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들에게 9월의 첫 날은 매우 특별한 날이다. 26명 등록, 25명 출전 가능한 1군 엔트리가 31명 등록, 30명 출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장기 레이스를 하느라 체력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단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감독들은 4강을 확정지었거나 탈락이 유력시되면 유망주를 불러올려 기회를 준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롯데를 제외한 8개 구단은 일제히 엔트리 확대 기간 전력을 보강했다. 9월이 시작됐음에도 가을야구 희망을 포기한 팀이 없어 넥센 정도를 제외하면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많이 콜업한 것이 눈에 띈다. 이들은 잔여 경기 동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일 대구구장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와 삼성전은 확대 엔트리로 올라온 선수들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오랜만에 1군 무대를 밟은 선수들은 곧바로 실전을 소화하며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NC의 6회초 공격. 김경문 감독은 1사 만루 찬스에서 포수 이태원을 빼고 박정준을 투입했다. 박정준은 안지만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5회말 4실점했던 NC는 박정준의 선구안에 힘입어 곧바로 5-6으로 추격했다.
삼성 정형식도 빛났다. 정형식은 9회말 2루수 실책으로 진루한 최형우를 대신해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석민의 안타 때 2루까지 진루한 정형식은 이승엽의 좌익수 뜬공 때 3루로 내달렸다. 이번 시즌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2군에 내려갔지만 발만큼은 여전히 1군급임을 확인해준 장면이었다.
좌측으로 플라이를 유도했음에도 3루를 허용한 NC 손민한은 큰 부담을 느꼈는지 폭투를 던지고 말았다. 정형식은 동점 주자가 됐고 삼성은 6연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주자가 최형우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9월 초는 예년 같았다면 순위 싸움에 안개가 서서히 걷힐 시점이다. 이번 시즌은 6개팀이 가을야구 티켓 한 장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상황. 박정준, 정형식같은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2014년 농사가 막판에 좌우될 전망이다.
4위 LG는 포수 현재윤의 존재가 반갑다. 시즌 내내 주전 마스크를 쓴 최경철은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체력이 떨어졌다. 번갈아 안방을 지키며 최경철의 부담을 덜어줄 최적의 카드다. 오른손 타자 정의윤도 결정적인 순간 얼마든지 대타로 활용이 가능하다.
투수진이 문제인 5위 두산은 김강률과 김명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하면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발이 없는 두산으로서는 롱릴리프가 가능한 두 정통파 우완 투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쏠쏠히 활약했던 오재일도 늘 백업으로 대기한다.
공동 6위 SK는 ‘캡틴’ 박진만의 콜업이 반갑다. 박희수, 박정배, 윤희상 등 부상자가 많은데다 마무리 로스 울프의 이탈로 힘겨운 4강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SK로서는 전력 상승보다도 분위기를 주도해줄 리더의 귀환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8,9위 KIA와 한화는 투수진 보강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들이 큰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KIA는 임준혁, 한화는 송창현이 불펜에서 제 역할을 해내며 기존 계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상위권 세 팀은 비교적 여유롭다. 삼성은 앞서 언급된 정형식과 우동균 정도가 경기에 꾸준히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은 이상민, 고동욱, 홍성갑 등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NC는 6억원을 받고 2013년 우선지명으로 영입한 윤형배를 처음으로 1군으로 불러올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현곤도 모처럼 동행하게 됐다.
확대 엔트리를 통해 감독들은 경기 초·중반부터 대타를 기용하고 선발을 과감히 끌어내리는 등 다채로운 용병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앞선 5개월과는 다소 달라진 ‘9월 야구’를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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