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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이름으로' 아시아드에서 가문의 영광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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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이름으로' 아시아드에서 가문의 영광 밝힌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1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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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나윤경, 첫 사격 국가대표 부부 출전…쌍둥이도, 형제·자매들도 2인3각 도전

[스포츠Q 이세영 기자·인천=민기홍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드디어 열전에 들어간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에서 온 1만3000여명의 선수들은 1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육상, 수영 등 36개 종목에 걸쳐 열전을 펼치게 된다. 이 가운데 축구 종목은 조별리그를 통해 이미 아시아드 열기를 예열했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큰 국제규모의 대회이기 때문에 각 종목의 국가대표가 되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 된다. 그런데 한 가족에서 대표 선수가 여럿 나온다면 더욱 큰 영광이 아닐까.

실제로 한 지붕 밑에서 살아왔던 형제, 자매 또는 부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동반 출전, 우승 또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힘을 보탠다. 주로 단체종목인 구기 종목에 많은 편이지만 사격 등 일부 종목에서도 아시안게임에서 가문의 영광을 더욱 빛내기 위해 가족의 힘을 믿고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도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첫 국가대표 부부 총잡, 첫 '부창부수' 메달 도전

서른두 살 동갑 황정수(울산북구청)과 나윤경(우리은행)은 첫 사격 국가대표 부부다. 무기고에서 인연을 만들어 대학 3학년 때 교제를 시작, 7년의 열에 끝에 2010년 10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 황정수(위)-나윤경 커플은 사격 사상 첫 대표팀 선수로 뽑힌 부부다. 여자 50m 소총 복사에서 도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한 경험이 있는 나윤경과 남자 스키트의 황정수는 나란히 부부 동반 메달에 도전한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나란히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나섰지만 그때는 부부는 아니었다. 그런데 결혼 뒤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나윤경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모두 출전했지만 정작 남편은 대표로 뽑히지 못했던 것. 런던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는 막판에 2위로 밀려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황정수는 남자 스키트, 나윤경은 여자 50m 소총 복사에 출전한다. 나윤경은 이미 도하에서 개인전 동메달과 단체전 은메달, 광저우에서는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해 이번에는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황정수는 아직까지 메달이 없다.

하지만 황정수도 최근 꾸준히 상위권을 찍고 있다. 세계사격선수권에 출전하고 있는 황정수는 남자 스키트 예선 첫날 43위에서 둘째날 29위까지 올라섰다.

첫 사격 국가대표 부부인만큼 아시안게임에서 동반 메달을 획득한다면 이 역시 최초의 기록이 된다.

◆ 하키 쌍둥이 형제, "어머니 목에 금메달 걸어드리겠습니다"

아시안게임 통산 5번째 정상을 노리는 남자 하키 대표팀에는 쌍둥이 형제가 있다. 공수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있는 강문규-문권(26·이상 김해시청)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아시안게임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인천 선학하키경기장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형 강문규는 동생에 대해 "개인기가 좋고 골 결정력이 좋다. 돌파력이 뛰어난 공격수"라고 치켜세웠다. 동생 강문권은 "형은 아귀 힘이 워낙 좋다. 장거리 패스의 질이 남다른 선수"라고 화답했다.

▲ 하키대표팀 강문규(오른쪽), 강문권 쌍둥이 형제는 어머니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것이 꿈이다. [사진=스포츠Q DB]

형제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김해 삼성초등학교 6학년 때 함께 하키를 시작해 김해서중과 김해고를 졸업했다. 형은 조선대로, 동생은 한체대로 각각 진학해 잠시 이별했으나 실업팀에서 다시 만났다.

둘은 2007년부터 나란히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번갈아가며 한 명씩 탈락했다. 강문규는 "함께 큰 대회에 나가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신다"며 "한 명씩만 나가니 말씀도 못하시고 마음 아파하셨다"고 말했다.

둘은 고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운동선수 둘을 뒷바리지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강문규는 "매번 금메달 따서 어머니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번이 절호의 찬스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강문규는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4위에 그쳐 20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아픔을 잘 살려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문권은 두 달 전 아빠가 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복덩어리다. 만약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군에 입대해야하는 상황, 그래서 더 금메달이 간절하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서, 부인과 아기를 위해서, 한국 하키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죽기살기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2012 런던올림픽 후 독일 출신 명장 파울 리세크(67) 감독을 코치로 앉힌 대표팀은 선진 하키 시스템을 도입하며 서서히 전력을 끌어올렸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달 중국과 5차례 평가전을 통해 실전 점검을 마쳤다. 아시안게임에서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와 금메달을 놓고 각축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현역 시절 남자 하키의 아이콘으로 맹활약했던 신석교(43) 감독은 "파키스탄, 인도 등을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배구에는 미래 밝힐 고교생 쌍둥이 자매가 있다

배구에는 이재영-다영(18·이상 선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있다. 고교시절부터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청소년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국가대표팀에도 뽑히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올해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와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 잇따라 출전하며 성인 무대를 익혔다.

육상 국가대표 출신인 이주형 익산시청 감독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경희 씨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은 부모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하고 있다.

