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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과 소외된 아이들의 용인대축구 첫 졸업작품, 'U리그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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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과 소외된 아이들의 용인대축구 첫 졸업작품, 'U리그 제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1.13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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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주목않던 선수 데려와 꾸준히 조련, 졸업반 선수 앞세워 대학 최강 등극

[성균관대(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부산의 레전드'가 이젠 이무기를 승천하는 용으로 변신시키는 명조련사가 됐다. 그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이젠 대학 축구의 최정상 자리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용인대는 13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구장에서 열린 2015 카페베네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전반 22분 강지훈, 후반 11분 장준영의 연속골로 설기현 감독대행이 이끄는 성균관대를 2-0으로 꺾었다.

1998년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용인대 축구는 이로써 처음으로 U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 [성균관대(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이장관 용인대 감독이 13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구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 2015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유도 등 투기 종목으로 유명한 용인대는 축구에서는 비주류에 속한다. 용인대가 지난해 1, 2학년 춘계대학축구대회에서 성균관대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 우승 경력의 전부다. 2008년에는 전국대학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불대(현재 세한대), 초당대, 경운대, 제주대, 호서대 등 약체팀이 주를 이룬 백호그룹에서 이룬 성과였다.

비주류 용인대를 주류로 바꿔놓은 것은 바로 이장관 감독의 지도력이었다. 지난 1997년 부산 대우(현재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던 이장관 감독은 부산에서 무려 11시즌을 뛰며 348경기에 출전한 '레전드'다. 인천에서 뛰던 2008년 현역에서 물러난 이장관 감독은 그해 6월 용인대 코치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감독으로 승격한 이장관 감독은 자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찾아다녔다.

스카우트 전쟁에서 언제나 밀렸기에 이장관 감독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데려오는 방법을 선택했다. 용인대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장관 감독은 자신의 눈을 믿고 선수들을 데려와 조련시켰다.

이장관 감독은 "용인대에 부임한 이후 용인대만의 팀 컬러를 만들겠다는 얘기를 늘 선수들에게 해왔다. 신바람 축구, 강한 압박 축구로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용인대의 팀 컬러"라며 "선수들과 함께 열정을 불태우며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 [성균관대(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이장관 용인대 감독이 13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구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 2015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1년 대학 신입생으로 데려왔던 선수들이 어느덧 졸업반이 됐다. 이장관 감독은 올해야말로 용인대가 대학 축구에서 대파란을 일으킬 때라고 확신했다. 이 감독은 "압박과 스피드, 강인한 투지,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보여준다면 대학 무대에서 신흥 강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현실이 됐다. 지난 2월에 열린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는 8강에서 연세대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랐다.

또 아주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와 함께 U리그 5권역에 묶인 용인대는 12승 3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1위에 올랐다. 성균관대와 벌인 전국체육대회 경기도 대표 선발전에서는 아쉽게 졌지만 이는 오히려 U리그 왕중왕전에서 동기부여의 원동력이 됐다.

왕중왕전에서는 32강부터 8강까지 울산대(4-0 승리), 광주대(2-1 승리), 영남대(2-0 승리)를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올랐다. 아주대와 벌인 4강전에서는 연장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차기까지 간 뒤 승리하며 결승까지 올랐다.

이장관 감독은 "아무래도 아주대와 왕중왕전 4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고 힘들었다. 연장 전반에 실점한 뒤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결국 승부차기에서 이겨냈다"며 "선수들에게 나름 추억이 되고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다독였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많은 준비를 하면서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성균관대(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이장관 용인대 감독(왼쪽)이 13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구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 2015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시상식에서 박준홍 코치(오른쪽)와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 이 감독은 "고교 때 소외됐던 선수들을 4년 동안 가르치면서 꾸준히 신뢰했고 결국 성장했다"며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결국 바위를 뚫듯이 용인대가 여기까지 온 것은 꾸준함의 승리인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장관 감독과 4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졸업생들은 이제 프로에서 새로운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이 가운데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인 이한도는 K리그 클래식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전북 현대와 계약을 맺었다.

이한도는 "1학년부터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온갖 고생을 한 끝에 졸업하는 해에 U리그 정상에 올라 뜻깊다"며 "이제 전북에 가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기희나 이동국 등 최고의 선수가 모인 전북에서도 꾸준히 기량을 쌓고 열심히 노력해 발전하면서 최고의 수비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은 마침 겨울을 재촉하는 제법 굵은 비가 내렸다. 4년 전 '이무기'에 불과했던 용인대 선수들이 빗속에서 치러진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승리로 승천하는 용이 됐다. '이장관 1기'는 이제 용인대를 떠나 K리그로 가지만 2기, 3기 등 수많은 '이장관의 아이들'이 용인대를 대학 축구 강호로 이끌 준비를 하고 있다.

▲ [성균관대(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이장관 용인대 감독이 13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구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 2015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시상식을 마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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