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김종의 무소불위에 치를 떠는 이들이 많았다.”
“실세 차관의 전횡이 이제야 끝났다. 스포츠산업의 뜬구름 잡기도 막을 내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한축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향해 스포츠 현장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곧 검찰에 소환될 예정인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지만 스포츠계 안팎에서는 "체육계 전반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정부 차관 중 가장 긴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체육정책과 행정을 주무른 김종 전 차관, 그는 시종일관 스포츠산업의 부흥을 주창했는데 그 분야는 과연 성장 발전한 것일까?
스포츠는 박근혜 정부 들어 비로소 산업군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1호 스포츠경영학 박사이자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김종 전 차관은 2013년 10월 권력을 잡자마자 자신의 경력을 십분 활용했다.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무회의에서 스포츠가 주요 안건이 되는 성과가 나왔다.
지난 3월 10일 대구육상진흥 센터에서 열린 스포츠·문화 산업 비전 보고대회.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문체부는 “현재 41조 원인 스포츠산업 시장규모를 2018년까지 53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제조업이 흔들리며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되는 가운데 “스포츠가 창조경제의 첨병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때문일까? 스포츠산업 관련 정부 예산은 2014년 195억 원에서 2015년 633억 원, 2016년 1026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문체부 체육관광정책실은 지난 3월 체육정책실, 관광정책실로 분리됐다. 3국 9과였던 체육부 직제가 1실 2국 6과 체제가 됐다. 체육업무만을 전담하는 조직이 생긴 건 1993년 이후 23년 만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김종 차관을 칭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스포츠산업의 위상이 김종 차관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건 맞다. 해묵은 과제였던 스포츠산업진흥법이 통과돼 프로구단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고 스포츠대리인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에이전트업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다만, 김종 전 차관의 불도저식 정책 집행방식, 인위적인 파이 키우기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산업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시대는 지났다”고 비판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역시 “시장규모로 볼 때 스포츠나 문화가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며 “김종 전 차관의 정책이 일자리 창출로 직결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항간에서는 김종 전 차관의 사퇴로 인해 덩달아 스포츠산업도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혹자는 “모처럼 모멘텀을 얻었는데 최순실 일가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스포츠산업펀드 조성 사업 예산이 기존 300억 원에서 100억 원 감액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장시호 씨의 농단이 곳곳에서 드러나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온 체육인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기광 교수는 “스포츠계 시스템이 견고하지 못하니 ‘악의 무리’가 파고든 것이다. 특기생 입학 부정부패부터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덮다가 곪아 터진 셈”이라며 “한 사람의 전횡으로 인해 퇴색됐을 뿐 스포츠는 분명 가치가 있다.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시스템을 갖춰나가면 된다. 스포츠산업의 미래가 결코 어둡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체육시민연대 대표인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지난 7일 체육계 시국선언을 통해 “이번 사태로 한국 스포츠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모멸, 자괴의 순간을 반면으로 삼아 오욕의 시대를 털어내고 스포츠의 온전한 가치를 회복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스포츠를 윤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쟁으로 바꿔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산업이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의 과제를 만나 화려하게 부상했다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고꾸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시간이 좀 더 흘러야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