▲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가운데) 쌍둥이 자매는 아시안게임 여자배구대표팀에서 고교생 선수로 합류했다. 프로 드래프트에서도 1, 2순위를 차지한 두 선수의 활약은 20년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사진=FIVB 제공]

자매는 대표팀 발탁에 이어 출전시간도 길게 보장받고 있다. 대표팀 발탁 초기 이재영은 김연경(27·페네르바체)에, 이다영은 이효희(34·도로공사)의 교체 요원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으로 지난 6일부터 중국 선전에서 펼쳐진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에서는 아예 선발로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영의 부상은 개인에게나 대표팀에게나 모두 아쉬운 대목이다. 이재영은 11일 AVC컵 준결승 카자흐스탄전에서 3세트 중반 블로킹을 시도하려 점프를 한 뒤 착지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발을 밟고 말았다.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질적인 부상이 있는 왼쪽 발목이라 이선구 대표팀 감독의 걱정을 샀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11일 열린 2014~2015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와 2순위에 지목돼 각각 흥국생명,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역시 쌍둥이 형제로 같은 복싱에서 뛰고 있지만 동반 출전이 불발된 경우도 있다. 남자 64kg급의 형 임현철(19·대전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만 남자 60kg급의 임현석(19·대전대)는 대표 선발전에서 한순철(31·서울시청)에게 1-2로 아깝게 지는 바람에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됐다.

하지만 임현석은 세계대학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밝혔다. 임현석을 꺾고 아시안게임 대표가 된 한순철이 31세의 노장이기 때문에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복싱 쌍둥이 형제의 도전이 기대되고 있다.

◆ 형제는 용감했다, 하키·우슈·수구의 도전

이용현(21)-용문(19·이상 충남체육회) 형제는 우슈 종목에 출전한다. 이용현은 도술과 곤술전능 종목에 나서고 동생 이용문은 남권과 남곤전능에서 입상에 도전한다.

▲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우슈대표팀에는 이용문-이용현 형제 선수가 있다. 윗줄 왼쪽이 이용문, 오른쪽이 이용현. [사진=스포츠Q DB]

남자 하키 대표팀에는 쌍둥이 형제 말고도 또 다른 형제가 있다. 바로 이승일(32)-승훈(29) 형제다. 이들은 모두 성남시청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승일은 런던 올림픽 당시 하키 대표팀에서 활약했지만 동생 이승훈은 부상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2년 전에 함께 하지 못했던 아픔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풀겠다는 각오다.

수구 종목에서는 4살 터울의 형제가 함께 물살을 가른다. 송근호(29)-원호(25·경북수영연맹) 형제다. 수구 종목은 한국의 전통 강세 종목은 아니지만 메달을 목표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 형제는 당시 3~4위전에서 일본에 져 메달 획득에 실패한 기억을 추스리고 메달에 도전한다. 형 송근호는 키퍼로, 동생은 힘이 좋고 신체조건이 탁월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 4살 터울의 송근호(왼쪽), 송원호 형제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구 종목에 나란히 출전했다. 송근호는 키퍼, 송원호는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송근호는 “동생은 신체조건이 탁월해 힘이 좋다. 기술력만 좀 더 보완하면 더 많은 골을 터뜨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송원호는 “형은 우수한 키퍼다. 뒤가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 핸드볼 자매, 새로운 '우생순 신화' 만든다

핸드볼 김온아(26)-선화(23·이상 인천시청) 자매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맥을 캐낼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백에서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해온 김온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이후 꾸준히 종합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에이스로 성장했다.

▲ 김온아-김선화 자매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에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끊겼던 금맥을 다시 이어 새로운 우생순 신화를 쓸 주역이다. 두 선수는 모두 인천시청에서 활약하며 올시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사진=스포츠Q DB]

167㎝로 크지 않은 키를 가졌지만 김온아는 빠른 스피드와 강한 힘을 겸비해 상대 수비를 금세 허무는 능력을 가졌다. 또 그는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한 중장거리 슛에도 능해 대표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대표팀에서 자매는 늘 엇갈렸다. 언니가 뽑히면 동생이 탈락하고 동생이 발탁되면 언니가 부상을 당했던 것. 특히 김온아는 2012 런던 올림픽 첫 경기였던 스페인전에서 무릎을 다쳐 이후 경기에 나서진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때 입었던 부상의 여파가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김온아가 부상을 털고 돌아왔고 동생 김선화도 기량을 향상시켜 인천 아시안게임에 동반 출전하게 됐다. 자매가 큰 대회에 함께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6년 도하 대회까지 5회 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을 차지했던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4년 전 광저우 대회 4강전에서 숙적 일본에 패해 동메달에 그쳤다. 김온아-선화 자매가 4년 전 아쉬움을 삼켰던 대표팀에 우승을 안겨다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소프트볼에는 같은 선수는 아니지만 트레이너와 선수로 참가하는 자매가 있다. 일본 국적이었다가 한국 국적을 회복한 재일동포 배유향(25·경남체육회)은 언니 배내혜와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대표팀에 함께 한다. 언니 배내혜(29)는 트레이너, 배유향은 선수다.

▲ 재일동포 배내혜(왼쪽)와 배유향 자매는 소프트볼 대표팀에서 활약한다. 언니 배내혜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일본 대표 자격이 있어 트레이너로만 활약하고 동생 배유향이 대표팀에서 뛴다. [사진=스포츠Q DB]

배내혜는 일본 1부 리그에서만 147승을 올린 대투수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에모토 나호라는 이름으로 출전했다. 일본 대표 경력이 있어 배내혜의 아시아드 출전은 무산됐지만 트레이너로 뛰고 있다. 동생 배유향도 일본 1, 2부리그를 합쳐 139승을 올린 투수로 아시안게임에서 배유가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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