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05 15:07 (토)
"고 이선균 허위 보도·수사 유출 응징해야" '나저씨' 감독 눈물로 호소 [BIFF]
상태바
"고 이선균 허위 보도·수사 유출 응징해야" '나저씨' 감독 눈물로 호소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10.04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고(故) 이선균을 추모하며 특별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마련했다. 영화제 측은 이선균에게 한국영화 공로상을 수여하고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출연작 '기생충',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우리 선희', '파주', '행복의 나라' 등을 선보이기로 했다. 

그중 김원석 감독이 연출한 '나의 아저씨'는 그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다. 삶에 달라 붙어있는 고독한 인물 박동훈으로 관객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안긴바. 이에 특별 프로그램 중 유일한 드라마 작품으로 선정돼 16부작 중 일부 회차를 상영하는 기회를 얻었다. 4일 오후 첫 상영된 '나의 아저씨'는 총 16회 중 5회를 관객과 함께 관람했다.

상영 후 진행된 스페셜 토크 '고 이선균을 기억하며'에 참석한 김원석 감독은 행사 시작과 함께 "드라마 후반 작업과 개인적인 일로 장례식에는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선균 씨를 추모하는 행사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선균 씨가 왜 죽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 열릴 거다. 이 첫 시작을 우리나라 최대 영화제에서 마련해줘서 영광"이라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상영 회차로 5회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 생각했던 회차는 4회였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나의 아저씨'는 방송 초반에 평이 좋지 않았다.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욕을 먹은 게 아니라 모든 기자평, 시청자평이 좋지 않았다. 범죄드라마처럼 평가됐다. 그래서 선균 씨가 '감독님 우리가 범죄자예요?'라고 물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첫방 이후 촬영을 하면서 시무룩했는데 4회 이후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5회는 이 드라마가 사랑을 받기 시작한 첫 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이 좋아해준 드라마가 된 첫 회라는 생각에 5회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이선균과 삼형제를 연기한 배우 박호산, 송새벽은 관람의 여운을 참지 못했다. 박호산은 "선균이 회고전, 특별전이지 않나. 오늘 영화를 보면서 곁에 없다는 생각을 잊고 봤다. 상영이 끝나고 GV 배너를 세운 후에야 '아, 맞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선균이는 드라마 캐릭터와 성격이 비슷했다. 보고 싶다"며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한숨을 쉬었다.

송새벽은 "(이선균 형이 죽었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는 것 같다. 두 달 후면 벌써 1년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다. 이 자리에 오니까 조금씩 실감 나는 것 같다"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4일 오후 진행된 고 이선균 추모 특별 프로그램 '나의 아저씨' 스페셜 토크.
4일 오후 진행된 고 이선균 추모 특별 프로그램 '나의 아저씨' 스페셜 토크.

진행자가 극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냐고 묻자 박호산은 "'쪽팔려서 오늘은 못 죽겠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이선균은) 쪽팔린 것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던 친구였는데 세상이 쪽팔리게 만들어서 가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원석 감독은 "체면을 중시해서 쪽팔리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녔다. '이걸 후배에게 시켜? 쪽팔리게. 선배가 해야지'라고 말하며 솔선수범하는 친구였다"고 부연 설명한 뒤 "맞다. 쪽팔린 걸 싫어했다"고 중얼거렸다.

이날 김원석 감독은 이선균에 대해 말할 때마다 슬픔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균 씨 대사 중에 '회사라는 곳이 그런 곳이다. 일 못한 순서로 자르는 줄 아냐. 아니다. 거슬리는 순서로 자른다'라는 대사가 있다"고 말문을 열고 "여기 와 주신 분들은 이선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린다. 연기자나 감독에게 있어 회사는 판이고 자르는 사람은 대중이다. 요즘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대중이 외면하고 잘라내는 사람, 대중의 공격과 지탄을 받는 대상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개인적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낸 언론사나 경찰, 검찰은 대중이 그걸 용인하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사를 내서 그들이 욕을 먹었다면 내지 않았을 것이다. 대중은 미디어 산업 시대에 자신들이 진짜 강자라는 걸 잘 아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이선균 사건은) 범죄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없이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만 있었지 않나"라며 "제가 제안한 드라마가 선균 씨에게 마음의 부담을 줬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고는 감정을 추슬렀다.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故) 이선균 발인.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故) 이선균 발인. [사진=공동취재단]

김원석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신중함'이었다. 그는 "사실 절대 강자는 대중 여러분들이다. 배우는 정말 나약한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지지가 없으면 생업의 터전조차 존재할 수 없다. 그러니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허위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를 유출한 사람들을 대중의 힘으로 응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송새벽은 "장지까지 가서 작별 인사를 했지만 정말 평안하게 쉬고 계실 거라고 믿는다. 오늘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더 뜻깊은 자리였다. 오늘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박호산은 "동훈아! 평안함에 이르렀는가. 우린 널 믿는다. 쪽팔릴 것 없다"고 외쳤다. 김원석 감독은 "선균 씨, 내가 너를 알아. 그래서 네가 무슨 짓을 했다고 해도 믿어"라고 말한 뒤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선균은 지난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던 중 12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과잉 수사, 수사 정보 유출 등이 논란됐다. 2개월여 간의 시간 동안 이뤄진 수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나눈 조사 대화까지 공개될 정도로 유출 문제가 심각했다. 보도 경쟁 속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허위 사실도 언론 보도됐다. 이에 영화인들은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하고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