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슬금슬금 내려가더니 어느덧 8위로 추락했다. 2000년대 후반 야구 트렌드를 주도해오던 비룡 군단은 힘을 잃었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SK는 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와 원정경기에서 7-11로 패하며 3연패 늪에 빠졌다. 한화를 제물삼아 시즌 첫 스윕에 성공한 LG에 7위를 내주며 시즌 처음으로 8위로 떨어졌다.
2005년 6월2일 이후 9년 1개월, 3318일 만에 받아보는 성적표다. 2014년 성적은 30승42패, 승률 0.417. 5할 승률도 버겁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왕조’ SK는 이제 옛말이 됐다.
2014 시즌 SK가 선두를 달리는 부문이 있다. 다름 아닌 팀 실책이다.
67개, 경기당 0.93개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수비가 약하기로 정평이 난 부문 2위 한화(59개)보다 8개나 많다. 5월1일 광주 KIA전에서는 에러를 8개나 범하며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실책팀이 됐다.
잘 나가는 팀에는 우수한 외국인 선수가 있다. 선두 삼성은 리그 최고의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 공동 2위 넥센과 NC는 다승 선두 앤디 밴헤켄과 평균자책점 1위 찰리 쉬렉이 버티고 있다. SK는 외국인 농사마저 실패했다.
지난달 23일 퇴출이 확정된 조조 레이예스는 말할 필요도 없다. 리그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던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의 루크 스캇은 ‘유리몸’으로 판명났다. 팀이 치른 72경기 중 절반도 안되는 고작 32경기에 나서 타율 0.269 6홈런을 기록했을 뿐이다.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 25인 로스터에 들었던 로스 울프는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적은 1승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울프 또한 4월12일 오른팔 전완근 염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복귀 후에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평균자책점은 5.37에 달한다.
왕조를 구축했던 주축들은 그 때 그 모습이 아니다. 김강민과 박정권이 분투하고 있지만 박재상, 나주환, 고효준은 전성기가 지난 듯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태껏 기회를 받지 못했던 이재원, 임훈, 박계현, 김성현 등이 분주히 공백을 메꾸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승리 DNA’는 사라졌다.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들은 ‘대실패’다. 2011년을 마치고 3년 11억원을 주고 데려온 중간 계투 임경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 3년 19억원에 계약한 포수 조인성은 한화로 떠났다.
반면 SK의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제외되며 NC로 떠난 모창민은 풀타임 2년차에 화려하게 재탄생하며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뛰어난 활약으로 바탕으로 웨스턴리그(NC, 넥센, KIA, LG, 한화) 팬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을 앞두고 있다.
최정, 박진만, 박희수, 윤희상이 돌아오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은 의미가 없다. SK는 2009년 리그 최고의 배터리 김광현과 박경완을 잃고도 KIA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혈투를 벌였던 팀이다. 부상자 속출은 장기 레이스에서 당연한 일.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이제 어느 팀도 SK를 만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나면 싹쓸이패를 당할까 노심초사했던 극강의 팀은 없다. 그들의 순위표 밑에는 한화뿐이다. 한화는 지난 5년간 8-8-6-8-9위를 한 팀이다.
4위 롯데와 승차는 7경기차. SK는 4일부터 사직 원정길에 나선다. 이번 3연전에서도 미끄러진다면 SK의 올 시즌은 완전히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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