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Q 이세영 기자] 강민호(29‧롯데)가 조용하다. 투수 리드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타석에서 존재감이 부족하다.
강민호는 27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준결승 중국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삼진도 2개나 당했다.
이날까지 7타수 무안타에 그친 강민호는 나지완(29‧KIA)과 더불어 대표팀 타자 중 유이하게 안타가 없다.
특히 이날은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진루타나 적시타를 때리지 못했다.
3회 2사 1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강민호는 5회 1사 1루에서도 삼진을 당했다. 6회 역시 1사 1,2루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섰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강민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수비형 포수’라고 지칭했다. 그는 “올해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난 이 팀에서 수비형 포수다”라며 “팀에 잘 치는 타자들이 많으니 나는 투수 리드나 수비에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투수 리드는 잘 이뤄지고 있다. 강민호가 마스크를 쓴 20이닝 동안 한국 투수진은 단 2점만을 내줬다. 상대가 약체인 것을 떠나 강민호의 노련한 리드가 돋보였다.
류중일(53) 대표팀 감독도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국전이 끝난 후 “포수는 투수 리드만 잘해줘도 8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강민호가 타격은 부진하지만 오랜 국가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투수를 잘 리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류 감독이 강민호를 대표팀에 선발한 이유와도 부합한다. 강민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6차례나 태극마크를 달았다.
다 같은 야구 경기지만 국내리그와 국제대회가 엄연히 다른 만큼 9년 동안 체득한 강민호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터. 류중일 감독의 기준만 보면 강민호의 포수 기용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민호의 부진이 길어질 경우 또 다른 카드인 이재원(26‧SK)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재원은 올시즌 타율 0.352 12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이재원을 기용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결승전에서 5회 이후에 지고 있다면 이재원을 대타로 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강민호로 계속 가야한다”고 말했다.
타격 부진이 심해지고 있지만 ‘류심’은 여전히 강민호를 향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가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강민호가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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