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더스틴 니퍼트(33·두산)가 외국인 투수 최초로 한 팀에서 4년 연속 10승을 거뒀다.
니퍼트는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6이닝 동안 7피안타 6탈삼진 2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팀의 9-2 대승을 이끌었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승리로 시즌 10승(7패)째를 달성한 니퍼트는 한국 무대에 첫 발을 디딘 2011년 이후 4년 연속 10승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4년 연속 10승은 프로야구 역대 19번째 기록이지만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서 4년 연속 10승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니엘 리오스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지만 그는 KIA와 두산에서 각각 3시즌씩 뛰었다.
니퍼트의 가장 큰 무기는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록상으로 키가 203cm인 니퍼트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를 자유자재로 뿌린다.
마운드 높이와 니퍼트의 팔 길이가 긴 점을 고려하면 타자들이 느끼는 위압감은 더 커진다.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지는 니퍼트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16일에도 니퍼트의 절묘한 변화구에 롯데 타자들은 방망이를 돌려보지도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상대 타자들이 4년 동안 니퍼트의 공을 보면서 궤적에 익숙해졌지만 니퍼트는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니퍼트는 팀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면 구원 등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잠실 한화전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오른 니퍼트는 9회 2사까지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두산의 6-3 승리를 지켰다.
어차피 불펜 피칭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니퍼트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투를 자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화전을 포함해 올시즌에만 두 차례 구원 등판을 한 니퍼트는 4⅔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제몫을 했다.
니퍼트의 4년 연속 10승은 와르르 무너진 토종 선발투수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니퍼트와 함께 강력한 원 투 스리 펀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유희관(28)과 노경은(30)은 올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8승7패를 기록 중인 유희관은 2년 연속 10승을 바라볼 수 있지만 지난해보다 평균자책점이 1점 이상 높아졌고 피홈런 개수도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노경은은 총체적인 부진에 빠지며 3승11패 평균자책점 8.60을 기록 중이다. 이미 여러 번 2군을 다녀왔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
하지만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니퍼트의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토종 선발투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전망이다.
힘겨운 4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두산의 입장에서 니퍼트의 고군분투는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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