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아, 옛날이여!’ 이병규(42·LG), 홍성흔(40·두산), 김병현(37·KIA). 한국 야구가 가장 찬란히 빛났던 순간을 함께 일군 레전드 3인방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병규는 2014년부터 LG 트윈스와 ‘불편한 동거’를 해왔다. 올해 출전 기록은 단 1경기 1타수 1안타. 그마저도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즌 최종전이었다. 퓨처스리그 47경기 타율 0.401(147타수 59안타) 3홈런 29타점으로 방망이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했지만 젊은 선수들을 선호한 양상문 감독은 끝내 이병규를 외면했다.
홍성흔도 마찬가지. 끊임없이 싱싱한 자원이 쏟아지는 ‘화수분’ 두산 베어스에서 홍성흔이 지명타자를 꿰차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 시즌 1군 출장 기록은 17경기가 전부. 타율도 0.250(45타수 10안타)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내내 막강 행보를 보인 두산은 홍성흔이 1군에 출전할 때 연패 수렁에 빠졌다.
김병현은 10일 KIA 타이거즈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본인은 현역 연장 의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지만 어떤 팀이 2014~2015년 평균자책 7점대(7.10, 6.98), 2016년 1군 기록이 단 1경기도 없는 연봉 1억5000만원의 베테랑에게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다. 프리즈비 슬라이더로 명성을 떨쳤던 건 2000년대 이야기일 뿐이다.
셋은 1998년 태국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합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벌써 18년 전, 10년 전의 일이니 이들이 얼마나 오랜 세월 경쟁력을 유지해왔는지 알 수 있다.
1998년 신인이던 이병규는 방콕 6경기서 타율 0.560(25타수14안타) 4홈런 12타점으로 날았고 성균관대 소속이던 김병현은 중국전 8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경희대 소속의 홍성흔은 조인성, 진갑용을 뒷받침하던 막내뻘이었다.
2006년에는 셋 다 주축이었다.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이던 김병현은 박찬호, 김선우, 구대성 함께 메이저리거의 위용을 한껏 뽐냈다. 공수에서 일취월장한 홍성흔은 역시 조인성, 진갑용과 안방을 든든히 지켰다. 외야의 핵 이병규는 이종범, 이승엽과 타선을 이끌었다.
1971년생 조원우(롯데), 김한수(삼성), 1973년생 장정석(넥센) 등 1970년대 생이 프로야구 지휘봉을 잡는 시간이 왔다. 1976년생 이승엽(삼성) 이호준(NC), 1974년생 최영필(KIA) 등 여전히 쓰임새를 인정받는 노장들이 있는 반면 이병규, 홍성흔, 김병현의 겨울은 춥다.
역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6년 WBC 영광을 누린 조인성(41·한화)도 그라운드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시즌이 자유계약(FA)의 마지막 해인데 2016년 성적은 76경기 타율 0.168(137타수 23안타) 3홈런 7타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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