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쯤 되면 리그 최우수선수(MVP)로도 손색이 없다.
서건창(25·넥센)이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인 이종범과 이승엽의 해묵은 기록을 갈아치우고 MVP를 거머쥘 기세다.
서건창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홈경기 삼성전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로 나서 5타수 3안타를 기록, 시즌 안타수를 193개로 늘렸다.
이는 1999년 이병규(LG)가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2위 기록(192개)을 넘어선 것으로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 한화 코치가 세웠던 196개에 단 3개 모자란 기록이다.
그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펼쳐진 5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쾌조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2014 시즌 경기당 1.57개의 안타를 생산하고 있어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200안타 기록이 유력하다.
안타 기록만이 아니다. 득점에서도 신기원을 열 것이 확실해 보인다. 8일 경기에서 2득점을 보태 127번째로 홈플레이트를 밟아 1999년 이승엽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 128득점에 1개차로 접근했다. 넥센은 여전히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서건창은 지난달 6일에는 1992년 이종운(당시 롯데) 코치가 세운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14개)도 갈아치웠다. 좁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컨택트 능력과 빠른 발로 22년만에 새 역사를 썼다.
팀 타율 2위(0.298)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선두타자라 타석에 가장 많이 들어선(588타석) 선수임에도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적은 병살타(1개)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0.35개의 삼진을 기록해 경기당 가장 적은 삼진을 당한 타자 2위에도 올라 있다.
시즌 MVP는 이만수, 김성한, 장종훈,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 등 주로 홈런왕, 타점왕을 거머쥔 거포들 또는 박철순, 구대성,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압도적인 구위를 보이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낸 투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타격 5위, 홈런 2위, 타점 3위, 출루율 1위, 장타율 1위에 올라 있는 강정호와 50홈런에 2개만을 남겨둔 홈런 선두 박병호, 20승에 1승만을 남긴 앤디 밴헤켄 등 서건창의 팀 동료들이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기록의 상징성, 팀 기여도를 고려한다면 서건창이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타격 1위(0.371), 득점 1위(127개), 최다안타 1위(193개), 도루 2위(47개), 출루율 4위(0.437), 2루타 1위(38개), 3루타 1위(16개)라는 눈부신 성적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8년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해 한 경기, 한 타석만 들어선 뒤 방출됐던 기억, 경찰청 입대에 실패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일어선 불굴의 집념, 테스트를 거치고 넥센에 입단해 주전 첫 해 신인왕,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스토리.
176cm의 크지 않은 내야수가 거구들을 제치고, 연봉이 채 1억도 되지 않는(9300만원) 주전 3년차 선수가 4~5억원을 받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MVP까지 거머쥔다면 이것이야말로 신화가 아닐 수 없다.
‘서건창 대세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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