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왕조’의 시작인가.
두산 베어스가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kt 위즈를 9-2로 누르고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지웠다. NC가 잔여경기를 모두 잡고 두산이 8전 전패하더라도 최종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해 넥센 히어로즈, NC, 삼성 라이온즈를 누르고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번엔 장기전, 단기전 모두 제패하는 퍼펙트 시즌을 꿈꾼다.
승률 0.659, 2위와 12경기차인 압도적 업적은 김태형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1983년 김응용(해태 타이거즈), 2005년 선동열(삼성), 2011년 류중일(삼성)에 이어 4번째로 부임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던 그는 올해 한 단계 진화했다.
2015년이 두산 특유의 컬러인 ‘뚝심’과 ‘화수분’을 회복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이를 정착시킨 해로 평가받는다. 전임 김경문, 김진욱 감독이 보이지 못한 단기전 승부사의 면모를 보인 그는 이제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하는 법까지 익혔다.
팀내 간판타자인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메이저리그(MLB)로 떠나보냈지만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재환을 좌익수로 고정시켜 장타력을 극대화시켰다. 터질 듯 터지지 않았던 박건우, 오재일은 ‘곰탈여우’ 김태형 감독의 믿음 속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성적도 잡고 미래도 잡았다. 오랜 기간 프랜차이즈로 군림해온 홍성흔, 고영민의 출전 시간을 대폭 줄였는데도 잡음이 없었다. 야수에서 박세혁 국해성 류지혁 조수행 김인태 서예일, 투수에서 안규영 고봉재 강동연 등 새 얼굴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줘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내야의 축 오재원, 센터라인의 핵 정수빈이 부진해도 티가 나지 않은 건 겨우내 선수층을 다져놓은 김태형 감독의 혜안 덕이었다. 최주환, 국해성은 백업으로 뛰기 아까운 인재들이라는 평이다. 상무에서 전역한 이원석까지 합류해 두산의 야수 뎁스는 더 두꺼워졌다.
중반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적절한 트레이드를 통해 아킬레스건을 메웠다. 돌발 은퇴선언을 한 노경은을 보내고 고원준을 데려와 적소에 활용했다. 넘치는 야수(김동환)를 활용, 김성배를 친정으로 컴백시켜 불펜에 힘을 보탰다. 홍상삼 이용찬의 제대로 마운드도 더 높아졌다.
신일고,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0년 두산의 전신 OB에 입단한 김태형 감독은 1995년에는 선수로, 2001년에는 플레잉 코치로, 2015년에는 감독으로 우승컵을 들었다.
한팀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지도자인 그는 이제 ‘베어스 왕조’ 구축을 위한 구상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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