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요즘 생과일주스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10평 안팎의 소형 매장으로 월 30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창업 시장의 유망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주의할 게 있죠. 래프팅, 스키장, 팥빙수 프랜차이즈처럼 ‘한철 장사’가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테이크아웃으로만 주스를 팔기 때문에 비수기를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커피나 차 등 겨울에도 먹힐 메뉴를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하죠.
주스전문점은 스포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산업 구조에 공통점이 있거든요. 겨울엔 경기장이 비잖아요. 계절까지 따질 것도 없습니다. 시즌 중에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원정을 떠나면 홈구장은 의미 없는 곳이 되지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단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5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이 상영됐습니다. 같은 시각 구장 주인인 SK 와이번스는 사직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썰렁했을 곳이 3500명이 운집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그라운드 캠핑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행복드림구장 외야에는 텐트 30동이 들어섰습니다. SK는 블랙야크와 협업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야구단과 아웃도어기업간의 신선한 콜라보 작품입니다.
야구장에서 결혼식도 올릴 수 있습니다. SK는 지난 4월 웨딩홀 그랜드 오스티엄과 합작해 스포웨딩(Sports+Wedding) 프로그램을 내놓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스마트 TV’인 전광판 빅보드를 활용, 색다른 웨딩 이미지 연출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NC 다이노스는 5월 중순부터 시즌 중 홈경기가 없는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마산구장의 스카이박스 4개를 스터디룸 또는 회의실로 개방했습니다. 비용이 얼마냐고요? 부담 없습니다. 1인당 1000원입니다.
야구장 투어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더그아웃, 웨이트장, 주조정실, 기자실 등 곳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체성분 분석기로 몸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요. 구속 측정, 방수포 설치 등 체험도 가능합니다.
kt 위즈는 엄마들의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홈경기가 없는 날 수원 kt위즈파크 스카이박스를 30명 이상의 단체 위즈맘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랍니다. 모임 장소가 키즈카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니라 야구장이라니 흥미롭습니다.
맹민호 SK 스포츠콤플렉스비즈팀 매니저는 “경기장은 스포츠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는 살아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경기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시민께 새로운 경험, 재미, 감동을 주는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합니다.
한철 장사를 넘어서려는 스포츠 현장의 노력, 기특하지 않습니까. 화답해 주시죠.
[P.S.] 구장 인프라 개선 노력을 칭찬한 훌륭한 칼럼을 정독하고 스크롤을 내리니 “야구나 잘 해라”는 댓글이 주를 이뤄 아팠습니다. 마케팅팀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승리가 프로스포츠의 전부인 시대는 지났잖아요. 경기장에 문화를 심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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