본다. 마음이 너무 힘들다. 지금도 말하면서 울컥한다"며 강렬하게 남은 기억을 떠올렸다. 

진행을 맡은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은 이를 듣고 "설경구 씨가 눈물이 많다"고 끄덕였다. 이에 설경구는 "'생일'(2019)은 못 봤다. '소원'(2013)은 봤는데 '생일'은 못 보겠더라. 대본도 한 번에 못 읽었다"며 "갱년기인가 보다. 유튜브에서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공개하는 부부들의 영상을 보면서 울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박하사탕'은 지금까지 제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야기만 해도 훅 올라오는 감정이 있다"며 "제 대표작을 말할 때 앞으로도 '박사하탕'이다라고 말한다. 회로애락이 있는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죽을 때 돼야 같이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3일 오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 소심했던 소년, 대한민국 대표하는 배우로

10대 설경구는 배우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소심했다. 수줍은 성격 탓에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고. 설경구는 "이런 제가 배우를 하고 있으니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따라갔던 교회에서 '문학의 밤' 행사 진행을 맡으며 남들 앞에 서는 즐거움을 알았다고. "1부는 인기 많은 동기가 사회를 보고 2부는 저와 파트너가 맡았다. 떠밀듯 시켰다. 당시에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제 파트너도 떨면서 시작했다"며 "그런데 빵빵 터지는 거다. 웃기려고 작정한 말들도 터졌다. 그 결과 1부는 망했고 2부는 대박이 났다. 그 뒤로 학교를 가니까 잘 모르는 친구들도 인사를 해오며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하더라. 그때 신나는 기분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연기를 시작, 연극 무대로 첫 관객을 만났다.

배우 활동 초기에는 '메소드 연기'로 주변인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설경구는 "메소드 연기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장에서 악행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현장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그렇게까지 연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박하사탕' 때 정지영 감독님이 현장에 오셔서 제게 인사를 하는데 제가 눈만 보고 가버렸다더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흘려들을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제가 살가운 성격이나 부드럽고 편하게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요즘 홍경 씨와 '메소드는 없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말도 덧붙였다.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30년 넘게 연기만을 생각한 그는 "더 이상 연기를 할 수 없다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며 "배우는 불러주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는 직업 아닌가. 배우라는 직업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생활을 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배우들이 많다. 요즘 영화, 드라마 상황이 좋지 않기도 하고. 제가 예능 '불타는 청춘'을 좋아한다. 기억에서 잊힌 배우들이 나오니까 너무 반가운 거다. 방송 후 그 배우들의 드라마 캐스팅 소식이 들리면 너무 기뻤다"고 전했다.

설경구가 말하는 설경구는 '한 작품, 한 작품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제 작품을 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겹치는 모습들이다. 같은 배우니까 반복되는 게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래서 살을 빼고 찌우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별짓을 해보는 거다. 몰입한다고 매번 다르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그런데 '불한당' 때 변성현 감독과 작업하면서 다른 방법을 배운 것 같다. '불한당' 촬영 때만 해도 불만이 많았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감독이냐.(웃음) 가슴골, 턱선, 팔뚝 등 부위만 짚어서 이야기하고 감정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10회차 정도 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켜봤다. 변성현 감독은 당시만 해도 누아르를 한 적이 없었고 촬영, 조명 감독도 다 신인이었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걸 보다가 재미를 느꼈다.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 있으면 만들어가는 재미가 생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불한당'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안긴 작품이다. '불한당'을 기점으로 탄탄한 팬덤을 지닌 배우로 변모한 것. 회로애락이 분명한 배우 인생을 살아온 그는 "앞으로의 10년은 어떨지 모르겠다. 바람이 있다면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일은 일이고 나 자신의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차기작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촬영을 마무리하고 변성현 감독과 재회해 영화 ‘굿 뉴스’를 촬영 중이다. 그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애쓰고 있다"는 말과 함께 ‘액터스 하우스’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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