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재훈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1위 팀인 삼성은 ‘중견수’ 고민에 근심했다. 2011 시즌부터 3년간 삼성의 주전 중견수로 자리하던 배영섭을 대체할 마땅한 후보군이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삼성은 최근 배영섭의 대체자를 찾았다. 지난해 9월 9일 정식선수로 전환된 이후 1군 무대를 잠깐 맛본 뒤 올 시즌 4월 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후 지금까지 1군에서 활역하고 외야수 박해민(24)이다.
박해민은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 주로 대주자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견수 정형식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면서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첫 선발 출장인 두산전에서 유희관에게 3루타를 치며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보이며 현재까지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고 있다.
2군 당시 팀 동료였던 이우선도 “박해민이 1군에서 잘해주고 있다. 신고선수로 어렵게 입단한 뒤 올 시즌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2군 선수들도 희망을 가진다”고 말했을 정도다.
12일 목동 넥센전에서 박해민은 시종일관 동료들과 웃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박해민은 넥센 선발 앤디 벤 해켄을 상대로 삼성 타순이 일순한 3회 초까지 팀의 유일한 장타(2루타)를 뽑아내 기량을 뽐냈다. 6회말에는 채태인 대신 팀의 1루를 맡으며 멀티 플레이어의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류심(心) 사로잡은 신예, 삼성의 중견수를 꽤차다
박해민은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팀 내에서 가장 빠른 발과 수비는 류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8일 한화전에는 3루수 송광민 키를 넘기는 번트 2루타를 때리며 스피드를 과시했다.
류중일 감독도 “사실상 중견수가 없다. 박해민을 계속 쓰고자 한다”며 그에 대한 믿음을 밝혔다. 이러한 류 감독의 믿음은 11일 우천으로 취소된 목동 넥센전에서 박해민을 올 시즌 첫 1번 타자로 라인업에 올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박해민은 “10일 원래 팀의 1번 타자였던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서건창과 태그 경합 때 손가락을 살짝 부딪쳐 대신 1번 타자로 나설 뻔했다”며 “비록 우천취소됐지만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것을 확실히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류중일 감독의 이날 테스트도 멋지게 통과했다. 류중일 감독은 12일 “박해민을 좌투수 상대로 출전시켜 타이밍을 잘 맞추고 정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계속 기용하려한다”고 말했다.
이에 11일 우천취소 이후 넥센은 12일 선발로 외국인 좌완투수 앤디 밴 헤켄을 내정했고 이날 박해민은 밴 헤켄에게 2루타를 뽑아내 팀은 7-4로 패했으나 류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호수비로 번번이 팀을 살리고 있다. 10일 악천후 속에서도 중견수 쪽 큼지막한 타구를 잡아내는 장면은 백미였다. 사실 박해민 본인은 프로 첫 해만 해도 수비에 대해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박해민은 “사실 수비에 큰 비중은 두지 않았고 오히려 방망이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군에서 코치님이 ‘주루와 수비에 중점을 두면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해 수비에 관심을 두고 집중적으로 연습했던 것이 1군서 맹활약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돌한 루키 “부담버리니 타격 얻었다”
박해민은 4월 12일 1군에 올라온 뒤 첫 선발출장에 대해 회상하며 “당시에 큰 부담은 없었던 것 같다. 잘하면 좋고 못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담이 없으니 결과가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해민은 이내 부진에 빠졌다. 5월까지 타율 0.250이 안됐다. 이에 대해 박해민은 “사실 첫 경기 결과가 좋다보니 스스로가 더 잘하려는 욕심이 생겼다”며 “그런데 오히려 부담감이 생겨 잘 안됐다. 부담을 버리려고 편안히 마음 먹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부담을 버린 박해민은 5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고 있다. 7일 한화전부터 매 경기 연속 안타로 5경기서 타율 0.470의 맹타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명품 번트로 7일 한화전부터 10일 넥센전까지 3경기 연속 번트안타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워낙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였다. 한양대 시절인 2011 야구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을 정도였고 대학교 4학년 시절 18경기에 출전해 70타수 30안타 타율 0.429로 대학리그 타격왕을 차지했을 정도다.
이날 박해민은 자신의 역할에 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삼성의)중심타선이 좋아 살아나가려고 노력한다”며 “사실 지난달 10일 2번 타자로 출전했을 때 살아간다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운을 뗐다.
이후 “당시에 깨달았던 것이 많았다. 지금은 그래서 어떤 자리건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면에서 그는 제 역할을 이미 200%이상 하고 있다.
◆박해민, 삼성서 신고선수 신화 쓴다
박해민은 졸업년도인 2011년 대학리그 수위타자였으나 그를 지명하는 팀은 한 곳도 없었다. 이에 실망한 박해민은 좌절하지 않고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이후 2년간 고생한 끝에서야 지난해 9월 9일 정식선수로 계약을 맺었다.
박해민 자신도 “당시 너무나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제 모습을 보여주자 생각했다. 계속 내 모습을 보여주니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신이 보완해야 할 점도 잊지 않았다. 박해민은 “상승세라고는 하지만 번트안타가 많았다”며 “방망이가 잘 맞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꾸준히 더 잘할 수 있을지 김한수 타격코치와 틈 날 때마다 물어본다”고 이야기했다.
그간 삼성에는 최익성, 박석진 등 신고선수 신화를 썼던 이들이 있다. 최근에는 포수 이지영이 신고선수 출신으로써 삼성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첫 신고선수 신화인 최익성은 1994년 신고선수로 입단한지 3년 만에 삼성의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타율 0.296 22홈런 65타점 33도루의 맹타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주축이었다.
평소 신일고 선배였던 김현수(두산)를 닮고 싶다는 박해민은 이날 “앞으로 가장 우선된 목표는 1군에 꼭 붙어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과연 최익성에 이어 삼성 외야에서 신고선수 신화를 쓰며 맹활약할 지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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