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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18분 야구와 '시간소생자' 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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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운동話공장] 18분 야구와 '시간소생자' NC다이노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5.1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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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플레잉 타임 고작 17분58초, '발상의 전환' NC 그라운드 정비-방수포 깔기로 눈길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어떻게 보면 스포츠도 아니죠.”

2013년 KBO리그 미디어데이. 한화 이글스를 지휘하던 김응용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약한 팀도 몇 번은 이기는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라는 의도였어요. 월요일 빼면 거의 매일 하는데다 꼴찌의 승률도 대개 3할은 넘는 종목이니 감독 최다승(1567승)에 빛나는 명장께서 야구를 ‘셀프 디스’하신 것이겠지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야구가 스포츠답지 않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여럿 봤습니다. 야구는 몸무게 130㎏(프로필상)의 최준석(롯데 자이언츠) 같은 선수도 얼마든지 스타가 될 수 있죠. 멀리 치면 좀 느려도 됩니다. 태릉선수촌에서 역삼각형 상체, 빨래판 복근, 터질 듯한 허벅지를 무척 자주 보는 기자로서는 그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죽어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인데요.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보여드리죠.

2013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야구의 플레잉 타임 즉,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과 직접적으로 닿은 시간은 단 17분58초랍니다. 3시간 중 2시간 40여분이 공수교대, 투수교체, 대타 기용 등이란 소리죠. 좋게 말하면 ‘여백’이라 표현할 수 있지만 삐딱하게 바라보자면 야구는 참 ‘날로 먹는’ 스포츠입니다.

그런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야구는 그래서 마케팅하기 참 좋은 종목입니다. 이닝 중간 치어리더의 공연을 만끽할 수 있죠. 시구, 키스 타임, 댄스 배틀, 맥주 빨리 마시기 등의 다채로운 이벤트도 곳곳에 삽입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제품을 경품으로 내걸고선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죠. 응원가는 좀 많은가요. 타자가 바뀔 때마다 노래도 달라집니다.

20명이 공 치고 공 받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야구로 정의한다면 즉, 광의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야구는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단은 죽은 시간을 알찬 콘텐츠로 가득 채워야만 합니다. 축구, 농구처럼 전후반제로 운영돼 비집고 들어갈 틈이 훨씬 적은 종목의 마케팅팀 직원들은 9이닝제의 야구를 부러워합니다.

▲ NC의 그라운드 정비 요원이 지난 7일 마산 LG전에서 픽미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최근 NC 다이노스가 칭찬을 받았죠. ‘엔런트(엔씨+프런트)’가 또 화제의 중심이 된 겁니다.

지난달 16일 마산 롯데 자이언츠전. NC 직원들의 방수포 설치 과정은 포털사이트의 동영상 클립으로 제작됐습니다. 12명의 직원은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잽싸게 내야를 덮었습니다.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는 장면입니다. MBC스포츠플러스 정민철 해설위원은 “방수포 중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더군요.

지난 7일 마산 LG전에는 새로운 스타가 나왔습니다. 그라운드 정비 요원들입니다. NC의 직원들은 흙을 가는 일마저도 오와 열을 맞춰 즐기며 합니다. 프로듀스 101의 픽미를 어찌나 잘 추는지 고생이 많다고, '웃게 해줘 고맙다'고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메이저리거 출신 서재응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NC가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극찬했습니다.

야구계는 비상입니다. 메이저리그(MLB)도, KBO리그도 스피드업을 위해 발벗고 나섰죠. 지난해 미국 ESPN은 "MLB에서 젊은 세대가 3시간 야구를 지루하다고 느끼면서 팬의 고령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낵컬처 시대입니다. 간단한 식사처럼 짧은 시간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소비가 대세입니다. 팬들은 죽은 시간, 늘어지는 야구를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선수들은 볼넷을 얻으면 1루로 뛰어나가고, 투수코치들은 교체 지시 때 두 배로 빨리 걸어야 합니다. 스포츠마케터들은 으레 하는 작업들을 볼거리로 탈바꿈시킨 NC 직원들처럼 종목의 특성을 파악하고 발상을 전환해 팬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주길 바랍니다.

스포츠 현장에 종사하는 관계자 모두 죽은 시간을 살리는 명의가 됩시다.

▲ 지난달 16일 마산 롯데전에서 방수포를 설치하고 있는 NC 직원들. 죽은 시간을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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