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SK 와이번스가 감독의 아름다운 퇴장 문화를 만들고 있다. 떠나는 이가 팀의 전통을 논하고 새로 부임하는 이는 전임 감독의 공을 치켜세운다.
1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대 SK 감독 이·취임식에는 김용희 전 감독과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이 나란히 자리했다. SK에선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2년 전인 2014년 10월 23일 같은 장소에서는 이만수 전 감독이 김용희 전 감독의 취임식에 참석해 진심어린 축하를 건넨 적이 있다.
최창원 구단주는 김용희 전 감독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류준열 구단 대표이사는 사진 앨범을 전했다. 선수단 주장 김강민도 꽃다발을 전하며 옛 스승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프런트는 퓨처스 감독, 육성총괄, 1군 감독을 지내며 5년을 와이번스와 함께한 김용희 감독을 위해 헌정 영상을 마련해 상영했다.
김용희 감독 밑에서 붙박이 4번타자로 성장한 정의윤은 “트레이드로 인해 이런 좋은 팀에 왔다”며 “즐겁게 야구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민식, 문승원, 김주한 등 김용희 감독 밑에서 급성장한 영건들은 “기회를 많이 받았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이임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용희 감독은 “자리해주신 팬 여러분께 고맙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고 힘을 주셨는데 결과를 얻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같은 목표를 향해 뛰었던 선수와 코칭스태프도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용희 감독은 선수단을 향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여러분들의 노력이 희석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들어라. 새 감독님을 모시고 마음껏 뛰었으면 한다. SK의 전통을 잇고 강한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고 덧붙여 큰 박수를 받았다.
미국(캔자스시티 로열스), 일본(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힐만 감독에게도 이는 새롭고 뜻깊은 경험이었나보다. 그는 “이런 세리머니를 가져본 적이 없다. 김용희 전 감독을 위해 행사를 마련해 줘 감사하다. 뜻깊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구단 측에 감사 표시를 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지난 9월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최창원 구단주께서 최초로 이임식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는데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겠더라”며 “이임식 참석은 지나고 보니 참 잘 한 일인 것 같다. 원수 될 필요가 있나. 야구계에서 또 만날 사람들”이라고 활짝 웃었다.
2014년 10월 23일 이만수와 2016년 11월 11일 김용희. 2번의 이임식은 프로스포츠 구단과 지도자의 전형적인 이별 공식을 뒤집는 바람직한 문화다. 떠나는 자를 예우하고 이를 흔쾌히 받는 신사들의 호탕함. 타구단은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SK 와이번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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